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미래를 부르는 지구온난화와 에너지 고갈의 구원투수는 누구인가
바이오 연료 등 신재생에너지의 개발과 함께 에너지 사용기술 선진화해야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머지않아 원자력 발전이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분류될지 모른다. 영국 과학혁신부 데이비드 세인즈버리 정무장관은 지난해 11월 상원 에너지 관련 토의에서 바로네스 오카틴 의원의 “원자력을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분류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의회의 동의에 따라 내게 승인할 기회가 주어지면 분명히 동의하겠다”고 밝히면서 “원자력이 미래 에너지 수요를 해결할 ‘만병통치약’ 같은 효용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원자력에 제기되는 안전성이나 환경 영향 등의 문제도 기후 변화 시나리오 앞에서 힘을 쓰지 못할 형국이다. 도대체 에너지 위기의 해법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재생 가능 에너지, 발전량 10%도 힘들어
지구 온난화의 여파가 환경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지구의 온도가 1도 올라가면 쌀과 밀 같은 주요 곡물의 생산량이 10%가량 줄어든다고 하는데 22세기에 접어들면 5.8도까지 오를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이로 인해 사회경제적 문제를 유발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지 않은가. 반전·반자본주의 노동자 운동을 벌이는 대중정치 조직 ‘다함께’가 지난해 12월3일 ‘기후변화 대응 국제 공동 행동의 날’ 행사를 주도한 것은 ‘반부시’ 전략 때문만은 아니었다. 거기엔 부시 대통령이 교토협약 서명을 미루는 사이 시시각각 멍들어가는 지구를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절박한 사정도 있었다.
당장 화석연료가 고갈되더라도 석유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연기와 냄새가 없는 석탄으로 불린 등유가 시장을 휩쓸기 전 집안을 밝혔던 고래 기름 같은 천연연료로 지금의 지구를 밝힐 수는 없다. 언젠가는 석유도 고래 기름이 그랬던 것처럼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에드윈 드레이크가 150여 년 전에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석유를 발견한 뒤,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에너지 다소비 사회로 접어들어 물질적 풍요로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제 에너지 전쟁과 지구 온난화로 치달은 생태적 위기를 벗어나는 것은 지구촌의 절박한 현안이다.
하지만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아무리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재생 가능 에너지에 투자해도 확실한 성과를 눈으로 확인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월드워치연구소(WWI)가 국제 재생 가능 에너지 회의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재생 가능 에너지 개발에 300억달러(약 30조원)를 투자했다. 이런 투자가 지속되더라도 2012년 무렵에 전체 발전량의 10%를 재생 가능 에너지로 채우기도 쉽지 않다. 실제로 ‘솔라시티’를 선언한 대구만 해도 2015년에 총에너지 수요의 6%(전력수요의 8%)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을 정도다.
무엇보다 신재생에너지의 가능성을 현실화하는 게 만만치 않다. 최근 석유 대체 연료로 급부상하는 바이오 연료만 해도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다. 바이오 연료는 자동차는 물론이고 비행기에서까지 각광받고 있다. 에탄올 연료 비행기를 제작하는 엠브라에르사가 특수를 누릴 정도다. 현재 브라질에는 자국에서 재배되는 사탕수수를 원료로 에탄올을 생산하는 공장이 320여 개에 이른다. 브라질의 운전자들은 에탄올이 25% 섞인 연료를 사용하지만 머지않아 100% 순수 에탄올로 주행하는 자동차가 대세를 이룰 전망이다. 브라질은 에탄올 프로그램을 통해 7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고 2010년까지 해마다 900만t을 수출할 계획을 세웠다.
독일·일본보다 전기 소비량 높아진다
이런 식으로 바이오 연료가 대중화되면 도시의 대기질 향상에 이바지할 것이다. 황이나 금속 성분, 방향족 탄화수소 등을 포함하지 않은 까닭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바이오디젤은 78%, 에탄올은 68% 줄인다. 게다가 토양의 침식을 막고 수질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 에너지 작물을 재배할 땅만 있으면 탈화석연료는 시간 문제로 여겨진다. 하지만 바이오디젤의 미래가 활짝 열린 것은 아니다. 에탄올이 함유된 연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생물 다양성을 감소시키며 토양 이탈을 부추기는 탓이다. 게다가 식물 비료 생산과 수송 과정 등에서 상당량의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며 사탕수수를 씻을 때 t당 약 4천ℓ의 물이 소모된다는 지적도 있다.
