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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대국’ 일본이 진군한다

등록 2006-11-15 00:00 수정 2020-05-03 04:24

최북단 홋카이도에서 최남단 오키나와까지 3500km 자위대 보고서 …이미 아시아 최강 군사력, 상투적인 ‘군사대국화’는 옛말일지도…

▣ 편집자

북한의 핵실험 국면에서 가장 큰 이익을 챙기는 나라는 일본이다. 특히 아베 신조 총리 정권은 국내 정치에서 반사이익을 톡톡히 거두고 있다. ‘평화헌법’ 개정에 대한 토대만 닦을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아베 정권은 출범 한 달 만에 헌법 개정을 정면으로 거론하는 정공법을 구사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이 문제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제대로 따져보지 못하고 있다. 동북아시아 정세를 규정할 결정적인 변수임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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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의 근현대사를 되돌아보면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할 때마다 조선반도를 그 ‘근거’나 ‘이유’ 또는 ‘구실’로 삼았다. 북한 핵 이슈 역시 이런 관성법칙의 연장선에 있다. 은 녹색연합 서재철 국장이 지난 9월 말부터 한 달 동안 일본의 최북단 홋카이도에서 최남단 오키나와까지 3500km를 옮겨다니며 취재한 ‘일본 자위대 군사력의 실상’을 싣는다. 일본 당국의 보안 조처 때문에 부대 내부를 샅샅이 둘러보지 못한 한계를 인정하더라도, 주요한 자위대 기지를 전부 르포한 것은 한국 언론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홋카이도는 냉전 시절 자위대가 강화되는 발판이자 디딤돌인 곳이다. 옛 소련을 상대로 일본 자위대의 항공전력과 육상전력이 집결되고 현대화되면서 패전국이라는 멍에를 실질적으로 벗고 웬만한 국가의 군대를 훨씬 능가하는 군사력을 보유할 수 있는 물리적 토대였다. 삿포로부터 와카나이까지의 홋카이도 자위대 기지가 자위대 성장의 터전이었다면 도쿄를 중심으로 한 관동지역은 자위대의 현재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방위청을 비롯해 제복을 입은 이들의 중추가 도쿄와 그 근처에 집결해 있다. 특히 제국군대 시절부터 전통적으로 해군력이 강했던 일본은 여전히 해상전력이 막강하다. 요코스카 해상자위대 사령부와 아쓰기 항공기지에서 그 실체를 더듬어봤다. 오키나와는 자위대의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곳이다. 미군기지의 땅으로만 알려진 오키나와에 뜻밖에 자위대의 주요 전력이 포진해 있었다. 가까운 미래에 자위대의 핵심 전력이 집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북아의 군비경쟁은 현실화했다. 이번 취재는 자위대에 대한 전면적인 해부의 시작이라고 할 만하다. 그리고 더 심층적이고 입체적인 추적이 잇따라야 한다는 게 취재의 결론이기도 하다. 일본은 아시아 최강의 군사력으로 평가받는 자위대로 이미 ‘군사대국’의 지위를 획득했다. 대한민국 사회의 상투어구인 ‘일본의 군사대국화’라는 표현은 실제로는 ‘옛 일본’에 관한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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