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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인’근혜와 ‘실무’명박

등록 2007-02-15 00:00 수정 2020-05-03 04:24

대중적 인기·개인기 넘어 조직 싸움을 이끌며 캠프에서 뛰는 사람들…정수장학회로 맺은 인연 등 오랜 경륜, 능력 위주의 젊은 활력이 대비돼

▣ 최은주 기자 flowerpig@hani.co.kr
▣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서석준(12대 부총리, 1983년 버마 아웅산 묘소 폭발로 사망), 현경대(전 한나라당 의원), 나 이렇게 정수장학회 1기 장학생이었지요. 당시 수석자들에게 장학금을 줬고, 난 서울대 대학원 시절에 장학금을 받았어요. 정수장학회 출신자들로 구성된 상청회에는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많이 있지요. 박 대표랑은 여의도연구소장 인연도 있지만, 그런 인연도 있으니까.”(김기춘 한나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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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 시절의 사람들

‘그런 인연’이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각별한 인연을 뜻한다. 김기춘 의원이 말한 것처럼 ‘박근혜를 위해 뛰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박 전 대통령과 그런 인연으로 맺어졌다. 박 전 대표를 위해 3만 명의 상청회 회원을 관리하는 김기춘 의원과 캠프 외곽 조직인 ‘한강포럼’ 회장으로 활동하는 현경대 전 한나라당 의원은 정수장학회 1기 출신이다. 박 전 대통령의 은덕을 입은 사람들이 그 인연의 끈을 딸 세대까지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김기춘 의원은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 시절에 영부인인 육영수씨를 저격한 문세광의 자백을 받아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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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의 총괄을 맡았고, 지금은 캠프에서 직능 조직을 담당하는 허태열 한나라당 의원도 1970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박 전 대통령 때 청와대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박종근 의원은 박 전 대통령 시절 경제기획원에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직접 나서 캠프 일을 돕고 있지는 않지만 박 전 대표에게 많은 조언을 하는 사람들도 박 전 대통령과 깊은 인연이 있다. 안병훈 전 조선일보사 부사장을 박근혜 캠프의 좌장으로 추천한 최필립 전 리비아 대사는 1974년 청와대 비서관을 역임했고 현재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박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장인 이한수 전 서울신문사 사장과 최필립 전 대사는 박 전 대표가 그 누구보다 신뢰하는 이들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과의 악연이 박 전 대표와의 좋은 인연으로 바뀐 경우도 있다. 캠프에서 기독교를 담당하는 이경재 의원의 경우 기자 시절 유신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와 란 책을 써서 판매가 금지됐다. 그러나 이 의원은 “개인적으로는 2002년 탄핵 정국에서 여당 후보 지지율의 반토막에 불과했던 나를 구해준 박 전 대표에게 고마움을 느껴 돕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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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훈 본부장과 박 전 대표의 인연도 재미있다. 안 본부장이 정치부장으로 있을 때 중앙정보부에서는 안 부장에게 해임 압력을 가했다. 이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한 박 전 대표가 아버지에게 간청해 해직 시도를 무마시켰다. 이명박 전 시장과 지지율 차이가 벌어지는 와중에도 박근혜 전 대표를 돕겠다고 나선 안 본부장의 결단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이처럼 박근혜 캠프는 오랜 시간 쌓여온 신뢰와 끈끈한 인연으로 구성돼 있다. 박 전 대표에 대한 이들의 충성심은 높은 편이지만, 과거 아버지 세대의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대부분 나이가 많고 상당히 보수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안 본부장이 69살, 허태열 의원이 63살, 이병기 고문이 60살로 캠프의 주력들이 50~60살이다.

반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경우 박 전 대표처럼 오랫동안 동고동락해온 동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 전 시장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이 적극 돕고 있고, 종교계에서는 김진홍 두레교회 목사가 막역한 친구 사이일 뿐 그 외에 끈끈한 인연은 찾아보기 어렵다.

