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 인사담당자 20명이 말하는 ‘매너짱’과 ‘매너꽝’이직
요즘은 경력사원 뽑을 때 ‘평판조회’… 잘못하면 경력관리에 극약
▣ 길윤형 기자charisma@hani.co.kr
이제 평생직장의 신화를 믿는 직장인은 아무도 없다. 이직은 어느새 시대의 대세가 됐다. 구직 정보업체들은 계절을 바꿔가며 “이직을 고려하는 직장인이 전체의 무려 80%”라는 설문 결과를 쏟아내고, 신문들은 파랑새를 좇아 더 나은 직장을 찾는 젊은이들을 소개하기에 바쁘다. 회사는 핵심 인재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날마다 ‘인재 전쟁’을 벌이고, 인사담당자들은 휴가철이 끝나면 수북이 쌓인 사직서 때문에 골머리를 썩는데, 청년 실업은 여전하고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허덕이고 우리 삶은 날이 갈수록 점점 팍팍해진다
“떠날 때 무작정 잡겠다”는 0%
이직은 분명 시대의 대세가 됐다. 기업들은 더 이상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 초년생들을 뽑지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최소한의 교육 비용을 들여 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자들이다. 통계청이 조사한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30대 기업들은 1996년에 전체 인력 가운데 60.4%를 대학을 갓 졸업한 신규 졸업자를 뽑은 데 견줘, 2000년에는 그 비율이 23.0%, 2004년에는 21.0%까지 줄었다. “한 직장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 대신, “좋은 직장으로 옮기는 법”을 고민하는 게 더 현명한 처세술이 됐다(그래프 참조).
그렇지만 사람의 일이 언제나 무 자르듯 깔끔하게 마무리되던가. 아무리 시대가 변했어도 이직은 기본적으로 그동안 자신을 키워주고 먹여주고 교육해준 조직에 대한 ‘배신’이다. 두 다리만 건너뛰면 사돈의 팔촌의 친구까지 무한 확장되는 한국 사회 인맥의 그물망에서, 또 서로 숟가락 수까지 세는 뻔한 동종 업계에서 매너 없는 이직은 한 사람의 경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황선길 잡코리아 컨설팅사업본부장은 “요즘은 회사에서 경력자를 뽑을 때 전 직장에서 그의 평판이 어땠나를 알아보는 평판 조회(레퍼런스 체크)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같은 업종에서 옮겨다니는 경력직일수록 매너 있는 이직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헤드헌터들은 매너 없는 이직은 경력 관리의 ‘극약’이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
매너 있는 이직은 어떤 이직일까. <한겨레21>은 이직이 잦은 증권과 정보기술(IT) 업계를 포함한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 인사담당자 20명에게 ‘이직의 매너’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표본 집단이 크진 않지만 이직에 대한 인사담당자들의 생각을 엿보는 데는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설문에는 민감한 질문들이 많아 익명을 보장하고 솔직한 답변을 유도하려 애썼다.
인사담당자들은 대부분 이직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이전보다 긍정적으로 변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매우 그렇다”가 전체의 10%(2명)였고, “다소 그렇다”가 80%(16명)였다. “이전과 변화가 없다”와 “이직의 성격에 따라 다르다”가 각각 5%였다. 기업들은 이미 이직을 어쩔 수 없는 시대 변화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런 시대 변화를 반영하듯 “회사를 옮기겠다”고 후배가 상담을 청해왔을 때도 “무작정 잡겠다”는 답변은 하나도 없었다. 65%(13명)가 “얘기를 나눠본 뒤 현명한 판단을 내리도록 조언한다”고 말했고, 35%(7명)는 “핵심 인재는 잡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그대로 두겠다”고 답했다. “무작정 잡겠다”는 답변이 하나도 없었던 것처럼, “가겠다면 잡지 않겠다”는 답변도 없었다. 이직을 바라보는 기업의 시각은 아직 이중적이다.
사표 낸 뒤 전화도 안 받는다?
현장에서 인사담당자들이 느끼는 ‘매너 있는 이직’의 중요성은 어느 정도나 될까. 설문 대상자 20명 가운데 65%인 13명이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고, “다소 중요하다”고 답한 사람도 30%(6명)나 됐다. 응답자의 90% 이상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한 셈이다. 1명만이 “잘 모르겠다”고 답했는데, 직장 생활 10년차 이상의 과장·차장급이 설문에 응한 다른 회사와 달리 이 회사에서는 인사부서의 평직원이 설문에 응했다.
