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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은 과세의 십자가를 질 것인가

등록 2007-07-19 00:00 수정 2020-05-03 04:25

일제시대부터 비과세 전통이 관습으로 굳어져…현행 소득세법에서 안 낼 근거 없어

▣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종교계가 달가워하지 않는 종교인 납세 문제를 다시 쟁점으로 부각시킨 조세연구원의 정책토론회는 공교롭게도 ‘(7월)13일의 금요일’에 열렸다. ‘기부문화 활성화 및 공익법인 투명성 제고방안’을 주제로 한 이번 토론회는 ‘종교단체’를 특정해 거론하지 않았고, (세금 납부가 아닌) 기부금의 투명화를 대상으로 삼은 것이었음에도 목사·신부·승려 등 종교인들의 소득세 문제로 연결돼 해석되면서 토론회 전부터 종교계 안팎에 파장을 일으켰다. 비영리 공익법인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이 결국엔 성직자들의 납세 문제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 때문이었다.

현행 소득세법은 제12조에서 ‘비과세 소득’을 열거해놓고 있다. 여기에는 ‘신탁법’ 제65조의 규정에 따른 공익신탁의 이익, 사업소득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농가부업소득, 대통령령이 정하는 복무 중인 병(兵)이 받는 급여 등이 포함돼 있다. 목사를 비롯한 종교인들의 소득에 대해서는 따로 규정해놓은 게 없다. 법규대로라면 이처럼 종교인들이 소득세를 면제받을 명시적인 근거가 없음에도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는 일부 성직자들을 빼곤 비과세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풍토다.

1920년대 대대적 반기독교운동의 원인

‘종교비판자유실현시민연대’(종비련)라는 시민단체는 지난해 4월 “종교인 대부분이 탈세를 하고 있는데도 국세청이 이를 용인하는 것은 직무를 게을리하는 것”이라며 이주성 당시 국세청장을 직무유기로 고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지난해 8월 “종교인에 대한 과세 의무가 명문화돼 있지 않고 ‘건국 이후 성직자에게 세금을 물리지 않은 관행’ 등에 비춰 비과세를 국세청장의 고의적 직무 태만으로 볼 수 없다”며 무혐의 처리했다.

역대 정권에서 종교인들에게 세금을 물리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적이 아주 없었던 건 아니다. 국사편찬위원회의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면 박정희 정권 때인 1968년 7월2일 날짜와 함께 ‘국세청장, 목사 신부 등 성직자에게도 갑종 근로소득세 부과하겠다고 언명’이란 대목이 현대사 연표에 나와 있다. 제목 같은 짤막한 내용만 실려 있어 앞뒤 상황을 모두 파악할 수는 없어도 세금을 물리는 방침을 정한 바 있었음은 분명하다. 국사편찬위원회의 자료만으로는 그 뒤의 진행 상황을 알 수 없었고, 다른 기록도 더 이상 찾기 힘들었다. ‘성직자에 대한 비과세는 건국 이후의 관행’이었다는 검찰 쪽의 결정에 비춰 당시 방침 또한 실제 집행으로 이어지지 못했을 것이란 짐작만 가능할 뿐이다.

종교인 비과세 문제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도 가끔 도마 위에 오르지만, 답변은 늘 제자리다. 정부 쪽의 답변은 거의 예외 없이 “실태 파악 뒤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식이다. 지난해 10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우제창 열린우리당 의원이 이 문제를 제기하자 재정경제부는 “외국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만 했다. 자칫 ‘종교 탄압’이란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종교인 비과세 실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종비련 쪽에선 비과세 관행의 역사적 뿌리가 일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주장한다. 김인상 종비련 사무처장은 “일제시대에 허가받은 종교법인은 모두 23개인데, 1922년부터 집중적으로 생겨났다”며 이는 3·1운동(1919년) 후의 이른바 ‘문화통치’와 관련된 것으로 해석한다.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 중 한용운을 빼곤 모두 변절했다. 그 가운데 16명이 개신교 목사였다. 일제의 조선총독부에 협력하는 대신 선교의 자유와 비영리 법인의 혜택을 받으며 서로 이익을 챙겼던 것이다.” 김 사무처장은 “(많은 종교인들이) ‘소득세를 내지 않는 건 100년 가까이 된 관행’이라고 하는 게 바로 그 시점을 가리킨다”고 말했다. 1920년대에 국내에서 대대적인 반기독교 운동이 벌어진 것도 이런 맥락 때문이었다고 김 사무처장은 설명한다.

기윤실 출범 뒤 기독교계 내부 논쟁으로

종비련 쪽의 설명대로 종교인 비과세 문제의 역사적 뿌리가 친일과 변절의 대가였다고 단정적으로 못박는 건 무리일지 모른다. 1922년부터 집중된 비영리 종교법인의 잇단 설립은 정황 증거일 뿐이다. 더욱이 현재 쟁점으로 떠올라 있는 대목은 성직자라는 개인들의 소득세이지, 종교법인에 대한 과세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감안돼야 한다.

