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일수록 신중하게 옮겨야 한다”는 커리어케어 신현만 사장의 조언
커리어를 브랜드로 관리… 기존 조직에 상처 주고 떠나는 일은 절대 말아야
▣ 글 길윤형 기자charisma@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신현만(45) 커리어케어 사장은 언론인 출신 헤드헌터다. 그는 <한겨레> 경제부 기자, <한겨레21> 경제팀장을 지냈고, 정보기술(IT) 전문 주간지
헤드헌팅에 대한 충격적인 경험
요즘 이직이 크게 늘었다.
헤드헌팅 업체에 있다 보면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보내오는 이력서를 살펴보게 된다. 최근 들어 신문사의 전직 국장과 부장, 중앙부처 국장과 과장급 공무원들의 이력서가 많아졌다. 변호사는 물론이고, 월급 의사들의 이력서도 많다. 직급과 직종을 막론하고, 우리 사회에서 이직은 이미 보편화됐다.
이직자들의 80%가 이직을 꿈꾼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사람들은 “당장 이직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인재 시장에서 내 학력과 경력으로 어느 정도 대우를 받을 수 있는지 평가받고 싶어한다. 이런 사람들은 좋은 조건의 회사가 나타나면 이직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지금 자리에 눌러앉는 사람들이다. 내 경험을 봐도 그렇다. 1998년 우리나라에 처음 헤드헌팅 사업이 소개됐다. 업계 취재를 끝내고 저녁에 사무실에 들어와서 헤드헌팅 업체에 이력서를 보내봤다. 그날 밤 헤드헌팅 업체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기업체의 비서실장으로 와달라”며 구체적인 연봉을 제시했다. 매우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이직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신에게 이직 계획이 있다는 게 기존 조직에 알려지는 것을 가장 꺼린다. 얼마 전 지방 도립병원에서 병원장을 뽑겠다는 모집 공고를 냈다. 예상과 달리 지원자가 없었다. 공개 모집을 할 경우 업계에 누가 어디에 원서를 냈다는 소문이 금방 퍼진다. 공기업 사장을 공개 모집한다고 공고를 내지만 지원자가 없는 것도 같은 이치다. 그 정도 자리에 갈 만한 사람은 신분이 드러날까봐 원서 내기를 꺼린다.
이직을 꿈꾸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신경써야 할 점은 무엇인가.
브랜드 관리다. 이력서를 보면, 그 사람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확연히 드러난다. 브랜드란 이런 것이다. SK에 있다가 LG칼텍스에서 현대 오일뱅크로 옮긴 사람은 정유업계에 오래 근무해 그쪽 방면에 노하우가 있다고 누구라도 인정하게 된다. 같은 업계는 아니더라도 인사나 마케팅 등 자신의 전공을 택해 한 우물을 판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쪽 사람들은 헤드헌터나 사람을 찾는 기업의 눈을 쉽게 잡아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첫 번째 이직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력 관리에 실패한 사람들의 이력서는 비슷비슷하다. 먼저, 삼성이나 LG 등 브랜드 가치가 있는 기업에서 7~8년 정도 경력을 쌓는다. 그 뒤에 그만그만한 중소기업 서너 곳을 2~3년 터울로 옮겨다니고, 40대 중·후반이 되면 자영업 쪽으로 빠지게 된다. 대기업에서 첫 번째 이직은 비교적 쉽다.
그건 그 사람이 잘나서가 아니라 근무했던 회사의 후광 때문이다. 그렇지만 두 번째 직장에서 브랜드 관리를 제대로 못하면, 첫 번째 다녔던 회사와 같은 수준의 회사로 컴백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처음과 두 번째 이직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면 만회가 안 된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쉽게 회사를 옮기는 경향이 있는데 피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하면서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능력 알아보는 평판조회
기업은 경력 사원에게 무엇을 기대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이 사람이 우리 회사에 들어와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이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장기 근속 가능성이다. 얼마 전 해양경찰청에서 사법고시 합격자 경정 특채를 하는 과정에 참여했다. “어떤 인재가 필요하냐”는 질문에 해경 쪽은 “오래 다닐 수 있는 사람”을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꼽았다. 왜 그런지 알아보니, 지난해 뽑은 경정 특채자 모두가 1년을 못 채우고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이직이 잦은 사람들은 기업에서 100% 안 받는다. 언제라도 떠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헤드헌터들은 이곳저곳 두세 달씩 옮겨다닌 경력은 아예 이력서에 쓰지 말라고 조언한다.
