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있는 보도’ 전제 조건…참가자 모두“언론의 부정적 역할 크다”
▣ 류이근 기자ryuyigeun@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론이다. 왜 언론에 대해 말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조현정·25)
서울역 KTX회의실에서 옮겨간 역 앞 맥줏집에서 표적집단면접조사(FGI)가 한창 무르익고 있었다. 참가자 중 한 사람인 조씨가 사회자의 표적집단면접조사 가이드에 예정돼 있지 않던 ‘중요한’ 문제를 하나 끄집어냈다.
사회를 보던 한길리서치의 김봉신 선임연구원은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대통령 선거에서 언론의 긍정적 역할이 크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부정적 역할이 크다고 보십니까? 긍정적 역할이 컸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손들어주세요.” 아무도 손들지 않았다. “부정적 역할이 더 컸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참가자 11명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손을 번쩍 들었다. 대선을 보도하는 언론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큰지 숨김없이 드러났다.
정보 얻는 통로는 인터넷 포털
불신의 근거들은 구체적이라기보다 총체적이었다. “정권과 결탁돼 있다.“ “권력에 아부한다.” “흥행 위주로 간다.”
사회자가 “미국은 논설이나 사설을 통해서 지지 후보를 표시합니다. 우리 언론도 차라리 공개하는 게 낫나요? 아니면 표시하지 않고 중립을 유지해야 하나요?”라고 묻자, 참가자들은 모두 “원칙적으로 공표하고 균형 있게 보도하는 게 맞다”고 답했다. 언론이 기사에서 교묘하게, 때론 노골적으로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는 마당에, 차라리 “솔직해지라”는 주문이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것은 아니다. 참가자들은 지지 후보를 공표했다고 해서 균형 있는 보도를 포기해선 안 된다는 전제를 달았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났듯이 20~30대가 언론의 정치적 보도에 대해 갖는 불만은 일반 국민의 정서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회정치커뮤니케이션연구회와 언론개혁국민행동이 2004년 전국의 성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0.9%가 “신문이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고 답했다. “중립을 지키고 있다”는 대답은 22.6%에 그쳤다.
표적집단면접조사 참가자들이 ‘언론이 지지 후보를 공표해야 한다’는 주장에 이구동성으로 찬성했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선 본격적인 토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참고로 지난 1월 한국기자협회와 열린우리당의 ‘ 진상 조사위’가 전국 신문·방송·인터넷 기자 3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기자들의 66.4%가 대선 보도와 관련해 언론사가 공개적으로 지지 후보를 밝혀야 한다고 응답했다.
20~30대 젊은 유권자들은 정치 관련 정보를 얻는 경로도 윗세대와 다르다. 조사 참가자들은 예외 없이 후보 인지에 인터넷, 특히 포털이란 매체를 가장 많이 이용한다고 답했다. 빠르고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인터넷에 친숙한 20대들은 단순히 포털의 이용 횟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신뢰 또한 절대적이었다. 정호(20)씨는 “포털은 쇼핑몰과 비슷하다. (뉴스의) 선택권은 자신에게 있다”고 말했고, 서종대(27)씨는 “포털은 무색이다. 주장이 없어서 탈정치적”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말하는 것처럼 실제로 그런지는 별도로 좀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김봉신 선임연구원은 “다양한 뉴스를 통해 수용자의 선택권이 넓어진다고 보는 데 기인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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