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박진영·양현석 등 1세대 이후 잇달아 탄생한 스타 출신 CEO들…톱스타의 1인 기업도 등장했지만 ‘내실’보다는 ‘이름값’으로 부풀려져
▣ 장서윤 기자 ciel@mydaily.co.kr
최근 ‘스타 출신 연예기획사 CEO’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1995년 SM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연예인에서 경영인으로 변신에 성공한 이수만 이사를 비롯해 JYP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 이사, ‘서태지와 아이들’의 전 멤버 양현석이 세운 YG엔터테인먼트가 스타 출신 연예권력 1세대라면 최근에는 톱스타 한 명의 이름으로 움직이는 ‘1인 기업’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연예인들의 이름을 내세운 ‘연예기업’이 활성화됨에 따라 이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과 투자 행렬도 높은 편이다.
그러나 연예인들의 이름을 앞세운 연예기획사가 ‘내실’보다는 ‘이름값’으로 부풀려져 일반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에 대해 증권 전문가들은 “유명 연예인의 인기가 바탕이 된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쉽게 주목을 받지만, 기업 자체의 수익성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경우도 많으므로 여타 기업에 비해 더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국제화·사업확대 노력 중인 기획사들
10대 소년 그룹 ‘HOT’와 ‘SES’의 성공신화를 바탕으로 보아·동방신기·슈퍼주니어 등을 아시아권에 진출시킨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이사는 최근에는 고아라·윤다훈·김민종 등 연기자 육성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전 직원이 외국어 하나 이상은 기본으로 구사하는 ‘능력주의’ 인사 체제가 구축돼 있다”며 최근 대기업형의 국제화 바람에 발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성 그룹 ‘지누션’으로 시작한 양현석의 YG엔터테인먼트는 현재 세븐·휘성·거미·빅마마 등 가창력을 겸비한 가수들이 포진한 기획사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2003년 YG를 통해 데뷔한 세븐은 일본 진출에 이어 최근 문화방송 에서 연기자로 변신을 꾀하는 등 한류 스타로 자리잡았다. 이에 드라마 제작 쪽으로 눈을 돌린 YG는 지난해 한국방송 를 제작해 흑자를 기록한 팬엔터테인먼트의 지분 45만 주를 매입하는 등 사업 확대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수에서 프로듀서로 변신한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이사는 아시아를 넘어선 세계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월드 스타’ 비를 키워낸 그는 최근 “미국에서 나의 일은 한류가 아닌 미류”라는 거침없는 발언으로 이슈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박진영은 또 비뿐만 아니라 미국의 최고 프로듀서인 릴 존과의 공동 프로듀싱으로 화제를 모은 15살 여가수 민, 10대 5인조 그룹 원더걸스 등 새 ‘상품’의 발굴에도 주력하고 있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CEO는 배용준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CEO는 한류 스타 배용준이다. 이나영·소지섭·허이재 등이 포진한 연예기획사 BOF를 자신이 최대주주인 미디어 콘텐츠 그룹 ‘키이스트’의 계열사로 두고 있는 배용준은 2005년 소득 329억원에 대한 개인소득세로 97억5천만원을 납부했다. 웬만한 중소기업 부럽지 않은 액수다. 또 오는 5월 문화방송에서 방송하는 배용준 주연의 대하드라마 와 3월8일 폐막한 ‘한류엑스포’에 투자하기도 했다.
장동건도 비슷한 경로로 스타M엔터테인먼트를 세워 유상증자에 나서는 등 사업가로 한몫을 하고 있다. 현빈·신민아·공형진·이하나 등이 소속돼 있으며 올해 JYP와 함께 가수 비의 콘서트 프로모션과 영상화보집 발매를 담당했다.
이 밖에도 지난해 말 배우 이병헌은 소속사에서 독립해 ‘BH엔터테인먼트’를 세워 대표가 됐고, 올해 초 남성그룹 신화의 멤버 에릭도 전 소속사인 굿이엠지에서 나와 ‘탑클래스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를 세웠다. 영화배우 박신양도 지난해 말 ‘시너지 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를 직접 차렸다. 또 배우 이영애는 소속 연예인이 자신뿐인 ‘도어 엔터테인먼트’에서 직접 매니저를 고용해 혼자 활동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직접 매니저에게 월급을 주고 광고 수입 등은 정해진 계약에 따라 분배하는 형태다.
개그계에는 개그듀오 ‘컬투’(정찬우·김태균)가 설립한 ‘컬트엔터테인먼트’가 있다. 김미려·김재우·김경욱·김주현·정주리 등 방송 3사 개그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는 개그맨 약 80여 명이 소속된 컬트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음반, 포털 사이트 개그 콘텐츠 제작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연예 매니지먼트사인 ‘젤리박스’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고 개그 프로그램의 공동 제작에 나서는 등 방송 제작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젤리박스는 등을 제작한 드라마 외주 제작사 ‘초록뱀미디어’의 김광일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다. 이에 따라 컬트엔터테인먼트는 초록뱀미디어와 협력해 예능 관련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화려하게 증시에 진출했던 연예인들이 씁쓸한 뒷모습을 남기며 퇴장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기업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주가는 급락했지만, 연예인 대주주들은 큰 차익을 기록하는 등 부작용도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익성보다 이름값으로 부풀려진 엔터테인먼트 기업 주식의 한계”라고 분석한다.
박승대·서세원의 뒷모습도 기억해야
실제로 지난 3월6일에는 개그맨 출신 박승대씨가 태화일렉트론 보유 지분을 매각하고 최대주주 자리를 내줬다. 박씨는 20억원의 차익을 거둔 반면 주가는 4.57% 폭락했다. 개그 전문 기획사 ‘스마일매니아’를 설립한 박씨는 2005년 태화일렉트론 지분 14.6%를 사들여 코스닥시장에 우회 상장했지만, 경영진과의 갈등을 겪는 과정에서 2006년 6월 이사 선임에 실패한 뒤 최대주주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에 앞서 3월5일에는 2005년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던 서세원씨가 초라하게 퇴장했다. 서씨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10억원 규모의 ‘닛시엔터테인먼트’ 주식 140만 주(5.21%)를 모두 처분했다. 서씨는 한때 ‘서세원미디어그룹’을 통해 유명 연예인들을 영입해 주목받았지만, 적자 누적 등으로 지난해 말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서씨는 현재 회사 자금 횡령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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