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기 목사의 70살 은퇴 막고 생명 연장 꿈꾸는 순복음교회의 권력들
1인자 떠난 자리에 남는 교단 재정 문제와 리더십 부재에 두려움 느껴
▣ 이승규/ <뉴스앤조이> 기자 hanseij@newsnjoy.co.kr
2005년의 마지막 날 조용기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는 한국 교회를 뜨겁게 달궜던 자신의 은퇴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옛것을 버리고 새것을 맞이한다’는 송구영신 예배에서 설교를 마친 뒤 광고 시간에 “(지난 11월13일 열린 임시공동의회에서) 99.8%의 압도적인 지지로 제 시무 연장을 가결해준 것은 저의 43년 목회 인생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준 것”이라며 “교인들의 뜻을 받아들여 75살(2010년)까지 목회를 하겠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던 후계자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2008년까지 후계자를 선정한 뒤, 2년 동안 잘 교육해 2010년에는 교회를 물려주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우리도 70살에 은퇴하기 싫어!”
조 목사는 2004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70살이 되는 2006년에 은퇴하겠다”고 말했다. 정작 발언 당시에는 생각보다 파급력이 크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2005년 5월 열린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총회장 서상식 목사) 소속 목사와 장로들이 조 목사의 은퇴 철회를 요구하면서 이 문제는 ‘뜨거운 감자’가 됐다. 기하성은 순복음교회가 속한 교파로, 순복음교회 그 자체로 봐도 무방하다. 기하성이 성명을 발표하자 교회개혁실천연대(공동대표 박득훈·백종국·오세택)를 비롯한 교회개혁 단체들은 약속대로 70살 은퇴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미 사회에서 ‘왕따’가 되어버린 한국 교회의 자정을 위해서라도 조 목사가 약속한 때에 은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목사에게는 이런 단체들의 은퇴 요구가 줄곧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11월13일 열린 임시공동의회에서 시무 연장 찬성이 99.8%라는 압도적인 수치로 나왔음에도 쉽게 은퇴 철회 의사를 밝히지 못한 것은 이 때문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조 목사는 12월31일 전격적으로 은퇴 약속을 번복하면서 모든 논란을 잠재웠다. 불과 한 달여 전만 해도 “하나님께 응답을 받지 못했다”며 마음을 정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던 조 목사는 왜 은퇴를 철회했을까.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조 목사를 둘러싼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정치 구조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현재 650여 명의 교역자와 1500여 명의 장로들이 있다. 공식적인 신도 수는 75만 명을 헤아린다. 사람이 많고 운영 규모가 크다 보니 계보도 복잡하다. 이런 계보들의 알력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왔던 유일한 이가 조 목사다. 그 때문에 조 목사 자신의 은퇴를 역설적이게도 조 목사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현실이 됐다.
교회의 핵심에 있는 일부 목사들과 장로들에겐 지난 2001년부터 심심치 않게 터져나온 재정 비리 의혹을 책임질 사람이 필요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재정 비리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해온 교회개혁실천연대의 검찰 고발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도 이들에게는 큰 부담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조 목사는 2005년 12월 <기독교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은퇴와 관련해, 장로들이 “이제 와서 책임 안 지고 물러나겠다는 것입니까. 그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라고 말하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며, 장로들과 (은퇴 여부를) 교섭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순복음교회의 한 관계자도 “일부 인사들이 자신들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재정과 관련된 결제는 꼭 조용기 목사를 거친다”고 말했다.
조 목사와 나이가 비슷한 일부 목사나 장로들의 만류도 은퇴 약속을 번복하게 된 배경이다. 현 기하성 총회장인 서상식 목사(동부순복음교회), 1981년과 1993년 총회장을 지낸 박종선 목사(의정부순복음교회), 지난해 총회장인 정원희 목사(광주순복음교회) 등 현 기하성의 주요 지도자들은 조 목사가 70살에 은퇴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자신들 역시 70살에 은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 목사의 제자인 이들이 그의 선례를 거스르고 75살까지 목회를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조 목사와 함께 오랫동안 일해온 장로들도 조 목사의 은퇴가 두려운 사람들이다. <국민일보> 사장인 노승숙씨를 포함해 순복음재단법인의 김복우 장로, 비서실 핵심 관계자, 전·현직 장로회 회장 등이 그들이다. 순복음교회의 한 관계자는 조 목사가 2005년 초 이들에게 “내가 물러날 때 같이 물러나자”는 말을 했다고 귀띔했다.
