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Y와 합병 이후 김성주도 합류하며 공룡화된 연예기획사 팬텀에 쏠리는 눈…소속된 스타 MC·작가로 외주 제작 나서며 방송사 위협하는 권력이 될까
▣ 장서윤 기자 ciel@mydaily.co.kr
“향후 6개월간 방송사와 팬텀이 어떤 관계를 구축하느냐가 이후 방송계의 판도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각 방송사 예능 프로듀서(PD)들은 ‘일단 지켜보자’는 태도지만 이번 팬텀과 DY의 합병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모 지상파 방송사 8년차 예능국 PD)
지난 3월2일 팬텀엔터테인먼트그룹(팬텀·대표 조수봉)과 DY엔터테인먼트(DY·대표 신동엽, 심우택)의 합병에 이어 6일 김성주(35) 전 문화방송 아나운서의 팬텀행이 알려짐에 따라 방송계는 초긴장 상태다. 아직 가시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지만 이번 합병으로 팬텀은 대규모 스타군단을 보유한 최대 연예기획사 싸이더스HQ에 버금가는 덩치를 키우게 됐다. 싸이더스HQ가 소속 배우와 자체 제작 역량으로 영화·드라마 분야를 움직이는 ‘힘’을 갖췄다면, 이번에는 쇼·오락 부문에서 공룡화된 팬텀의 공세가 가속화하리라는 예측이다.
스타 MC·작가 활용해 콘텐츠 제작도
2일 자회사인 도너츠미디어(옛 팝콘필름)를 통해 DY를 인수·합병한 팬텀은 유재석, 신동엽, 강호동, 김용만, 강수정, 김성주, 이혁재, 박경림, 신정환, 윤종신, 노홍철, 윤정수, 유정현 임백천, 지상렬 등 국내 간판 MC 대부분을 보유하게 됐다. 이들은 현재 문화방송 , SBS , 한국방송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 거의 대부분의 지상파 방송 예능 프로그램의 진행(공동진행 포함)을 맡고 있다.
더군다나 팬텀과 DY는 이미 합병 전에도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을 외주 제작해왔다. DY가 SBS 을, 팬텀이 문화방송 과 SBS 등을 외주 제작해온 것. 특히 DY는 지난해 10월 케이블 종합오락채널 tvN을 출범시킨 CJ미디어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등의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하는 등 tvN의 매니지먼트, 콘텐츠 유통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그래서 이미 케이블 업계에서 DY를 합병한 팬텀의 힘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팬텀은 자회사인 도너츠미디어를 통해 문은애, 이미선, 박현숙, 유희선, 육소영씨 등 국내 최고의 예능 작가 5명과 3년간의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문은애씨는 등 대표적인 인기 예능프로를 만들어낸 바 있다. 이미선씨 역시 등의 작가로 방송 3사에서 활약한 스타 작가다. 도너츠미디어는 이런 작가 영입에 대해 “모회사인 팬텀과 자회사인 DY에 소속된 강호동, 신동엽, 유재석 등 막강 MC들을 활용해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 국내외 방송사에 판매하는 것과 아울러 모바일과 와이브로, IPTV 등을 통한 서비스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주 제작과 PPL 확보에 노력 기울여
이처럼 팬텀은 DY와의 합병을 신호탄으로, 스타급 MC들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예능 작가들을 영입해 자체 제작력을 키워 예능 프로그램의 외주 제작과 간접광고(PPL)를 통한 수익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로 팬텀은 2일 합병을 발표하면서 “X맨 등의 프로그램이 일본, 중국에 수출돼 제2의 한류 콘텐츠로 급부상하고 있어 방송 노출을 통한 간접광고 시장이 크게 늘어나 안정적인 수입원이 되고 있다. 특화·전문화를 통한 콘텐츠 제작, 유통의 시너지가 탄탄한 매출로 이어지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팬텀과 같은 거대 연예기획사들이 외주 제작과 PPL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연예인들의 출연료만으로는 큰 수익 모델을 창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직접 방송 콘텐츠를 제작·유통·판매하고 그로 인한 간접광고 수익을 올리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한다. 그래서 지상파 방송사와의 충돌도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외주 제작이 지나치게 많아질 경우 연예인들의 출연료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지상파 방송사 PD들의 인력 유출이 심해지는 등 방송사의 정체성 위기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는 게 각 방송사 예능국의 입장이다. 실제로 드라마 부문의 경우 외주 제작사와 방송사 간의 균형관계가 역전돼 2006년 방송 3사 자체 제작 비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지고, 지상파 방송사 PD들의 인력 유출이 심각해지는 등 문제를 겪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화방송 예능국의 한 중견 PD는 “인기 MC들의 영향력은 이미 연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며 “거대 기획사가 몸집을 불릴수록 이런 경향은 만연하고 방송사가 설 땅은 좁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SBS의 또 다른 예능 PD는 “현재는 방송사 PD들이 대부분 인사권과 예산권을 쥐고 있는 상태에서 외주 제작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거대 MC 군단을 앞세운 팬텀이 이른바 본격적인 ‘전체 외주’(외주 제작사가 방송사로부터 일정 시간대를 편성받아 프로그램 제작의 전권을 행사하는) 방식을 시도할 경우 방송사는 걷잡을 수 없는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실제로 팬텀은 SBS , 문화방송 등 방송 3사 간판 예능 프로그램을 전체 외주 제작하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룡화된 팬텀의 방송사 위협은 과장”
그러나 이를 비단 ‘위기’로만 볼 문제는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인기 MC에만 의존하는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 제작 관행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SBS 예능국의 김태성 책임 프로듀서(CP)는 “현재 예능 프로그램은 지나치게 스타 MC에게 의존하는 감이 있다”며 “그보다는 특화된 아이디어와 전문화 노력에 힘써 경쟁력을 키워야 할 때”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 대형 기획사의 경우 편성권이 방송사에 있는 이상 ‘을’의 입장임을 강조한다. 팬텀 예능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지상파 방송사에서 편성권, 출연권을 쥐고 있는 한 우리에게 큰 권한은 없다”며 “팬텀이 공룡화돼 방송계를 위협한다는 것은 다소 과장된 표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기획사의 8년차 매니저도 “기획사의 규모가 커지더라도 결국 기획사는 방송사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며 “이는 이웃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진단했다. 대형 기획사 주도의 콘텐츠 생산이 침체된 방송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예능 프로그램의 전성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예측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팬텀과 DY의 합병을 둘러싸고 방송계 내·외부의 반향은 적지 않아 보인다. 약 6개월~1년 뒤, 팬텀을 중심으로 방송계에 새로운 지도가 그려질지 아니면 지나친 기우로 판명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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