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꽁이도 돌아온 생태천국 노들섬에 오페라하우스 건립계획 일사천리 진행…전문가들의 ‘총체적 패착’ 가능성 진단에도 ‘불도저’이명박은 속력을 높일뿐
▣ 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 사진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한강은 천릿길을 굽이굽이 흐르며 섬을 빚었다. 서울에 와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강물은 서진하며 잠실섬, 노들섬, 여의도·밤섬, 난지도, 선유도를 차례로 쌓아올렸다. 그러나 지금은 그 어디서도 백사장과 버드나무가 어우러졌던 섬의 옛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잠실섬은 매립돼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됐으며, 여의도는 밤섬과 갈라져 고밀도 업무지구로 개발됐다. 난지도는 쓰레기로 메워진 뒤 월드컵 경기장과 하늘공원으로 재생됐고, 선유도는 봉우리가 깎여나간 채 정수장에서 공원으로 바뀌었다.
“청계천은 성공했지만 노들섬은…”
노들섬이 귀중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한강 서울 유역에서 자연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섬이기 때문이다. 1973년 한강 공유수면 매립사업 때 민간에 넘어간 뒤 몇 차례의 개발계획이 실패를 거듭하며 방치된 사이, 노들섬엔 습지가 생기고 맹꽁이가 울기 시작했다. 메트로폴리스의 ‘생태 오아시스’가 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또다시 거대한 인공 구조물로 변환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흔히들 ‘오페라하우스’라고 부르는 노들섬 예술센터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올해 언론과의 잇단 인터뷰에서 ‘문화 시장’을 자임하며 노들섬에 대규모 오페라하우스를 짓겠다고 천명했다. 그는 곧장 덴마크로 날아가 코펜하겐 오페라하우스를 견학했고, 서울시는 노들섬을 건영으로부터 274억원에 사들였다.
처음엔 이 시장의 도전적인 제안에 시민단체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문화예술 시설이 부족하고 랜드마크가 없다는 서울시의 주장에도 일부 수긍을 했다. 남대문을 서울의 랜드마크로 내세우기에는 여전히 빈약한 건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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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시장 특유의 추진력으로 노들섬 오페라하우스가 일사천리로 추진되면서, “청계천은 성공했지만 노들섬만은 실패할 것”이라는 말이 건축계에서부터 나돌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노들섬 예술센터는 건축적으로 매우 어려운, 그래서 밑 빠진 독에 물 붓듯이 공사비가 늘어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건축가 정기용(문화연대 공동대표)씨는 ‘총체적 패착, 노들섬 오페라하우스’라는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지적한다. “노들섬은 대규모 오페라하우스를 짓기엔 너무 좁다. 홍수 때 한강 수위가 15.33m까지 올라가는 것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사한 프로그램인 일산 아람누리에 비춰 최소 1만8천 평이 필요하다. 그러나 노들섬의 건축 가능 면적은 1만5천 평 정도다. 그리고 거대한 건축물을 세우는 건축의 랜드마크화도 도시 이미지 전략의 낡은 수법이다. 서울의 진정한 랜드마크는 북한산, 한강의 밤섬 등 천혜의 자연환경이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노들섬의 총면적은 3만6천 평. 서울시도 지난 11월22일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이용 가능 토지 면적은 1만6천 평”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땅은 한강 둔치로 비가 오면 물에 잠기기 때문이다.