1인 카리스마가 지배하는 교회의 한계
조 목사가 후계자를 구하기 만만치 않다는 것도 은퇴를 철회한 중요한 이유다. 교회 내부에서는 몇몇 후계자 그룹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설만 무성하다. 일단 ‘포스트 조용기’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 여기에는 조 목사의 교회 장악력이 과거보다 현저하게 떨어졌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과거처럼 조 목사의 말 한마디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장로들이 아니라는 말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한 관계자는 “현재 그의 교회 장악력이 10년 전에 비해 30% 정도밖에 안 된다”고 했다. 결국 ‘포스트 조용기’가 되기 위해서는 조 목사뿐만 아니라 1500여 명에 달하는 장로들의 마음도 얻어야 한다. 여러 계파가 있는 상황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이쯤에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조 목사가 없으면 과연 안 되나? 결론부터 말하면, 조 목사 없는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어떻게 될지 짐작할 수 없다. 이는 한 사람의 강력한 카리스마로 교회를 성장시켜온 대형교회에서 1세대가 은퇴한 뒤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일부 인사들은 2005년 한국 교회와 사회를 시끄럽게 만들었던 광성교회의 예가 조 목사 은퇴 뒤에 재현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장로회장인 이종근 장로는 지난해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솔직한 심경을 토로한 바 있다. 이 장로는 “리더십이 바뀌는 과정에서 혼란을 겪은 대형교회들의 예를 우리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조용기 목사가 강력한 리더십으로 우리를 이끌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의 재정 문제를 책임져야 할지 모른다는 핵심 인사들의 공포심, 조 목사와 함께 더 오래 ‘현역’에 머물고 싶은 동 세대 목사들의 욕심, 차기 리더 선정의 어려움과 그로 인한 사분오열 양상에 대한 불안감 등이 조용기라는 ‘방패막이’를 계속 두고 싶어하는 셈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한국 교회 전체 성도들의 시선에 아랑곳 않고 조 목사의 은퇴 여부는 ‘내 교회 문제’라고 버티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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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개혁실천연대(이하 개혁연대)는 1월10일을 전후해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재정 비리 의혹을 문제 삼아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이미 고발장 작성은 끝났으며, 1월9일 열리는 집행위원회에서 내용과 수위 등을 최종적으로 확정할 방침이다.
개혁연대가 검찰에 고발할 내용은 ‘재정문제’와 ‘족벌경영’ 두 가지로 압축된다. 이들은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관련된 재정 비리 의혹은 대부분 조용기 목사와의 연관 관계에서 발생된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국민일보>를 매개로 해 장남 조희준씨에게 주어진 특혜와 다른 아들 및 친인척들에게 연결된 특혜 등의 내용을 고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개혁연대는 교회 건물과 교육관, CCMM빌딩 등을 담보로 조희준씨가 대표로 있던 (주)넥스트미디어코퍼레이션, (주)인터내셔널클럽매니지먼트그룹 등의 회사가 일화 31억엔을 포함해, 1천억원에 가까운 돈을 대출받았다고 말했다. 또 교회 본관과 CCMM빌딩을 담보로 (주)넥스트미디어코퍼레이션을 지원했던 330억원이 지난 2000년 11월8일 일시에 변제됐는데, 이 과정도 의혹투성이라고 주장했다. 개혁연대는 “교회 쪽은 2001년 조희준씨를 구속해 재판함으로써 이미 사법처리가 끝났으며, 조용기 목사가 교인 앞에서 사죄의 큰절을 함으로써 재정 비리 문제가 일단락된 것처럼 오도해왔다”면서 “그러나 그때 조사됐던 건은 단순 세금 포탈 혐의에 불과한 것이었고,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관련된 더 심각한 재정 비리 의혹은 한 번도 제대로 수사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구교형 목사(개혁연대 사무국장)는 “교회의 문제를 법정으로 가지고 간다는 비판을 면하기 위해 그동안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자정 능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조 목사의 은퇴 철회 등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여의도순복음교회의 경우 자정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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