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 올 대선서 20대와 30대의 차이 두드러질 듯… 30대는 87년 6월항쟁, 20대는 IMF가 공통고리</font>
▣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 최은주 기자 flowerpig@hani.co.kr
2002년 16대 대선 결과가 젊은 층인 ‘2030 세대’에 의해 판가름 났다는 분석의 근거 가운데 하나는 방송사-여론조사기관의 출구조사였다. 문화방송은 투표 종료 직후 선거에 참여한 20대의 59%, 30대의 59.3%가 노무현 후보에게 투표해 34%대에 그친 이회창 후보를 압도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성격의 미디어리서치 조사 결과도 20대와 30대의 노 후보 지지율이 62.1%, 59.3%로 나타났다. 30대에게는 1980년대 민주화운동 당시 함께 어깨를 겯고 뛴 ‘동지’로서의 기억이, 20대에게는 젊음과 변화를 상징하는 ‘이미지’가 동인으로 작용해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는 분석이 달렸다. 지지 이유는 차이가 있지만 출구조사의 수가 거의 같아 20대와 30대는 한 묶음으로 분류됐다. .
“제목은 들어본 것 같다”
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20대와 30대 11명을 상대로 실시한 표적집단면접조사(FGI·Focus Group Interview)는 올 연말 대선 출구조사의 결과가 2002년과는 사뭇 다를 것이라는 시사점을 던져준다. 더 이상 20대와 30대를 한 묶음으로 분류하기 어렵게 되거나 최소한 2002년에 비해 두 연령층의 간격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면접조사 참가자들이 각 연령층의 생각을 균질하게 대변하지는 못한다는 한계를 감안하고 보더라도 그렇다.
이번 조사에서 20대와 30대의 차이를 확연하게 보여준 상징적인 대화는 뒤풀이 형식으로 진행된 2부 자리에서 오갔다. 5년 전 유사한 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던 배철호 한길리서치 연구실장은 당시에 비해 두 세대 간 인식차가 더 커졌음을 감지하고 20대 8명(올해 투표권을 얻은 김영식(19)씨는 편의상 20대에 포함시켰다)에게 ‘혹시 이라는 노래를 아느냐’고 물었다. 김씨를 포함해 20대 5명이 고개를 저었다. 1980년 5·18 광주 민중항쟁을 배경으로 만들어져 각종 시위 현장에서 불렸던, 그래서 87년 6월항쟁을 지나온 30대들에게는 애국가처럼 불렸다는 설명이 따르자 20대 한두 명이 “제목은 들어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2030의 분화, 세대 간의 균열의 상징으로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1부 조사에서도 20대와 30대 참가자의 경험과 인식차는 컸다. 30대 참가자 3명은 고문으로 숨진 박종철 열사와 시위 현장에서 쓰러진 이한열 열사를 기억했다. 대통령 직선제를 따낸 승리의 기쁨이 연말 대선에서 양김(김대중·김영삼)의 분열로 사그라졌던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직접 ‘87년’을 겪지는 않았더라도 이후 90년대 초반까지 대학 사회의 주류 문화였던 학생운동을 경험한 세대다. 공무원인 조정민(39)씨는 “지금 말씀드리기는 좀 부끄럽다. 87학번이라 1학년 때는 연세대 앞 시위 현장에 있었다. 그런데 1, 2학년 이후 취업 준비 때문에 관심이 줄었다”고 얘기하면서 계면쩍어했다.
20대는 달랐다. 30대 참석자 3명이 직접 경험하거나 가까운 선배에게서 경험을 전수받은, 그래서 정서적 공감대의 고리가 된 ‘87년’이 20대 참석자 8명에겐 ‘역사’였다. 장철수(22)씨는 “근대사를 책으로 보면 민주화운동에 대한 평가가 다르더라. 완벽한 승리라고 보는 사람들은 없고 선생님은 7할의 승리라고 했다”고 말했다. 정경호(20)씨는 민주화운동의 성과를 논하는 대목에서 “라는 책을 통해 봤다”고 했다. 천태우(24)씨는 “87년 민주항쟁은 잘 모르지만 사회운동을 하시는 분들이 요즘 젊은 세대가 투쟁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비판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지역 분열 구조에서 다중 분열 구조로?
30대 중·후반과 20대 초반이 10년가량 차이가 나지만, 경험을 통한 ‘공감’과 독서를 통한 ‘지식’은 큰 차이가 있다. 좀 심하게 얘기하면 20대 참석자들에겐 87년 6월 민주화운동과 80년 5월 민중항쟁, 더 거슬러 올라가면 4·19혁명과 3·1운동이 시기적 차이가 있을 뿐, 역사의 격변기 정도로 여겨지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30대를 묶어주는 고리가 ‘87년’이라면, 20대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형태이긴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즉 외환위기 이후의 사회 변화가 고리로 작용하는 것 같다. 사회자가 ‘30대 이상 위로 올라갈수록 시대적 과제에 민감한 반면, 젊은 연령층(20대)은 자기 이익을 우선한다는 견해가 있다’고 하자, 서종대(27)씨는 “동의한다”면서 사회의 변화를 동인으로 꼽았다. 서씨는 “386은 배부른 세대였다. 20대가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IMF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시대 아니냐”고 말했다. 천태우(24)씨도 “IMF 이전에 취직하신 분들은 대학을 나오면 어느 수준의 취업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외환위기 이후 심해진 취업난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기중심적으로 미래를 설계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번 표적집단면접조사의 참석자들로 범위를 좁혀보면, 87년 민주화운동 20주년이면서 IMF 10주년이기도 한 2007년을 살아가는 20대와 30대는 분명 차이가 났다. 서로 다른 역사적 경험에 영향을 받고 있었다. 배철호 연구실장은 “현재의 30대가 20대였을 때 풀었던 문제가 찬반이 분명한 ○× 퀴즈였다면 현재의 20대는 여러 개의 보기에서 답을 골라야 하는 다지선다형 문제를 풀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우리 사회도 과거의 지역 균열 구조에서 본격적인 다중 균열 구조로 옮겨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미 FTA 반대에는 의견 일치
젊은 층에서의 미세한 세대 분화를 조심스럽게 점칠 정도로 20대와 30대의 인식차가 드러났지만 본격적인 분화로 이어질 것으로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 87년 민주화운동의 성과가 절차적·제도적 민주화에 그쳐 내용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피할 수 없는 대세임에도 ‘약자’인 한국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 등에서는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의견이 일치했다. 특히 한-미 FTA에 관해서는 압도적으로 반대 의견이 많았다. 조정민(39)씨는 “IMF가 그랬듯 FTA도 피해갈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고, 명기훈(35)씨도 “FTA가 우리의 바람과는 무관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정(25)씨는 “우리나라 안에서도 약한 사람들은 손해를 보고 힘 있는 사람들은 이익을 보게 되어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20대와 30대 모두 구체적인 협상 내용까지는 모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한-미 FTA가 강자의 이익을 관철하는 것이어서 달갑지는 않지만 결국 협정이 체결되는 쪽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불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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