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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호 오염, 남쪽으로 확산된다

등록 2006-03-29 00:00 수정 2020-05-02 04:24

갯벌의 가치가 경작지보다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깨달은 과학자의 예측… 집중호우에 침수될 가능성 크고 오염이 서남해안 전체 어장에 피해줄 것

▣ 전승수 전남대 교수·지구환경과학부 sschun55@naver.com

지난 3월16일 새만금 사업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을 듣고 나는 왜 가장 먼저 위암 장지연의 ‘시일야방성대곡’이 떠오른 것일까? 새만금 갯벌을 잃어버린 안타까움과 1905년의 을사늑약으로 나라의 주권을 잃어버린 대한국민의 마음이 같을 수 있을까? 나의 상심이 너무 지나친 것일까?

3월16일, 시일야방성대곡

1999년 여름 제주도의 작은 갯마을에서 있었던 한국해양연구원 주관의 해양환경교육에 강사로 참여했던 것이 나를 새만금이라는 ‘구렁텅이’로 끌어넣었다.

교육을 받았던 환경단체의 운동가에게 이끌려 다음해 여름부터 나는 새만금 사업의 문제점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2001년 지속가능위원회의 공개토론회에 참여하면서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해 지금까지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전 국민이 야구의 승리로 환호하던 지난 3월16일 비참한 일본인들처럼 가슴으로 울어야만 했다.

나도 원래 간척사업을 반대했던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갯벌에 대해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시절인 1985년 가을, 해남의 한 바닷가에 앉아 암석을 조사하던 중 갯벌에서 일하는 분들의 소득을 계산해보고 갯벌의 미래가치에 대해 눈뜨게 된 뒤 간척사업의 허구성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때는 누구도 갯벌의 경제적 가치를 계산하지 못했고, 국내에는 간접적인 공식 자료조차 없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서야 갯벌의 가치가 논보다 3배 이상이라는 국내의 연구결과가 나왔으며, 1997년에는 세계 최고의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에서 비로소 하구(갯벌)의 가치는 경작지의 250배이고, 일반적인 갯벌은 100배에 이른다는 보고가 있었다. 1985년 당시 언론에서 요청이 있었음에도 나는 과학자로서 공인된 연구 결과도 없이 간척사업을 반대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 뒤로 확신을 가지고 간척사업을 반대해왔으며, 특히 하구를 막는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상한 간척사업’을 반대하면서 지난 5년간 겪었던 여러 어려움에 한 점의 후회도 없다.

이제 공식적인 법적 공방이 끝나고 새만금 갯벌은 처참한 몰골이 되어 그렇게 생산성이 높았던 ‘하구 갯벌의 생’을 마감해야 하는 상황에 와 있다. 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냥 가슴으로 아파하면서 새만금을 포기해야 할까, 고통스런 가슴을 안고서라도 몇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 할까. 새만금 사업을 추진하는 쪽에 경고와 함께 우려의 관심을 보임으로써 더 큰 실패가 없도록 하는 것이 반대쪽에 섰던 사람이지만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학자로서 나의 의무라는 판단이다.

① 조류의 약화와 순환에 의한 해양환경의 폐해

새만금 방조제는 내부의 갯벌이 생명줄을 끊는 것은 물론 주변 해양에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다. 이미 멀리 북서쪽 위도와 남쪽의 곰소만 해역까지 조류가 약해져 연안 어장에 피해가 관찰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방조제가 막힌 뒤에 발생할 더 큰 문제는, 새만금호의 오염된 담수가 배출될 때 방조제 외곽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돼 해수에 희석돼야 함에도 2004년 관측자료에 근거한 한국해양연구원의 발표자료(2005)를 보면 고군산군도와 신시도 주변을 맴돌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아직 개방 구간이 열려 있어 상당량의 조수가 방출됨에도 발생하게 된다(그림 1).

갑문만으로 담수를 배출했을 경우 방조제 전면의 해양 환경이 담수와 오수로 극심하게 오염될 것이고 점차 오염이 남쪽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새만금호의 수질은 차치하고라도 이 지역의 주요 관광지이며 전북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자산인 고군산군도와 인근의 변산, 고사포 및 격포 해수욕장 등 연안수의 수질 유지는 장담할수 없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② 성층화에 의한 새만금호 수질의 급격한 악화

2003년과 2004년에 실시한 한국해양연구원의 광범위한 관측자료는 4호 방조제에 의해 해수가 차단됨에 따라 이미 새만금 안쪽에서 성층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그림 2). 아직 해수가 유입되고 있으므로 7~8월인 여름철에만 성층화가 발생하지만, 이는 갑문만으로 해수를 유통했을 경우 성층화가 1년 내내 진행될 수 있으므로 저층에 빈산소층이 형성돼 저층 퇴적물의 유기오염을 야기할 것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엄청난 경비를 들여 상류에서 정화된 물을 공급하더라도 호수의 수질이 악화돼 결국은 낙동강이나 영산강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된다.