종비련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성직자 납세 운동을 벌이고 있는 교회개혁실천연대의 최호윤 집행위원(회계사)은 “성직자가 세금을 내든 내지 않든 과세 당국에서 가타부타 얘기를 하지 않으니 관습법으로 굳어졌던 것이지, 일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문제는 아니”라고 말한다. 최 집행위원은 “정부가 깨끗하지 못한 상황에서 ‘종교 탄압’이란 비난을 들을까 부담스러워 (세금 부과) 얘기를 못했던 것으로 본다”고 했다. 종교인 비과세의 역사적 뿌리가 닿아 있는 지점이 일제시대인지, 독재정권 시절인지는 몰라도 그리 상쾌하지 않은 관행의 역사와 뒤얽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정부 차원에선 묻어두고만 있는 상황에서 종교인 납세 문제를 먼저 꺼내들고 나선 쪽은 기독교계 내부였다. 민주화운동이 절정에 이른 1987년 시민단체인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출범한 게 그 출발이었다. 고 장기려 박사(당시 부산 청십자병원 명예원장),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당시 서울대 교수)를 비롯한 38명의 기독교인들은 ‘기독교인은 자신들의 삶을 도덕적으로 만드는 게 필요하다’는 기치를 내걸었다. 이는 교회 재정의 투명화와 성직자 세금 납부 주장으로 이어졌다.

기윤실 운동을 주도한 손봉호 교수는 1992년 를 통해 한명수 목사(당시 창훈대교회 담임)와 지상 토론을 벌이게 된다. 성직자 납세 운동이 적어도 기독교계 내부에선 주요 이슈로 떠올랐음을 반영한다. 손 교수와 한 목사의 당시 토론은 1~7월호에 걸쳐 모두 7차례 진행돼 어지간한 논점들은 이때 대부분 거론됐다.

1월호에 먼저 글을 쓴 한 목사는 ‘성직자의 납세 행위는 이중과세’라는 주장을 폈다. “교회의 수입원인 헌금은 일반 세법적 시각으로 볼 때 기부금의 성격을 띠고 있다. 신도들은 소득에서 원천과세를 당한 뒤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는 돈에서 헌금을 한다. 헌금이 교회의 자산이 되기도 하고 교회를 위해 봉사한 교역자와 직원들에게 급료(사례비 혹은 생활비)를 지불하게 되는데 여기에서 세금을 납부하게 한다면 두말할 필요 없이 이중과세가 되는 것이다.” 손 교수는 2월호에 실린 반론에서 “모든 이에게 모범이 돼야 하고 그들의 무거운 짐을 가볍게 해야 할 목회자가 납세의 의무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다른 이들의 재정적 부담을 크게 하는 것은 잘못이 아닐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 목사와 손 교수는 그 뒤에도 “성직자 면세 조치는 법리적으로도 타당하다”(한 목사) → “성직자도 납세 의무가 있다는 유권 해석이 나오기 전에 목회자 자진 납세는 선교 차원에서 해결돼야 한다”(손 교수) → “성직자에게 과세하는 국가에서는 성직자에게 베푸는 혜택도 상당히 있다”(한 목사)는 식으로 한동안 더 논쟁을 이어갔다.

손봉호 명예교수는 과의 전화 통화에서 “우리나라는 종교 국가가 아니고 세속 국가이며, 종교인도 다 같은 국민이므로 특별한 혜택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서 토론에 나섰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물리적인 협박까지는 아니어도 욕설에 가까운 항의를 받았고, 지금도 목사들 사이에선 인기가 없다”며 웃었다.

‘이중과세’에서 ‘근로 성격’으로 논리 변화

손 교수 주도의 기윤실과 여기서 분리 독립한 교회개혁실천연대를 중심으로 한 성직자 납세 운동은 기독교계 내부의 논쟁에 머물렀을 뿐 교계 바깥으로 크게 확장되지는 못했던 듯하다. 더욱이 다른 종교계에서는 내부에서조차 별다른 토론이나 논쟁을 벌인 흔적을 찾기 어렵다. 최호윤 집행위원은 이와 관련해 “개신교 쪽이 욕을 많이 먹지만, 스스로 재정을 투명화하자는 내부의 자정 움직임 때문에 더 많은 문제가 있는 듯 비치는 면도 있다”고 말한다. “가톨릭 신부의 경우 성당에서 (기본적인 게) 다 (충족)되고, 용돈 수준을 받는다. 개신교 목사와 비교해 소득의 차원이 다르다. 다른 종교 쪽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내부적인 자정 노력의 움직임을 보기 어렵지 않은가.”