‘이직의 매너’가 필요한 이유는 간단했다. 60%(12명)가 “그게 직장인의 기본 도리”라고 답했고, “같은 직종에서 일하다 보면 언젠가는 다시 만날 것이기 때문”(에 보험을 들어야 한다)이라는 응답이 20%(4명)로 뒤를 이었다. “같이 일해온 사람들에 대한 인간적인 예의”(15%·3명)라는 응답도 있었다. 이직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월급 받아 먹고 사는 직장인의 기본 도리’는 ‘미래를 위한 보험’이나 ‘그동안 지내왔던 옛 정’보다 더 앞서 생각해야 하는 가치였다. 한 설문 응답자는 “옛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는 이유로 전화도 안 받고 접촉을 꺼리는 등 기본을 안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놓았다.
인사담당자들이 가장 불쾌하게 느꼈던 이직자들의 행동으로는 “기존 조직의 업무 일정을 고려하지 않은 이직 계획”(10명·50%)을 꼽은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중견기업 ㄱ사에 다니던 김아무개(32)씨는 지난해 초 회사를 그만두고 평소 관심이 있는 홍보기획사로 직장을 옮기게 됐다. 그러나 ㄱ사에서는 해외 영업 파트를 강화하기 위해 영어가 능통한 김씨를 중심으로 소규모 조직 개편을 하고 사장과 함께 단합대회까지 마친 뒤였다. 김씨는 “이직 계획이 있으면 진작 말하지 그랬냐”며 사장실에 불려가 욕을 먹었고, 4년이나 동고동락했던 직장 동료들은 환송회도 열어주지 않았다. “그쪽에서 아직 확답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직 계획이 있다는 것을 밝히지 못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그쪽 회사에 많이 미안하죠.” ㄱ씨는 업무상 전 직장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할 일이 가끔 생기지만, 켕기는 마음에 전화도 마음대로 걸지 못한다. 이 밖에 “마지막 순간까지 자기 몫을 챙기려는 태도”(5명·25%), “그동안 회사에 대해 전해왔던 말과 행동이 다른 경우”(3명·15%) 등도 인사담당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기분 좋게 느꼈던 이직자의 모습으로는 “마지막 순간까지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17명·85%)를 꼽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대기업 ㅎ사 홍보실에서 근무하다가 대학교 교직원으로 2004년 초 이직한 이소영(30)씨는 확실한 업무 인계로 조직원들의 점수를 딴 경우다. “제가 하는 업무는 사보를 만드는 일이었거든요. 학교 쪽에서 합격 통보를 받고 회사 쪽에 덜컥 이직 계획을 밝혔죠. 새로 배치된 사람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해줄 시간이 없었거든요.” 김씨는 “무슨 일이 있어도 회사 업무에는 지장이 없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이씨는 옮긴 회사의 업무를 마치고 ㅎ사로 밤늦게 찾아가 새 직원을 붙들고 1주일 동안 업무 인계를 해줬다. 처음에는 “실망했다”며 선배들이 이씨를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지금은 편하게 안부를 묻고 지내는 사이가 됐다. “제가 ㅎ사에서 첫 직장생활을 했고, 거기서 일을 배워 지금의 제가 됐잖아요. 늘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이씨는 전 직장의 상사들이 부를 때마다 가끔 달려가 밥도 먹고 술도 마신다. 이 밖에 “이직의 이유를 솔직히 말하는 모습”(1명·5%), “퇴직 후 기존 조직의 업무 기밀을 지켜주는 모습”(2명·10%) 등을 좋은 기억으로 꼽은 인사담당자들도 있었다.