정말로 에너지 위기의 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할 수 없는 것일까.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펴낸 ‘2005 세계 에너지 전망’에서 2030년 세계의 에너지 수요는 163억t의 화석연료에 의존할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보다 절반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해마다 화석연료 수요는 1.4%, 천연가스는 2.1%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70년대부터 화석연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석유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오히려 해마다 하루 소비량이 100만 배럴씩 늘어났다. 이제 산업화 단계에 접어든 중국과 인도가 지구 환경을 생각하며 경제 성장을 늦추거나 줄일 리 없다.
사정은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의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석유로 환산해 연간 4t에 이른다. 정부의 장기 전력수급 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해마다 4~7%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 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뒤 1인당 전기 소비량이 8300만kWh로 높아진다. 1인당 국민소득의 3배가 넘는 독일이나 일본, 덴마크 등보다 많이 쓰는 셈이다. 한국방송통신대 이필렬 교수는 “에너지 대량소비 체제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날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우리 실정에 맞는 재생 가능 에너지를 개발하면서 전력 이용 효율을 높이고 체계적으로 수요를 관리하면서 에너지 소비 중심 생활양식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기후 변화의 재앙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보다 에너지 석유 의존도를 최대한 낮출 수 있도록 신재생에너지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는 게 필요하다. 하지만 풍력이나 태양광, 바이오매스 등의 가용성이 기존 에너지원만 못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들은 에너지 확보에 비용이 많이 들고 자연조건에 따라 출력이 변하는 등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솔라시티 대구 2050 계획’을 주도한 경북대 건축학부 홍원화 교수는 “미래 에너지원이 자리잡으려면 도시계획, 교통계획, 산업계획, 토지이용계획 등이 환경과 에너지를 고려한 방향에서 수립돼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시민의 공감대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고효율 자동차와 연료전지
이런 식으로 다양한 1차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것과 함께 에너지의 최종사용 기술의 선진화로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우선 에너지의 최종사용 부문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위치에 있는 수송에 관련된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수송 부문은 전세계 1차 에너지의 약 80%인 80EJ/year을 차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 에너지연구기술위원회가 작성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앞으로 항공이나 지상 교통 분야에서 에너지 사용량이 20년 동안 50% 이상씩 증가한다고 한다. 이를 극복하려면 혁신적으로 개선된 내연기관이나 대체연료 기관, 하이브리드-전기 동력, 연료전지 동력 등에 관한 기술이 절실하다.
만일 고효율 자동차가 도로를 주행하면 현재 3400만TOE(1TOE는 원유 1t 연소시 발열량으로 연비 12km/ℓ인 일반 승용차로 서울~부산을 16번 왕복할 수 있는 휘발유량)인 국내 수송 부문 석유 소비량을 줄일 수 있다. 노후 차량과 트럭이 도로에서 벗어나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리겠지만 원유 수입에 300억달러 이상을 들여야 하는 처지에서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하루에 223만5천 배럴씩 소비하는 석유를 50만 배럴 이상 줄이는 효과가 예상된다. 다양한 신기술의 적용 속도가 수송 분야에서 탁월한 만큼 기대해볼 만하다. 게다가 교통 정체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10% 안팎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앞으로 다양한 에너지 최종 사용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연료전지를 꼽을 수 있다. 그동안 연료전지가 수송 분야에 진입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졌지만 아직까지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기술 개발이 더디게 이뤄지면서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과학기술부 프론티어연구개발 고효율 수소에너지기술개발사업단 김종원 단장은 “기존의 액체연료 기반 시스템과 경쟁하려면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야 한다. 에너지 효율에서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기에 kW당 가격을 낮춰 2015년쯤 투자 회수 가능성을 검증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렇듯 에너지 문제 해결의 관건은 비용에 달려 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신물질이나 기능성 기구를 개발할 수 있는 나노기술에 관심을 쏟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노기술은 발전이나 전력 시스템 등에서 새로운 성능과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나노입자를 저비용으로 대량생산할 방법을 찾는다면 전력생산에서 버려지는 66%의 에너지를 회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노기술을 부식 저항성이 높은 복합화합물이나 비파괴성 세라믹 전력선 절연체, 부식 방치 코팅 기술 등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기존의 장비는 나노 차원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새롭게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일단은 절약이 급선무
이처럼 첨단기술은 에너지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폭넓게 쓰일 전망이다. 전세계 에너지 소모의 20%가량, 건물 에너지의 3분의 1이 조명에 쓰인다. 미국 에너지부가 7천여만달러를 고체조명 프로젝트에 지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60년대에 개발된 발광다이오드(OLEDs·Light-Emitting Diodes) 조명은 10년을 주기로 효율을 10배씩 높여왔다. 그러면서 가격은 10배씩 떨어졌다. 지금은 디지털 기기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도 건물의 조명으로 이용될 듯하다. 현재 미국의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나 조명기구 업체인 오스람 등의 연구진은 OLED를 범용 조명으로 이용하기 위한 핵심 재료를 찾고 있다.