박 전 대표의 또 다른 주요 인맥은 대표 재임 시절 당직을 맡았던 영남권 출신 의원들이다. 일정을 담당하는 유정복 의원과 정책·메시지를 맡은 유승민 의원은 대표 비서실장을 지냈다. 박근혜 캠프의 대리인 자격으로 경선준비기구에 참여하고 있는 김재원 의원은 기획위원장을 맡았었다. 김정훈 의원은 전략위원장으로, 심재엽 의원은 지방자치위원장으로, 서상기 의원은 정책개발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각각 활동한 바 있다. 캠프에서 정책과 부산 지역 관리를 담당하는 서병수 의원은 정책위의장을, 캠프 조직을 담당하는 김무성 의원과 허태열 의원은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김무성 의원은 “사무총장직을 맡기 전까지 박 전 대표와 사적인 대화를 나눠본 적이 거의 없었지만, 함께 일하면서 가까워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당 대표를 했기에 당직을 맡았던 의원들과 가까워질 수 있었고, 캠프에서 의원들이 실무까지 도맡아서 하는 ‘의원 중심의 캠프 체제’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게 됐다.

소장개혁파를 아우른 이명박 캠프

반면 이명박 캠프는 실무진 중심으로 운영된다. 물론 이재오 최고위원이 캠프의 2인자로서 사실상 캠프를 총괄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박근혜 캠프의 안병훈 본부장처럼 적극적인 역할은 아니다. 이명박 캠프에서는 조해진 공보특보, 정무·기획을 담당하는 권택기씨, 조직을 총괄하는 박영준 전 서울시 정무보좌역 국장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정태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인터넷과 팬클럽 관련 업무를, 강승규 전 서울시 홍보기획관은 홍보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386세대로 1980년대 초·중반 학번이고 한나라당의 이념 스펙트럼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왼쪽에 있다는 것이다. 실무진들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의원들 중에서도 박형준·이성권·진수희 의원 등 ‘수요모임’을 기반으로 활동했던 소장개혁파 대부분이 이명박 캠프에 합류한 점도 박근혜 캠프와 구별되는 점이다. 박근혜 캠프는 시·도 등 지역별 관리를 해당 지역구 의원들이 각각 맡는 반면, 이명박 캠프에서는 지역에 있는 대학 교수나 변호사·의사·기업인 등 전문가들이 담당한다.

캠프의 구성원들이 다르다보니 분위기도 차이가 난다. 박근혜 캠프는 안병훈 본부장을 주축으로 위계질서가 있는 반면, 이명박 캠프는 좀더 자유로운 편이다. 이명박 캠프에서 정무·기획을 총괄하는 정두언 의원은 “회의 때에도 자리를 정하지 않고 먼저 오는 순서대로 앉고, 격식이 없이 실무 위주로 운영되는 것이 이명박 캠프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직접 면접 대 주변 추천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 캠프의 차이는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성격과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전 시장은 실무형 사람들도 본인이 직접 면접하고, 필요한 사람이라고 판단되면 먼저 도와달라고 적극적으로 요청한다. 반면 박 전 대표의 경우 함께 일해본 경험이 있거나 주변 사람들의 추천한 이를 고른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박근혜 캠프에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후보를 도왔던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병기 전 여의도연구소 고문이 이 전 후보의 특보로 일했고, 김성완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상근 보좌역이었다. 조인근 메시지팀 팀장도 이 전 후보의 메시지와 연설문을 담당했다. 방석현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와 차동세 경희대 교수도 이 전 후보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다. 이에 대해 김성완 부대변인은 “유승민 이혜훈 최경환 의원 등이 이회창 전 후보의 특보로 일을 했기 때문에 당시 함께 일했던 실무자들과 다시 호흡을 맞추게 됐고, 실패는 했지만 대선 경험을 갖고 있어 캠프에서 부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륜 있는 안정형이 필요할까, 젊은 활력형이 더 좋을까? 돈독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 신뢰형이 나을까, 철저한 능력주의가 우선일까? 판단을 내리기도 전에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치열한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지금부터는 후보의 개인기나 대중적 인기가 아닌 조직 싸움이다.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인가? 캠프를 자세히 관찰하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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