기윤실에서 비롯된 성직자 납세 운동에 아주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다. 아직은 일부이긴 해도 자진해서 세금을 내는 종교인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한다. 성직자 납세 반대의 유력한 근거로 들었던 ‘이중과세 주장’이 희미해지는 것도 일종의 성과로 꼽을 수 있다. 종교인 납세 문제에서 기윤실·교회개혁실천연대와 대척점에 서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나 한국교회언론회 쪽은 더 이상 이중과세 주장을 펴지 않는다. 한국교회언론회의 이억주 대변인(목사·칼빈대 교수)은 “이중과세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일한 소득에 대해 동일한 귀속자에게 과세하는 것을 뜻하는 이중과세와 성직자 납세를 연결시키는 주장은 오류라는 인식이 확산돼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종교인 세금 납부에 반대 뜻을 내보이는 쪽에서 드는 가장 큰 명분은 ‘성직 수행’을 ‘월급을 받고 일하는 근로’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한기총 종교재산법 연구위원회의 김진호 전문위원은 “교단별로 다른 의견을 갖고 있지만, 갑근세(갑종 근로소득세) 부과는 마땅치 않다는 의견이 다수”라며 “세금 내는 게 아깝고 부담스러워서가 아니라, 성직(수행)을 ‘노동’이나 ‘근로’로 본다는 자체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이다”고 했다. 근로소득세를 낼 경우 교회가 세속화돼 신성함이 떨어지고 성도들에게서 점점 멀어질 것이라고 김 전문위원은 덧붙였다. 대체로 종교인들의 소득 수준이 면세점 아래여서 세금 부과의 실효성이 없다고도 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인 방인성 목사(성터교회 담임)는 “목사나 승려, 신부를 성직으로 본다는 인식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게 어떤 면에선 사회에서 분리되고자 하는 것”이라며 “거기엔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더 많다”고 말했다. “성직자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의무를 다해야 한다. 오히려 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성직자 논리’ 때문에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건 스스로 사회로부터 격리되는 것이고 사회에 대한 지도 역할을 못하게 한다. 세법상으로 보더라도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을 물리는 건 당연한 상식이다. (종교인 비과세는) 한국에만 있는 특이한 현상이다. 미국도, 유럽 사회도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면세점 아래의 종교인이 많다는 주장에 대해 방 목사는 “그럴수록 (교회 재정이나 종교인들의 소득을) 투명화해서 목회자들이 어떤 상태인지를 드러내, 일반 사회처럼 종교계에서도 뚜렷해지고 있는 양극화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드러내놓고 종교계의 양극화 고민해야

기윤실 주도로 이뤄진 종교인 납세 운동이 뚜렷한 결실을 맺지 못한 상황에서 지난해부터는 종비련으로 대표되는 ‘교계 밖’의 압박을 받는 모양새가 나타나고 있다. 종교인 과세 문제는 한 번 불거질 때마다 쟁점 이슈로 떠오르는 데서 볼 수 있듯 여론의 호응이 만만치 않다. 이는 세금 납부 자체보다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계에 대한 두터운 불신에서 비롯된 바가 큰 듯하다. 종교계 스스로 수입과 지출을 일반에 투명하게 드러내고, 받는 몫에 걸맞은 세금을 스스로 내는 모습은 역시 기대하기 어려운 것일까.



소득세 내시는 미국 목사님

성직자 ‘개인’비과세에서 외국과 차이…종교단체도 고유 목적 외엔 과세

교회를 비롯한 종교단체는 비영리 공익법인으로 지정돼 다양한 세제 혜택을 누린다. 우선 종교단체는 공익법인으로 인정될 경우 증여세를 면제받는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8조). 또 종교단체에 기부금을 낸 개인들은 소득세 계산 때 공제 혜택을 받는다(국세기본법 13조).
종교단체 같은 비영리 법인이라 해도 고유 목적 외에 건물 임대에서 발생하는 소득, 주식양도차익 같은 수익 사업이나 고정자산 처분에서 생기는 수입에 대해선 법인세를 낸다(법인세법 3조). 다만, 고유 목적에 사용한 이자에 대해선 원천징수로 납부한 법인세를 나중에 환급받을 수 있다.
비영리 사업자인 종교단체가 취득하는 부동산(수익 사업 용도는 제외)은 취득·등록세 비과세 대상이며(지방세법 107조 및 127조), 동산인 자동차를 구입할 때는 취득·등록세를 내야 한다. 종교단체가 고유 목적에 사용하는 부동산에 대해선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및 도시계획세도 비과세 대상이다(지방세법 186조, 종합부동산세법 6조).
‘종교단체’와 관련되는 이들 세금은 적어도 규정과 해석상의 혼란은 없다. 종교단체 고유의 목적을 벗어난 사업에 대해선 세금을 물리는 게 원칙이고, 이를 회피할 경우 조세포탈로 걸린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봐도 대체로 이와 비슷하다. 문제는 종교단체에 소속돼 있는 ‘성직자 개인’들의 소득에 대한 과세 여부다. 소득세법상 면제 대상으로 명시하지 않아 과세 대상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음에도 줄곧 방치돼 있다. ‘스스로 알아서 내면 받기도 하고, 안 내면 그만이고’라는 식이다. 미국, 독일 등 다른 나라의 종교 관련 세제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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