당장 화석연료에서 벗어날 대안은 확연하지 않다. 신재생에너지의 성공 여부가 태양에너지 활용에 달려 있다는 말도 맞고, 수소경제가 탄소경제를 대신할 것이라는 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화석연료의 대안이 오늘의 답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구를 지키는 선택에서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지금으로선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게 상책이다. 자동차 주행 속도를 100km/h 안팎으로 하는 것만으로도 에너지 효율을 7%에서 23%까지 높이며 냉장고 문을 재빨리 닫고 쓰지 않는 컴퓨터의 전원을 끄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고효율 에너지 관련 제품 선택을 미루면 원자력을 신재생에너지로 받아들이는 날이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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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자동차의 효율만큼 답보 상태인 문명의 이기도 드물다. 120여 년의 역사에서 에너지 효율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 탓이다. 가솔린이나 경유 자동차의 경우 연료에서 나오는 에너지의 14%만이 바퀴에 전달된다. 나머지는 엔진과 동력 전달 계통의 열과 소음으로 소모되거나 공회전과 냉방 등으로 잃어버린다. 바퀴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절반 이상이 타이어와 공기를 데우는 데 쓰이기에 자동차를 가속시키는 데 사용되는 것은 6~7%밖에 되지 않는다. 26% 수준인 연료전지 자동차의 연료 효율을 40% 안팎으로 높여야만 경쟁력을 갖춘다.
만일 자동차가 석유와 ‘결별’한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대안은 수소를 연료로 삼아 산소를 결합시켜 전기를 발생시키는 연료전지 자동차다. 하지만 당장은 꿈같은 일이다. 아무리 수소에 가능성이 있다 해도 연구용 수소 충전소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지금으로선 상용화 기미를 보이고 있는 하이브리드(Hybrid) 자동차를 통해 결별 순서를 밟는 게 최선의 대안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기존 엔진에 전기 에너지를 사용하는 모터를 결합해 연료 소모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미 도로를 달리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적지 않다. 예컨대 일본 도요타의 주력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는 배터리로 작동하는 전기모터를 보조동력으로 이용하고 일반적인 가솔린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이 차는 가솔린 1ℓ로 21km 이상 주행하면서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보통 자동차의 절반을 넘지 않는다. 국내에선 현대자동차가 클릭 하이브리드를 내놓았지만 기술력은 취약한 편이다. 뒤늦게 개발에 뛰어든 탓에 엔진기술을 제외한 배터리와 모터, 제어기 등 핵심부품의 기술력은 선진국의 30% 수준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에 견줘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70% 더 높은 연료 효율을 보인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9월 친환경차 개발을 전담할 환경기술연구소 준공식을 열고 하이브리드와 연료전지 자동차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운송수단의 에너지 혁명을 ‘효율’로 돌파하려는 것이다. 에너지 효율로만 보면 연료전지의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수소를 생산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하이브리드와 연료전지의 대결은 이제부터다.
자동차가 연료 효율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하는 것은 엔진이 아니다. 놀랍게도 차체의 무게를 줄이는 게 관건이다. 오랫동안 자동차의 무게를 줄이려는 전략이 호응을 받지 못한 것은 안전성 문제와 직결되는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합금기술의 발전으로 철강, 알루미늄, 마그네슘 합금 등이 가볍고도 강한 신소재로 개발되면서 차체와 부품에 적용되는 추세다. 문제는 신소재의 가격이 비싸다는 데 있다. 이는 차체 무게가 줄어들면 엔진의 크기도 줄고 제조 공정이 수월해져 가격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로 ‘하이퍼카’사의 5인승 중형 스포츠실용차(SUV) 시제품 ‘레벌루션’은 무게를 857kg으로 줄여 35kW 연료전지와 3.4kg의 수소로 530km를 주행할 수 있다. 동종의 자동차에 견줘 절반도 되지 않는 무게다. 탄소 섬유로 만든 차체는 무거운 차량과 고속 충돌하더라도 승객을 궁지에 몰아넣지 않는다. 탄소 섬유 합성 물질은 kg당 강철보다 6~12배의 충돌 에너지를 흡수하기 때문이다. 별도의 차체 조립 공정이나 도장 설비가 필요하지 않아 공장의 소형화도 이룰 수 있다. 이 정도면 탄소 섬유의 가격을 상쇄할 만한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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