소장 건축가 이용재씨는 이러한 건축적 난점 때문에 현재 3천억원대로 추산된 건축비가 무한대로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암반이 나올 때까지 땅을 뚫고 들어가야 하는데, 모래섬이라 암반을 만나기 쉽지 않다. 그리고 방수시설까지 갖추려면 일반 건축과 다른 특수 기술이 동원될 수밖에 없다. 결국 총건축비는 최소 6천억~7천억원대로 늘어날 것이다.” 그는 “서울시가 여론을 의식해 일단 3천억원대로 발주하겠지만, 이후 설계변경을 통해 예산을 늘릴 것”이라며 “서초동 예술의전당도 처음 450억원을 쓴다고 해놓고 2400억원을 썼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가 잡아놓은 공사비는 3589억원. 서울시 관계자도 “물 속에서 공사하는 형국”이라며 건축·토목적 난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현존하는 국내 수준의 공연장으로 만들었을 때 3589억원이지, 노들섬을 리모델링하는 차원에서 보면 예산은 이보다 많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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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선 노들섬을 리모델링하는 수준으로 공사가 커질 공산이 크다. 쉽게 말해 섬 위에 건축물을 짓는다기보다는 섬을 하나 짓는 것이다. 섬을 둘러싼 옹벽을 철거함은 물론 암반을 찾을 때까지 굴착해야 하기 때문에 섬을 완전 개조해야 한다. 건축가 이용재씨가 “한강에 말뚝을 박겠다는 이야기”라고 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서울환경연합이 지난 7월 벌인 생태조사에서 이곳에 멸종위기종인 맹꽁이를 비롯해 두꺼비, 청개구리 등의 양서류, ‘인디언 추장새’라는 별명을 가진 보기 힘든 여름철새 후투티 등이 찾아오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에도 뱀과 지렁이, 달맞이꽃, 오동나무 등 수십 종의 동식물이 노들섬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었다. 서울환경연합의 문제 제기 이후 서울시는 노들섬에 대한 정밀 생태조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맹꽁이로 인해 사업이 멈출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서울시는 최근 불도저의 속력을 높이고 있다. 올해 12월 안에 시공사를 선정해 내년 상반기 안에 노들섬 서쪽에 야외공연장을 개장할 계획이다. 이명박 시장 임기 안에 ‘첫 삽’을 뜨는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단 야외공연장부터 개관하고 나중에 전체 마스터플랜 속에서 변형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페라극장과 심포니홀은 2006~2007년 기본 및 실시설계를 마친 뒤 공사에 들어가 2013년 완공할 예정이다.
차기 후보들도 개발 계획에 동조
차기 서울시장 후보들도 노들섬의 인공적 변형에 반대하지 않는다. 되레 청계천으로 재미를 톡톡히 본 이명박 시장을 이어받아 한강에서 지지표를 끌어모으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생태주의를 위장한 신개발주의’라는 의심스런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의 일부 구간을 뚜껑으로 덮어 그 위에 녹지를 조성하고 한강에 쉽게 갈 수 있도록 한다는 ‘한강 수퍼데크’ 공약 등은 초현실적이기까지 하다.
어린 시절을 노들강변에 살았던 김명희(58·서울 이촌동)씨는 “노들섬 모래사장에 나가서 냉이와 쑥 같은 나물을 캐기도 했고, 여름엔 천렵을 나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인간과 자연은 한강에서 공존했다. 개발주의 시대를 무사히 넘긴 노들섬은 21세기에 때아닌 개발을 맞고 있다. 서울의 마지막 섬, 노들섬은 사라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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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매립장이었던 난지도가 한때 신혼여행 인기 방문지였다는 사실을 아는지. 잠실이 한때 섬이었으며, 김장 채소의 최대 공급처였다는 사실은? 한강의 섬들이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를 맞은 이유는 1960~80년대 추진된 한강종합개발 사업 때문이었다. 서울시는 한강 백사장의 모래를 퍼다 이촌동·잠실·압구정동 등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세우고, 자연형 호안에 도시 고속도로(현 강변북로·올림픽대로)를 닦았다. 국유하천인 한강 주변의 대부분은 국가의 땅이었기 때문에 땅 매입을 위해 돈과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었다. 이를 두고 전세계가 ‘한강의 기적’이라고 격찬했다지만, 모래사장과 수많은 물고기들과 한강에 의지하던 생태적 삶은 사라졌다.
노들섬은 개발의 광풍을 운 좋게 피한 섬이었다. 1968년 ‘불도저 시장’이라고 불리는 김현옥 서울시장은 이촌동에서 노들섬으로 이어진 모래를 퍼다 이촌동 아파트 단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노들섬 앞 한강 백사장은 차츰 사라지고, 노들섬은 옹벽으로 둘러싸인 인공 섬의 모습을 띠게 됐다. 그러나 끝내 본격적인 개발은 이뤄지지 않았다. 국유지였던 땅이 진흥관광과 건영으로 차례로 팔리면서, 대규모 유람선 선착장·관광타운·컨벤션센터 등으로 개발이 시도됐지만 모기업의 부도로 번번이 좌절된 것이다. 그사이 노들섬은 소규모 생태 천국으로 자리잡았다. 노들섬에서는 밤섬에 싫증난 겨울철새들이 날아들고, 맹꽁이가 울고, 강바람에 갈대가 하늘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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