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 과정 전혀 없이 기정사실 돼가는 전투병력 포함한 400여명 레바논 파병…현지는 이스라엘·헤즈볼라가 UN군에 비판적인데다 정파 갈등도 위험수위 넘어
▣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특전사 중심의 전투병력 270여 명과 의무·수송·행정 등 지원병력을 포함해 400여 명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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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파병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입을 모아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파병군의 규모와 형식에 대한 구체적인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파병에 대한 공론화 과정은 전무했는데도 말이다.
1978년 이후 임무 중 숨진 병사 249명
한국군의 레바논 파병은 지난 8월11일 유엔 안보리가 내놓은 결의안 제1701호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급격히 늘면서 당시 안보리는 △교전 즉각 중단 △이스라엘군 철수 △헤즈볼라 무장해제 등을 뼈대로 한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결의안은 또 레바논 평화유지군(UNIFIL)의 병력 규모를 1만5천 명 늘리기로 하고, 모든 회원국의 참여를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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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주도의 평화유지 활동이란 점에서 이라크 파병과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레바논 파병 역시 만만찮은 논란을 부를 전망이다. 이미 ‘파병반대 국민행동’을 중심으로 시민사회 진영에서 “유엔군 파병은 레바논의 평화에 기여하기보다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패권적인 대중동 정책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레바논 주둔 유엔 평화유지군은 1978년 3월 유엔 안보리 결의안 425·426호에 따라 처음 구성됐다. 당시 결의안은 레바논을 침공한 이스라엘군의 철수와 국제적 평화·안정 복원, 레바논 정부의 역할 회복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그해 3월23일 평화유지군 1진이 레바논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평화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1982년 6월 이스라엘군은 ‘갈릴리의 평화’라는 작전명 아래 레바논 남부지역을 다시 침공했고, 이어 작전명 ‘책임’(1993)과 ‘분노의 포도’(1996)가 뒤따랐다.
지난 2000년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에서 철군을 완료한 뒤에야 유엔 평화유지군의 ‘평화’가 찾아왔지만, 산발적인 ‘국경 분쟁’은 끝없이 이어졌다. 그러던 올 7월 이스라엘은 다시 레바논 전면 침공에 나섰다. 당시 유엔군은 보급품 수송로가 끊기면서 어려움을 겪었고, 이스라엘-헤즈볼라 양쪽의 공세에 끼어 스스로를 보호하는 데 급급해야 했다. 침공 초기인 7월24일 는 현지 유엔군 관계자의 말을 따 “교전의 한가운데 붙잡혀 있다”고 전한 바 있다. 1978년 이후 지금까지 레바논 현지에서 임무를 수행하다 목숨을 잃은 유엔 평화유지군 관계자는 병사 249명을 포함해 모두 258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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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전의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모두 유엔군 주둔에 비판적인 것도 심각한 문제다. 이스라엘 쪽은 “헤즈볼라에 대해 좀더 강경한 태도를 취하든지 아니면 철수하라”고 압박하는 반면, 헤즈볼라 쪽에선 유엔군이 이스라엘을 비호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레바논 정정도 갈수록 불안해지고 있다. 11월 들어 연립정부에 참여해온 시아파 각료 6명 전원이 잇따라 사임하면서 정치적 위기가 높아진데다, 11월21일엔 마론파 기독교 정파 출신인 피에르 게마일 산업장관이 ‘마피아식’으로 암살되면서 정파 간 갈등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그들의 임무란 “할 수 없고 하지 않을 일”
이런 소용돌이의 한가운데 유엔 평화유지군이 위태롭게 자리잡고 있다. 영국 의 중동전문 기자 로버트 피스크는 “유엔군에겐 이스라엘 보호라는 할 수 없는 일과, 헤즈볼라 무장해제라는 하지 않을 일이 맡겨져 있다”며 “게다가 알카에다는 이미 (레바논 주둔) 유엔군을 공격할 것이란 위협을 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11월20일 현재 레바논 평화유지군은 21개국에서 파병된 8028명의 병력을 포함한 군사요원 9922명과 53명의 군사 감시단원, 97명의 다국적 민간요원과 현지 직원 308명으로 이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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