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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착’ 정도가 아니었을지도…”

등록 2007-06-29 00:00 수정 2020-05-03 04:25

납치사건을 ‘필생의 과업’으로 삼고 추적해온 후루노 요시마사

▣오사카=글·사진 김효순 대기자 hyoskim@hani.co.kr

오사카 본사 편집국장과 서부 본사 사장을 지낸 일본 언론인 후루노 요시마사(71)가 올해 초 이란 책을 냈다. 유신독재가 한창이던 1973년 봄부터 3년간 서울주재 특파원을 한 후루노는 “박정희 정권에 대한 시각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김대중 납치사건을 해명하면 박정희 정권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석연치 않은 뒷거래 배경은 뭘까

현역에서 은퇴한 뒤에도 납치사건 추적에 힘을 쏟은 이유는 무엇인가?

=사건기자로 많은 사건과 부딪쳤지만 대부분 잊어버렸고 두 가지가 남아 있다. ‘그리코 모리나가 사건’과 ‘김대중 납치사건’이다. 초콜릿에 독극물을 넣은 모리나가 사건은 전후 최대의 형사사건으로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김대중 납치사건은 지난해 한국 외교통상부가 공개한 문서를 본 것이 책을 쓰게 된 직접적 계기가 됐다. 또 하나는 국정원 과거사진상규명위가 사건을 조사해 발표를 한다니까 아무도 쓰지 않으면 나라도 써서 조사에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책에 대한 반응은?

=30대까지는 사건 자체를 모르니까 어쩔 수 없지만, 50대 이상의 세대에게는 마음속에 걸려 있는 사건이다. 한국의 중앙정보부가 저지른 일이라는데 어떻게 해서 그런 식으로 덮어졌는지 이상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의 의문을 풀어주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책에 이 사건을 33년간 추적했다고 썼는데.

=계속 마음에 두고 있다 보니 ‘필생의 과업’이 됐다. 1978년 도쿄 본사 사회부에서 김대중 납치사건 특집을 만든다고 취재팀을 구성했을 때 거기에 들어가 활동했다. 98년 에서 퇴직한 뒤 다시 사건을 처음부터 파헤쳐보려고 했다. 김대중씨가 대통령이 된 지 1년이 지나 자신의 사건에 대해 틀림없이 조사해봤을 것으로 생각하고 편지를 두 차례 보냈으나 답장이 없었다. 나중에 청와대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고 잘못 열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는 답을 간접적으로 전해들었다. 친분이 있는 한국 외교부의 고위 관계자로부터 자료가 어느 방, 어느 캐비닛에 보관돼 있는지를 듣고 취재하려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는데, 고맙게도 외교부가 관련 문서를 공개했다.

문서의 어느 부분이 그렇게 충격적인가?

=한국 쪽 관심사는 납치를 누가 지시했는지,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한 것인지, 이후락 당시 중정부장이 과잉 충성했는지에 쏠려 있다. 그러나 일본인의 입장에서 보면 둘 다 그리 중요하지 않다. 내 관심사는 당시 일본 정부가 진상 규명, 범인 인도, 납치 피해자의 원상회복을 관철하지 않고 한국 정부와 석연치 않은 뒷거래를 한 배경이다. 김대중 사건의 정치적 ‘결착’은 막후에서 오고 간 밀사들을 빼고는 얘기할 수 없다. 그 밀사를 누가 언제 생각했는지 이제까지 알 수 없었다. 외교문서 공개의 의미는 이것 하나로도 충분하다.

일본 외무성의 반응은 없었나?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책에 쓴 내용을 그냥 무시해버리면 어쩔 수 없지만, 이번에 가 특집 프로를 내보냈다. 국정원 진상규명위가 사건의 실체를 발표하면 일본 정부도 뭔가 말해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 했던 것처럼 계속 도망칠 수는 없다.

일본 정부가 계속 도망칠 수는 없다

책을 낸 뒤에도 추적 취재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고토다 마사하루 전 부총리(사건 당시 관방장관) 등 당시 자민당이나 정부 요직에 있던 사람들의 회고록이나 발언을 보면 일본 정부가 납치사건 발생 전이나 적어도 발생 직후 중앙정보부의 범행을 바로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김대중씨가 일본에 온 이후 일본 경찰이 그의 동태에 관심을 갖고 ‘관찰’을 했다는 증언이 제법 나온다. 일본 경찰이 쭉 미행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조사해보지 않고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일본 정부가 이제까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사건에 관련돼 있다. 정치적 ‘결착’ 정도가 아니라, 공모·공동 정범이 아니었나라는 의심까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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