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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중앙’에 제호 오타?

등록 2007-01-16 00:00 수정 2020-05-03 04:24

‘설쳐댄다, 제정신’… 과감한 표현에 대략난감인 용감무쌍함까지 ‘특별한 899호’…편집위원 중 삼성그룹과 특수 관계인 에서 이력 쌓은 이가 6명이나 돼

▣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t@hani.co.kr

“…현 열린우리당의 파열음은… 전혀 다른 시각에서 보자면 대권 후보로서 승산도 없는 김근태 당 의장, 정동영 전 의장, 천정배 의원 등이 대권욕에 사로잡혀 ‘설쳐대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제899호의 얼굴인 커버스토리는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증오감으로 가득 차 있다. ‘2012년 부활을 노리는 노무현의 속셈’이란 제목을 단 이 기사에는 ‘설쳐댄다’는 식의 표현이 서슴없이 등장한다. 그것도 제3자의 발언을 전하는 방식이 아니고 기자 스스로 한 표현이다.

이게 기사면 파리는 새다

이런 대목도 있다. “노 대통령은 과연 그의 말마따나 ‘제정신’일까, 아니면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진 것일까. 만약 당신이 그렇게 본다면, 아주 순진하다.” 기사에는 “(노무현 대통령은) 여차하면 고향인 봉하마을에서 기초의원이라도 할 사람이다”는 과감한 전망까지 붙어 있다.

커버스토리를 쓴 이는 ‘김행 편집위원·여론조사 분석 전문가’로 돼 있다. 기자들의 파업을 앞두고 회사 쪽에서 긴급 투입한 편집위원 16명 가운데 한 명인 김 위원은 여론조사 전문위원으로 일하다가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정몽준 후보 진영의 대변인을 맡았던 정치인 출신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정몽준씨의 불편한 관계를 감안할 때 ‘정치 보복성’으로 읽힐 수도 있는 기사다. 편집장을 지낸 서명숙씨는 에 실은 글에서 “노 대통령의 속내를 당사자도 놀랄 수준으로 자신 있게 예언해놓았다”며 “이번엔 무속인? 현란한 변신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고 꼬집었다. 파업에 가담하고 있는 고재열 기자는 “이게 기사라면 파리가 새고, 모기가 차세대 전투기다”고 일갈했다.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아온 평소의 과 다른 대목은 커버스토리뿐이 아니다. 제호 위에 눈에 띄게 소개된 기사 ‘류근일 특별 인터뷰 “증오심은 통치 원리 아니다”’도 그런 부류로 꼽을 수 있다. 언론인으로 소개된 류씨는 주필을 지냈으며 현재 극우 성향 단체인 자유주의연대 고문을 맡고 있다. 인터뷰에서 스스로 밝혔듯이 류씨는 “(노무현 정권에 대해) 상당히 격앙된 글을 써”온 것으로 유명하다.

신문법 개정안을 다룬 사회면 기사는 ‘조·중·동 잡으려다 친여 매체 죽인다’는 제목 아래 언론 개혁의 필수 과제로 꼽히는 신문법과 신문유통원의 취지를 깎아내리고 있다. 신문법과 신문유통원에 대한 견해는 각자 다를 수도 있겠지만, 조선·중앙·동아를 뺀 나머지 언론을 ‘친여 매체’라고 규정하는 용감무쌍함은 시쳇말로 ‘대략 난감’이다. 이 기사를 쓴 윤명중 한국언론인포럼 회장은 광고국장, 판매국장을 지낸 것으로 파악됐다. 인물정보란에 따르면 그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교우가 깊다고 한다. 기사의 순수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고맙지! 파업 이유를 잘 드러내주니…

형질 변경된 을 만든 장본인들 가운데는 삼성그룹과 특수 관계인 에서 이력을 쌓은 경우가 여럿이라는 점이 특히 눈길을 끈다. 김행씨를 비롯해 무려 6명의 위원이 출신으로 파악됐다. 김국후(전 부국장), 김재혁(전 편집국 부국장), 김주만(전 사진부장), 이두석(전 사회부장), 이재명(전 부장) 위원이 그들이다. 윤명중씨, 최훈 정치 부문 부장대우 등 필자로 참여한 이들 중에도 고리가 발견된다. 노보는 이런 사실을 빗대 “899호는 하자투성이 짝퉁 이며, 의 탈을 쓴 ‘주간중앙’이다”고 비꼬았다. 사태의 빌미가 삼성 관련 기사였다는 점, 파업 기자들의 대척점인 금창태 사장이 사장을 지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문정우 기자는 899호를 보고는 “고맙지! 성명서 100번 쓰는 것보다 우리가 왜 싸우고 있는지, 그리고 금창태 사장이 우리한테 뭘 강요해왔는지 잡지에 잘 드러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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