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리베리, 잉글랜드 루니, 아르헨티나 메시, 독일 포돌스키… 노장의 노련함을 발판 삼은 스타의 발끝에 팀의 우승이 달렸다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월드컵은 어제의 스타를 보내고 내일의 스타와 만나는 자리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도 세계 축구의 어제와 내일이 교차하고 있다. 월드컵 8강 이상에 진출한 유럽과 남미의 축구 강호들에는 어제의 제왕와 더불어 내일의 군주가 반드시 있다. 월드컵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어제의 군주에 발목 잡히지 않고, 내일의 희망에 모험을 거는 편이 현명하다. 선수 기용에서 명망보다는 가능성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브라질의 우승을 이끈 주역은 당시 22살의 새별 호나우지뉴였다.
잉글랜드의 웨인 루니(19),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18),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1), 독일의 루카스 포돌스키(21), 브라질의 호비뉴(22), 이탈리아의 알베르토 질라르디노(24), 프랑스의 프랑크 리베리(23), 네덜란드의 아르연 로번(22), 스페인의 페르난도 토레스(22)…. 오늘의 월드컵은 물론 내일의 월드컵에서도 빛날 스타들이다. 2006 독일 월드컵, 새별이 떠야 우승을 한다.
내일의 지단, 마라도나의 재림
프랑스에는 오늘의 지단과 내일의 지단이 있다. ‘넥스트 지단’으로 불리는 리베리는 전광석화 같은 스피드로 그라운드를 누빈다. 리베리가 없었으면 프랑스의 예선 통과도 어려웠을지 모른다. 지단이 경고 누적으로 빠졌던 토고전에서 프랑스는 슬럼프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비록 골은 기록하지 못했지만, 리베리의 활약은 눈부셨다. 지단은 여전히 어떤 순간의 ‘클래스’를 보여주지만, 지단의 느린 발이 프랑스의 발목을 잡는 경우도 생긴다. 리베리가 동점골을 터뜨리면서 종횡무진 활약한 16강 스페인전에서 프랑스의 아트사커는 살아났다. 프랑스에는 물론 오늘의 군주인 앙리가 있다. 앙리의 활약을 ‘기본값’으로 설정하면, 리베리가 얼마나 활약을 하느냐에 프랑스의 승운이 달렸다. 프랑스야말로 지단 딜레마에서 벗어나 리베리의 다리에 희망에 걸어야 할 팀이다.
포르투갈에는 지는 피구가 있다면, 뜨는 호날두도 있다. 지단과 함께 세기 말, 세기 초의 그라운드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피구에게도 이번은 마지막 월드컵이다. 피구는 이미 2005~2006 시즌 세리에A의 인테르밀란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치면서 레알 마드리드가 너무 일찍 그를 버렸음을 보여주었다. 또 독일 월드컵 조별 예선 앙골라-이란전에서 2개의 어시스트에 1개의 페널티킥 유도를 기록하며 ‘죽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이제 피구의 원맨쇼로 승부를 결정짓기는 어렵다. 노장의 투혼에 새별의 활약이 더해져야 포르투갈의 꿈은 이루어진다. 왕위의 계승을 상징하듯, 호날두는 피구가 끌어낸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호날두는 16강전에서 비록 부상을 당했지만, 잉글랜드와 8강전에 대한 열의를 불태우고 있다. 플레이메이커 데쿠가 16강전에서 퇴장을 당해 잉글랜드와 8강전에도 출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호날두의 활약은 포르투갈의 도약에 필수적인 디딤돌이다.