안타까움이냐 험담이냐
호의적인 느낌을 준 이직자의 특징을 꼽는 질문에 대한 답변도 비슷했다. 응답자들은 “평소 성실한 업무 태도를 보였던 사람”(14명·70%)을 제일로 꼽았고, “인간관계가 좋았던 사람”(4명·20%), “업무능력이 탁월했던 사람”(1명·5%), “납득할 이직의 이유가 있었던 사람”(1명·5%) 등도 지지를 받았다. 나쁜 느낌을 준 이직자의 특징은 “업무 일정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람”(9명·45%), “납득할 수 없는 이직 사유를 대는 사람”(5명·25%), “평소 인간관계가 나빴던 사람”(4명 20%), “근무 태도가 나빴던 사람”(2명·10%) 등을 꼽았다. 설문에 응답한 한 인사담당자는 “최근 겪은 두 건의 이직이 참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동기였거든요. 2~3일 간격으로 사표를 냈습니다. ㄱ씨가 ‘나갔다’는 말을 듣고 사람들이 보인 반응은 “아까운 사람을 놓쳤다”며 회사 쪽의 책임을 묻는 분위기였는데, ㄴ씨가 ‘나갔다’는 말에 대해서는 “평소에 뺀질거린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며 험담이 쏟아지더라고요. 과연 내 모습은 어떤가 싶어서 놀랐고, 사람이 사람을 보는 눈은 대개 비슷하다는 데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이직자들과의 인간관계에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개인적인 문제로 협조를 구한다면 응하겠냐’는 질문에는 긍정적인 답변이 많았다. “그렇다”는 대답이 50%(10명)나 됐고, “그런 편이다”는 답변은 40%(8명)였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0%(2명)였다. 그렇지만 이직자들과 실제 인간관계를 꾸준히 맺는 경우는 별로 없는 듯했다. “이직한 옛 동료와 연락을 주고받느냐”는 질문에 65%(13명)가 “보통이다”고 답했고, “많은 편이다”는 20%(4명), “가끔 있다”는 15%(3명)였다. “보통이다”는 “연락을 주고받지 않는다”의 다른 말로 들렸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주요 대기업 3곳의 인사담당자 3명이 “많은 편이다”고 나란히 답한 점은 눈길을 끌었다.
이직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대부분의 인사담당자들은 “이직이 조직에 큰 피해를 준다”는 데 동감했다. 25%(5명)는 “매우 심각한 영향을 준다”고 말했고, 55%(11명)는 “심각한 영향을 주는 편”이라고 답했다. “잘 모르겠다”는 답변과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답변은 각각 10%에 불과했다. 인재 방출로 조직이 입는 피해로는 “노동력 저하”(45%·9명), “인재 교육에 들였던 부담”(30%·6명), “기존 조직원들의 사기 저하”(3명·15%), “업무 지장”(2명·10%) 등의 순이었다. 이직의 비용은 당장 빠진 인원을 보충하는 데 들어가는 직접 비용, 기업의 지적 역량 감소, 남은 직원들의 사기 저하 등으로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깎아먹는 간접 비용 등으로 나뉜다.
김기태 LG경제연구소 연구원은 2003년 5월 발표한 보고서 ‘인재 유지, 이직 관리로부터 시작하라’에서 “미국 기업의 경우 이직 비용을 일반적으로 연봉의 약 2배 정도로 추산한다”며 “특히 핵심 인력의 유출은 기업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IBM의 재무담당 최고임원(CFO) 제롬 요크가 크라이슬러로 옮긴 날 IBM의 최종 주가가 13억달러(1조3천억원) 폭락했다”고 소개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이직 관리 프로그램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해 말 취업정보 제공업체 인크루트가 우리나라 기업 362곳의 ‘2006년 신입사원 퇴사율’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신입사원 10명 가운데 3명이 취업 1년을 못 채우고 퇴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신입사원의 퇴사를 막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가진 회사는 조사 대상 20곳 가운데 60%(12곳)에 불과했다. 프로그램으로는 회사 안에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선배를 연결해주는 ‘멘토링’ 제도가 대부분이었고, 제도를 도입했을 때 신입사원들의 퇴직율이 낮아지는 등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
신입사원 30%가 1년 못 채우고 퇴사
1997년 초 정리해고 허용을 뼈대로 한 노동법이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됐을 때 노동자들은 87년 여름과 같은 뜨거운 열정으로 마지막 파업의 깃발을 들었다. 서구 언론들은 한국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에 반대하고 있지만, 글로벌한 대세를 거스르긴 힘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렇게 10년이 흘렀고, 이직은 대세가 됐고, 서점가는 ‘이직 잘하는 법’과 ‘이직 후 증후군’을 극복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들로 넘쳐나고, 무엇보다 우리는 그들(특히 미국)과 비슷해졌다. ‘이직 잘하는 법’에 대한 정보는 넘쳐나지만, 그래서 우리가 행복해졌는가에 대한 답변은 없다. 모두가 생각은 하면서도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고, 이직의 매너까지 지키려 노력한다. 세상에 파랑새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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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의 매너’는 왜 중요할까. 최승은 인크루트 경영지원본부 팀장은 “최근 들어 경력자들을 뽑는 기업 쪽에서 ‘평판 조회’의 비중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평판 조회는 경력직 인재 채용의 마지막 단계로 채용 후보자의 경험과 업무 스타일, 대외 관계, 성격 등을 그가 전에 다녔던 회사의 동료나 상관을 통해 확인하는 절차를 뜻한다.
