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 가능성 높은 가난한 사람이 돈 없이 민사재판을 받을 수 있는 제도… 브로커 영향 막을 수는 없지만 국민들의 사법 불신을 해소하는 데는 도움
비리혐의 판사 구속
▣ 고나무 기자 한겨레 법조팀 dokko@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조관행 전 부장판사가 내린 판결에 브로커가 개입했는지를 조사해달라.”
법조 브로커 김홍수씨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차관급)에게 재판을 받았던 당사자가 8월9일 검찰에 진정서를 냈다. 박아무개(54)씨는 진정서에서 “2004년 소송가액이 2억3천여만원인 매매대금 소송 과정에서 상대방이 위조 전표를 제시했는데도 재판부가 이를 묵인하고 재판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조 부장의 잘못된 판단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최근 패소한 당사자가 법정에서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변하는 일도 벌어졌다. 법관들은 이런 일들이 ‘사법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형사재판의 국선변호인 제도와 비슷
과거의 법조 비리와 달리 시민들이 더 큰 충격을 받은 것은 조 전 판사가 관여한 혐의를 받는 재판이 대부분 가처분 등 민사·행정 재판이었다는 데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하창우 공보이사는 “‘전관예우’등 지금까지 사법개혁 논의는 형사재판에 집중돼 있었는데 이번 사건은 주로 민사재판과 관련됐다는 점에서 국민들이 충격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리 혐의를 받는 판사의 이전 판결을 모두 검사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조 전 판사는 사법연수원 12기로 1982년에 임관해 퇴임 전까지 24년간 일했다. 직위가 올라갈수록 처리 건수가 줄어드는 것을 감안해도 줄잡아 수만 건을 검토해야 한다. 나아가 법관이 자신의 양심에 따라 내린 판결을 외부에서 일일이 ‘감시’하는 것은 도리어 재판의 독립성을 해친다는 부정적 의견이 많다.
판사들의 ‘관선변호’를 막기 위해 암행 감찰을 하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지만, 그보다 구조적으로 재판 과정에서 브로커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와 관련해 많은 법조인들은 ‘소송구조’ 제도를 활성화하자고 주장한다.
소송구조는 민사재판에서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금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승소 가능성이 높을 때’ 법원이 신청 또는 직권으로 재판에 필요한 일정한 비용 납입을 유예하거나 면제해 돈 없이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형사재판에서 국선변호인 제도와 비슷하다. 민사소송법은 그 대상을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금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라고만 규정해 현재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수급 대상자 가운데 극히 일부만 혜택을 누리고 있다.
하창우 공보이사는 “갈수록 구두변론이 강조되는데도 일반인들은 법정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맘껏 표현하지 못해 답답해한다. 법조 브로커의 영향을 막을 근본적인 제도는 아니지만, 국민들의 사법 불신을 해소하고 경제적 약자들을 돕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의 되풀이돼 왔지만 문제는 예산”
그러나 소송구조 제도는 예산 문제로 크게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재판부는 예산 문제로 변호사 비용(건당 75만∼105만원)에 대한 소송구조 신청만 받아들일 뿐 인지대나 송달료 등은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2006년 을 보면 전국 법원에서 불과 1634명만 소송구조를 신청했고 이 가운데 357명만 받아들여졌다. 대법원 공보관은 “소송구조 제도를 강화하자는 논의는 해마다 있지만 결국 문제는 예산”이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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