아르헨티나에는 ‘마라도나의 재림’으로 불리는 메시가 있다. 사실 지난해 초까지, 21세기 센세이셔널은 아르헨티나의 메시가 아니라 브라질의 호비뉴였다. 메시는 2005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아르헨티나에 우승컵을 안기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우승의 여세를 몰아 2005~2006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메시가 보여준 활약은 눈부셨다. 메시의 소속팀 바르셀로나가 호비뉴의 레알 마드리드를 압도한 것처럼, 메시의 활약은 호비뉴의 플레이를 압도했다. 바르셀로나에서처럼 아르헨티나에서도 ‘슈퍼 서브’로 기용되고 있는 메시는 짧은 출장 시간에도 불구하고 조별 예선에서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어쩌면 메시는 실제 기록한 골과 어시스트의 수에 견줘 높은 평가를 받는 선수다. 메시의 플레이에는 팬들을 흥분시키는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그의 발놀림에는 하늘이 선물한 재능이 빛난다. 심지어 메시에게는 루니에게도 찾아보기 힘든 특별한 것이 있다. 물론 오늘의 아르헨티나는 현대 축구에서 공룡처럼 살아남은 전통적인 플레이메이커 후안 로만 리켈메(28)의 팀이다. 브라질에 견줘 객관적 전력이 뒤지는 아르헨티나가 브라질을 제치고 우승을 하려면 리켈메의 리드에 메시의 매직이 더해져야 한다. 75년생 에르난 크레스포(31)에게도 독일은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 무대다. 18살의 천재 메시는 31살의 노장 크레스포와 함께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을까?
잉글랜드의 운명, 루니 타임에 달렸는가
이제 잉글랜드의 운명은 루니의 발끝에 달렸다. 월드컵 직전에 부상을 당했던 루니는 예선을 거치면서 워밍업을 했고, 에콰도르와 16강전에서 비록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진정한 루니로 돌아온 모습을 선보였다. 루니의 투톱 파트너였던 마이클 오언(27)이 부상으로 월드컵 무대를 떠난 상황에서 루니의 활약은 강호에 맞서는 잉글랜드의 희망이다. 데이비드 베컴(31)의 오른발은 잉글랜드를 16강까지 끌어올렸지만, 16강 이후에는 베컴의 오른발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물 오른 공격수 조 콜(25)이 잉글랜드 중원의 에이스인 프랭크 램퍼드(28)의 부진을 메워왔지만, 베컴과 조 콜의 내공만으로 월드컵 정상에 오르기는 버겁다. 이제는 부상에서 돌아온 ‘루니 타임’이다. 잉글랜드가 40년 만에 우승을 한다면 루니의, 루니에 의한, 루니를 위한 월드컵이 될 것이다. 벌써 30대에 접어든 베컴에게도 메이저 타이틀은 절박하다.
독일의 루카스 포돌스키는 월드컵 전만 해도 루니, 메시 등에 견줘 낮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막상 월드컵 무대에서 포돌스키가 보여준 활약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것이었다. ‘게르만의 희망’ 포돌스키는 스웨덴과 16강전에서 혼자 2골을 넣으면서 게르만의 희망을 영광의 현실로 바꾸었다. 독일의 중원은 미하엘 발라크라는 오늘의 군주가 지휘하고 있다. 전방의 포돌스키가 중원의 발라크와 환상의 호흡을 맞춘다면, 게르만의 영광이 안방에서 재연될 가능성은 상당하다.
이탈리아에 독일 월드컵은 델피에로(32)에게 작별을 고하고, 질라르디노의 등장을 알리는 무대다. 루카 토니와 투톱을 이루는 질라르디노의 득점이 많이 터져나와야 이탈리아의 골가뭄도 해결된다. 이탈리아의 는 오스트레일리아와 8강전에서 후반 시작과 함께 리피 감독이 질라르디노를 뺀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희망을 거세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질라르디노에게 거는 이탈리아의 기대는 크다. 브라질의 호비뉴도 출장 기회만 얻는다면 언제든지 ‘사고’를 칠 수 있는 재목이다. 비록 16강에서 고배를 마시기는 했지만, 스페인의 토레스와 네덜란드의 로번은 그들의 커리어 동안 메이저 타이틀을 따낼 가능성이 충분한 선수들이다. 지는 스타의 투혼은 팬들의 눈물을 떨구지만, 뜨는 스타의 활약은 조국에 월드컵을 안겨준다. 더구나 호나우지뉴가 지휘하고, 카카가 연결하고, 호나우두와 아드리아누가 마무리하는 브라질 사중주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새별들의 매직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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