이직에도 매너가 있는가.
물론이다. 평판 조회의 중요성이 늘었기 때문이다. 보통 헤드헌팅의 프로세스는 이렇다. 회사 쪽에서 원하는 사람들의 자격 요건 등을 보내온다. 임원급의 경우 헤드헌팅 업체 쪽에서 자격 요건을 갖춘 사람의 이력을 15배수로 추천하고, 검토 과정에서 후보자는 3~4명 정도로 압축된다. 인터뷰가 끝나고 채용 직전에 평판 조회를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온다.
평판 조회는 한 사람의 능력을 알려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도덕성이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알아보려는 것이다. 능력은 이미 이전 단계에서 가려진다. 평판 조회를 해보면 그 사람과 관련된 별의별 얘기가 다 나온다. 서너 사람의 말을 종합하면 그 사람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전 직장 동료나 상사에게 나쁜 평가를 받았던 사람들은 절대 채용되지 못한다.
평판 조회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변수는 뭔가.
그 사람이 이직할 때 어떻게 처신했는가다. 솔직히 말해 이렇다. 정말 유능한 사람들은 회사에서 충분한 대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크게 이직을 고려하지 않는다. ‘20대80의 사회’라는 말로 표현하자면, 주로 20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이직을 결심하는 것은 상사나 동료들과 문제가 생겼을 때다. 인간관계에서 문제가 생겨 이직하는 경우 이직 과정이 매끄러울 수 없다. 사람들에게 늘 “싸우고 회사 나오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 사람이 아무리 유능하더라도 이직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면, 다른 조직원들에게 상처를 준다.
몸담았던 조직을 욕하지 말라
결국, 매너 있는 이직이란.
생각해보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한 사람이 들고 빠지려면 조직 입장에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직에 앞서 여유를 두고 기존 회사에 통보해주는 게 좋다. 그래야 업무 인수·인계가 매끄럽다. 그 시간이 짧으면 일주일, 길어야 한달이다. 왜 이직하는지 동료를 납득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가끔 이직 사유가 설명 안 되는 사람이 있는데, 평판 조회를 하면 대개 문제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물론 가장 무난한 답변은 “자기계발을 위해 이직을 결심했다”는 말이다.
몸담았던 조직에 대한 험담도 금물이다. 어찌됐든 한 사람이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는 몸담았던 회사 쪽에 빚진 바가 크다. 험담은 자신의 존재 기반을 스스로 허무는 것과 같다. 사표 내고 다음날부터 안 나오고, 전화도 안 받고, 연락도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은 평판 조회를 하면 절대 좋은 얘기 안 나온다. 결국 자기 손해고, 경력 관리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헤드헌터들이 말하는 '이직의 매너' 십계명
1. 퇴사하는 순간까지 업무에 최선을 다한다.
2. 업무 인수인계는 끝까지 책임진다.
3. 시간적 여유를 갖고 이직 사실을 회사에 알린다.
4.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반드시 마무리 짓는다.
5. 회사 기밀은 절대 입 밖에 내지 않는다.
6. 경쟁 관계에 있는 회사로의 이직은 가급적 피한다.
7. 내 속사정을 이해할 만한 동료를 하나쯤 만들어둔다.
8. 이직 사유를 솔직히 말하고 이해를 구한다.
9. 상사나 동료들과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으면 풀고 간다.
10. 떠나기동료 술 한잔 산다.
자료: 잡 코리아, 커리어케어, 인크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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