서미영 인크루트 상무는 “관리자급 이상의 인재를 선발할 때는 평판 조회가 최종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가 외국계 반도체 업체의 판매책임자를 추천해달라는 의뢰를 받았을 때다. 최종 물망에 오른 ㄱ씨는 동종 업계에서 5년 정도 경력이 있었지만, 그의 주전공은 마케팅으로 그 기업에서 원하는 정확한 요구사항과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회사의 인사담당자는 ㄱ씨의 채용을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두세 번 면담을 하면서 ㄱ씨에게 호감을 갖게 됐고, 2주 정도 고민한 뒤 ㄱ씨를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채용의 이유는 간단했다. ㄱ씨가 평판 조회에서 이전에 다녔던 직장 동료와 부하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대기업 상품기획팀에서 또 다른 대기업 상품기획 쪽으로 직장을 옮기려던 ㄴ씨는 주변 정리를 제대로 못해 낭패를 봤다. 채용이 결정된 뒤 다니던 회사에 사표까지 냈지만, 평판 조회에서 ㄴ씨의 사생활에 대한 나쁜 소문을 확인했다. 이미 정해진 채용 계획을 취소하진 않았지만, ㄴ씨는 회사의 은근한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결국 두 달 정도 버티다 퇴사하게 됐다.
채용 전문기업 코리아리크루트가 지난해 11월 기업의 인사담당자 105명에게 ‘평판 조회를 부탁받은 경우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물은 결과 65.7%가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선길 잡코리아 컨설팅사업본부장은 “경력직의 경우 한번 업계에 나쁜 평판이 나돌게 되면 나중엔 회복이 불가능하게 된다”며 “평판 관리는 경력 관리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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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은 구직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더 큰 골머리를 썩는 것은 기업들이다. 애써 교육해놓은 경력 직원들의 잇단 퇴사는 새로 사람을 뽑는 데 드는 비용은 물론이고, 회사의 미래경쟁력을 깎아먹는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인재관리 프로그램은 기껏해야 걸음마 단계다. 우리나라에서는 직원들의 퇴사를 막고 근무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인재유지 전담부서’가 거의 없다. <한겨레21>의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직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프로그램이 전혀 없다”는 회사가 전체의 40%나 됐다. 그나마 “인재관리 프로그램이 있다”고 응답한 회사들도 신입사원의 회사 적응을 위해 고민을 나눌 선배를 만들어주는 ‘멘토링’ 제도을 유지하는 게 전부였다.
눈여겨볼 외국 사례는 많다. 세계 2위의 회계법인 언스트 앤드 영(Ernst & Young)사가 운영하는 ‘인재유지 프로그램’이 좋은 예다. 이 회사는 1990년 6만1천 명이었던 직원이 9년 뒤인 1999년에는 9만8천 명으로 늘어났다. 가장 큰 문제는 높은 이직률이었다. 특히 1995년의 직원 이직률은 20%를 넘었고, 여성의 이직률은 27%에 달했다.
조사 결과 한 사람의 직원을 새로 뽑아 교육하는 데 드는 비용이 개인 연봉의 150%에 육박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회사 경영자들은 인재유지 전담부서를 설치해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시작했다. 직원 1만7천 명을 상대로 직무만족도와 이직 사유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여성 직원들이 낮은 승진 기회와 업무·가정 생활의 병행에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 쪽은 여성들을 위해 업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설계·운영했고, 여성 경력 관리를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들을 선보였다. 그 결과 여직원의 이직률이 크게 낮아졌고, 회사 쪽은 2100만달러의 비용 절감에 성공했다. 신현만 커리어케어 사장은 “대기업에 핵심 인재를 뺏기기 쉬운 중소기업일수록 인재 유지를 전담하는 직원의 필요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참조: LG경제연구소 보고서 ‘인재 유지, 이직 관리로부터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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