③ 집중호우에 의한 새만금 내 경작지 침수 우려

새만금 안쪽에 조성될 경작지는 평균 고도가 해수면보다 1.5m 낮다. 이는 새만금 간척지가 해안선 근처의 펄질 갯벌을 대상으로 한 국내의 다른 간척지와 달리 해안에서 무려 20km나 떨어진 갯벌도 경작지로 간척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또 갯벌은 해안에서 1km만 떨어지면 모래 갯벌로 변하는 특성을 가지므로 새만금 간척지의 70% 이상은 펄질이 아닌 모래 갯벌을 간척하는 셈이다. 이는 논으로 조성하기에는 부적절하며 조성한 뒤에도 쌀의 생산성이 형편없을 가능성이 높게 된다.

특히 경비 문제로 인근 논의 고도인 (+)1m보다 무려 2.5m나 낮은 논을 조성하므로 20년 빈도로 내리는 220mm 강우시에도 무려 3일간이나 담수호의 물을 배출할 수 없어 논이 잠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문제점도 있다(그림 3). 최근에 빈발하는 1일 300mm 이상의 집중강우에서는 적어도 10일간은 잠길 가능성이 있다. 농촌공사가 준비 중인 전국 하구둑의 갑문 확장 계획은 최근 빈발하는 집중강우에 따른 것이므로 새만금 내부에 조성될 땅이 어떠한 목적으로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침수에 대한 사전 대비와 투자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④ 서남 해안 전체 연안 어장에 대한 폐해 우려

금강과 새만금 해역에서 공급되는 영양염은 부유물에 흡착돼 전남 목포 남단까지 연안에서 퇴적과 침식을 반복하며 이동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그림 4). 이는 장기적으로는 이 해역의 연안 어장에서 먹이원의 고갈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음을 뜻한다. 이러한 생태계 고리의 파괴로 인한 연안 어장의 폐해를 회복하기 위해 네덜란드와 같은 간척 선진국에서조차 기존 하구둑을 열거나 터널을 뚫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도 기존 하구둑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임에도 새만금 방조제에 대형 하구둑이 건설되고 있으니 과거로 회귀하는 것 같아 말을 잃어버렸다. 오히려 연안 어장을 회복하기 위해 서남해 연안에서 염습지 복원과 소규모 하구의 개방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⑤ 반대쪽에서 제시했던 신구상안에 대한 검토 필요

그동안 새만금 문제의 찬반 쪽은 좀더 열린 마음으로 토론을 전개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찬반 쪽 누구도 전북도가 잘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은 모두 동의할 것이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반대쪽에서 제시했던 신구상(그림 5)에 대해 찬성 쪽에서 깊은 검토와 고려를 해야 한다.

전북의 미래를 사랑하고 갯벌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현 시점에서 단 1%의 갯벌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토론에 적극적으로 응할 것이고 협력할 것이라 믿는다.

독일 갯벌공원, 부러워만 할 것인가

자연과학자는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마음 바탕에 깔고 있어야 하며, 분명한 자료에 의존해 자신의 주장을 제시한다. 미래에 개발될 수 있는 기술을 담보로 현재 바로 닥칠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학자의 태도가 아니다. 진정한 과학자라면 그런 기술이 개발될 때까지 기다리면서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새만금 문제도 상류의 수질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이 해결된 뒤에 방조제를 완성해야 한다. 해양 오염과 연안 어장에 대한 폐해가 우려된다면 충분한 모니터링과 실험에 의해 해결책을 함께 모색해야 하며, 문제점이 해결된 뒤에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줄기세포가 하나면 어떻고 아홉이면 어떠냐. 하나라도 있으면 되지” “어차피 이루어질 것 1년 뒤에 발표하면 어떻고, 3년 뒤에 발표하면 어떠냐”는 ‘황우석식 사고’는 진정한 과학자의 태도가 아니다. 자연환경은, 특히 갯벌과 같은 특수한 자연환경은 훼손되면 다시 돌리기 어렵다. 오랜 세월이 걸리고, 그동안 자연생태계에 또 다른 변화를 주어 완벽한 복원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전세계에서 조차가 가장 높은(>16m) 캐나다 펀디만을 막아 조력발전소를 건설하려던 캐나다의 지방정부가 계획을 포기한 유일한 이유는 “댐으로 만과 하구를 막을 경우 예상되는 생태계 변화에 대해 우리는 과학적으로 아직 잘 모르고 있다”는 단순하면서도 진솔한 것이었다. 우리는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겸손함을 배워야만 닥쳐오는 ‘환경 21세기’를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간척을 포기하고 아름답게 꽃이 피는 염습지를 복원해나가면서 아름다운 어항과 갯벌공원을 만들고 있는 독일의 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기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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