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희 성추행’과 ‘황제 테니스’로 실수 연발하며 오르락 내리락 시소놀이… 서로 이미지 갉아먹으며 치고받지만 어떤 사건도 구도 흔들 만한 변수 못 돼
▣ 류이근 기자/ 한겨레 경제부 ryuyigeun@hani.co.kr
정치는 시소게임이다. 한쪽이 오르면 다른 한쪽이 내려가는 운동성을 띤다. 정치란 혼자가 아니라 상대가 있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대선주자들의 경쟁도 같은 원리다. 지난 1년 동안 이명박 서울시장의 지지율 상승의 반대편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하락이란 반작용이 있었다. 이제 시소의 높은 쪽에 이 시장이 앉아 있다.
의원들, 두 사람의 눈치를 살핀다
시소가 오르내리는 것에 따라 한나라당 내부의 역학 구도도 조금씩 변해왔다. 박근혜가 우위에 있을 때 당의 역학 구도는 친박(박근혜)과 반박으로 거의 모든 것들이 설명됐다. 박근혜 중심으로 당은 움직였다. 이제 이명박 중심이다. 전여옥·유승민 의원과 함께 친박 ‘삼총사’인 김무성 전 사무총장은 지난 1월23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이 ‘이명박 대세론’으로 가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 지난해 여름부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이 시장이 비교 우위에 섰다. 당내 역학 구도도 친박과 반박이 아닌 친이(이명박)와 친박의 대립 구도로 짜이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의 사학법 개정 무효화 투쟁 과정에서 이명박계로 불려온 이재오 의원이 김무성 전 사무총장을 누른 것은 이명박 중심의 역학 구도로의 변화를 공식화한 신호탄이었다. 그렇다고 이 시장의 의지가 투사돼 당이 움직인다는 것은 아니다. ‘반박=비주류=이명박계’로 상징되던 세력이 당의 주류가 됐다는 세력 관계의 변화를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황제 테니스’ 논란이 이명박 대세론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체로 황제 테니스 논란이 그리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그만큼 이 시장에 대한 기대와 지지에도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진영 의원은 “당내에서 이것 때문에 의원들이 동요하거나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이 시장 중심의 역학 구도가 흔들릴 만한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대부분의 의원들은 자리를 지키면서 눈치를 살피고 있다고 봐야 한다. 박근혜 대세론에서 ‘흑기사 모임’ ‘흑장미 모임’ ‘친박’ 등의 모임과 짝짓기를 통해 시류를 타고 있다가 박근혜가 국가 정체성 논쟁과 사학법 투쟁의 와중에서 상처를 입자 거리를 두기 시작했던 것처럼, 이 시장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면 순간 쉽게 돌아설 수 있다. 정두언 의원은 “의원들이라는 게 시류에 왔다갔다 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명박이 대세론이지만 내년 초 경선까지 상황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지금의 대세론이라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와 이명박 둘의 경쟁은 최근엔 경쟁을 통한 덧셈 효과가 아닌 뺄셈 효과를 내고 있다. 둘 다 실수를 연발하고 있다. 황제 테니스로 이 시장이 곤욕을 치렀다면 박근혜 대표는 최연희 의원의 기자 성추행 파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행정수도 이전 등 정책적 차별화를 통한 둘의 경쟁은 지난 연말부터 양쪽의 노골적인 감정 대립으로 번졌다. 이 시장은 지난해 12월 수요모임 주최의 대학생아카데미에서 “국가 정체성에 대한 얘기를 하는데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전세계에서 누가 지금 그런 얘기를 하느냐”고 불을 질렀다. 지난 3월에는 최연희의 성추행 등을 싸잡아 “(한나라당은) 해변가에 놀러온 사람들 같다”며 “이(재오) 원내대표가 아니었으면 아직까지 사학법 투쟁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라며 박 대표의 속을 박박 긁었다. 박 대표가 “어려운 당을 희생 삼아 ‘개인 플레이’를 하는 사람이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대외용으로 서로 ‘협력 관계’라고 밝히고 있지만, 양쪽 다 이미지를 갉아먹는 네거티브 전략에 걸터앉았던 셈이다.
이와 박의 물밑 싸움도 본격화했다. 박 대표 쪽에서 최근 대선 캠프를 위한 사무실을 내면서 비례대표 의원 한 명과 같이 일하자고 제의했다. 그 의원은 거절을 했다. 얘기를 전해들은 정두언 의원은 “박 대표가 물밑에서 계파를 만들고 줄세우기를 한다. 이것은 불공정한 게임”이라고 비난했다. 당 대표직을 본인의 대선 가도에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다. 친박 쪽 인사들의 생각은 또 다르다. 이 시장 쪽이 노골적으로 이명박계 의원들을 활용해 계파를 만들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당 한쪽에선 제3후보론 솔솔
이와 박이 마이너스 게임을 하고 있는 사이 당 한쪽에선 제3후보론도 솔솔 피어오르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인사는 “1, 2등의 후보가 흠집이 날수록 손학규와 같은 제3의 후보가 뜰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손 지사 쪽도 “정치라는 게 상대적인 게임이다. 손 지사를 이명박과 박근혜에 비교하는 것은 아직 어불성설이지만 최근 여러 가지 이유로 손 지사를 주목하는 움직임들이 싹트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과 박근혜의 2강 구도를 중심으로 한 시소게임은 경선을 앞둔 1년 동안 변수가 적지 않다. 당장 5·31 지방선거 공과가 어떻게 매겨지느냐와 사실상 이와 박의 대리전 양상이 될 7월 전당대회가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서 두 사람의 개인적인 처신의 문제까지 겹쳐져 변수로 작용한다면 시소는 거듭 오르내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쪽 다 너무 빨리 상대편이 시소에서 내려오는 것은 원치 않는다. 시소는 혼자 탈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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