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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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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찍고 민족경제공동체로”

등록 2005-12-01 00:00 수정 2020-05-03 04:24

<font color="darkblue">APEC 정상 만찬 대신 금강산 관광 7돌 기념행사 간 정동영 장관
“2020년 아태 자유경제지대 시작되기 전 만들어야 한민족 낙오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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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산=글·사진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정동영-현정은-리종혁 3인의 금강산 회동은 눈길을 끌 만하다.

이들의 만남으로 김윤규 전 부회장 거취 문제로 불거진 현대아산과 남북 당국자 사이의 미묘한 갈등과 긴장 관계가 일단 해소된 듯하다. 금강산 관광 7돌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11월18일 현지에 모인 세 사람은 우선 금강산 관광길이 정상화된 데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아직 해결하지 못한 몇 가지 과제가 있지만 앞으로 서로의 확고한 신뢰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혁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도 “6·15 선언의 기치 아래 신의와 의리에 기초한 금강산 사업이 앞으로 더 발전하리라 확신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고 정주영·정몽헌 회장의 꿈을 잊지 말자”며 “금강산 관광사업의 발전을 위해 정부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지원을 다짐했다. 그는 한 발짝 더 나아가 금강산 인근에 비행장을 건설할 필요성도 역설했다. “금강산에 숙박시설과 출입사무소(CIQ), 골프장, 스키장 등이 들어오는데 장기적으로 볼 때 접근성이 어렵다”면서 “이 근처에 비행장 건설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이다. 이 정도면 당분간 금강산 관광길은 순풍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정 장관도 지적했듯이 금강산 관광사업은 확실히 제2의 도약기를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아산에 따르면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이후 지난 10월 말까지 모두 113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고, 내년에는 골프장이 들어서는 등 위락시설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서먹했던 현대와의 사이도 정리하고…

취임 이후 처음 금강산 땅을 밟은 정 장관의 행보는 현대아산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윤규 파동이 불거지면서 현대와 정 장관의 사이가 서먹서먹했던 게 사실이다. 북한이 싸늘하게 등을 돌리면서 현대는 적지 않은 마음고생을 했다. 이는 현 회장이 “7돌을 맞는 올해는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이래 가장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데서도 잘 드러난다. 또 다른 현안인 개성 관광이나 윤만준 사장 등에 대한 입북 금지 조처를 해결하지 못해 아쉽기는 하지만 현 회장으로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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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 장관은 이번에 금강산을 찾으면서 좀더 전략적인 계산을 한 듯하다. 그는 “금강산을 가려고 할 때마다 일이 터져 못 갔다”며 “금강산 얘기 나오면 할 얘기가 없었다”고 방문 배경을 밝히기는 했으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 만찬 초청을 마다하고 금강산을 밟은 데는 좀더 큰 뜻이 숨어 있는 것이다. 우선 화해협력을 상징하는 금강산에서 남북관계의 비전을 제시하고, 여러 현안들을 조금이라도 더 진전시키고자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그는 금강산 관광 7돌 기념 축사에서 “적어도 2020년까지는 아태지역 자유경제지대가 되기 전까지 남북 사이에 민족 경제 공동체를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부 장관이 북녘 땅에서 이런 비전을 공개적으로 제시한 적은 없었다. 먼 미래의 일이긴 하지만 다소 흥분된 기분으로 그의 발언을 귀담아듣는 북쪽 참석자들이 적지 않아 보였다.

정 장관은 2020년까지 남북 경제 공동체를 세워야 하는 절박한 이유로 APEC이 목표로 내건 2020년까지의 지역 내 관세 장벽, 투자 장벽 제거 및 경제자유지대 건설을 내세웠다. 이같은 환경 속에서 또다시 한민족이 낙오자가 되지 않으려면 2020년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자유경제지대를 형성할 때까지, 13억 중국인이 달나라 착륙에 열광하고 환호하는 그 시간까지는 남북이 민족 경제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까지 전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꿈같은 얘기가 아니고 우리 앞에 주어진 현실적이고 구체적 목표이자 비전”이라는 게 정 장관의 믿음이다.

그는 요즘 남북 경제 공동체 건설을 입에 달고 다닌다. 11월16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 이어, 17일 인천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민주평통 인천지역회의 주최 포럼, 19일 금강산 관광 7주년 기념식과 23일 ‘한경밀레니엄포럼’ 강연에서도 “2020년 우리는 남북 경제 공동체로 가야 한다는 게 나와 정부의 구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의 지속적인 발전이 경제 공동체 건설의 중요한 토대라고 본다. 그가 금강산뿐 아니라 개성공단 등을 방문해 특별한 관심과 정부 차원의 지원 의사를 밝히는 것도 이런 배경과 밀접하게 닿아 있다. 그는 금강산에서 “금강산 사업이 열어놓은 화해 협력의 가능성을 바탕으로 앞으로 15년 뒤 2020년의 꿈과 희망을 기억하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들을 하나하나 풀어가자”고 말했다.

군 장성급 회담의 조속한 이행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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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구상은 명확해 보인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발전, 그리고 남북 도로·철도 연결에 박차를 가하면서 교통·물류, 에너지, 통신의 3대 사회 간접자본 협력을 통해 경제 공동체의 기반을 닦아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되려면 남북이 장관급 회담과 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에서 합의했으나 이행되지 않는 사업들을 차질 없이 밀고 나가는 게 당면 과제로 비친다. 현재 10월로 예정됐던 동해선·경의선 철도의 시범 개통, 서해상의 평화 정착 방안으로 서해 해군사령부 간 핫라인 개설, 수산 회담을 통한 남북 공동 어로구역 실천, 남북 군사당국 간 회담 등은 북쪽의 소극적인 자세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정 장관은 금강산에서 18일 늦은 밤, 리종혁 부위원장과 마주 앉아 2시간여 동안 남북관계 현안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 그는 리 부위원장과의 면담에서 15, 16차 장관급 회담과 10차 남북 경협위 합의 사항 가운데 북쪽이 이행하지 않은 사안들에 대한 이행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진다. 정 장관은 “특히 (10월로 예정됐던 동해선·경의선) 철도 시범개통 등 군부 간의 협상이 뒷받침돼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며 “군 장성급 회담의 조속한 이행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그는 11월23일부터 이틀 동안 개성에서 열린 경협위 위원급 실무접촉도 남쪽이 먼저 제안하게 했으며, 이 자리에서 주로 ‘군사적 보장장치’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정 장관은 11월24일 기자간담회에서 “연내 군 당국자 회담이 열리느냐”는 질문에 대해 “쉽지는 않으나 노력 중”이라면서 “리종혁 부위원장과 금강산에서 만나 정치·군사 부문의 협력과 진전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 누누이 설명했고, 공감도 했고, 노력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나름대로 계산된 전략 아래 하나하나 북쪽을 설득해나가는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정 장관은 12월 초에 다시 개성공단을 방문할 예정이다. 시범단지를 넘어서 100만 평 본단지 분양에 참여한 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서로 힘을 합쳐 문제점을 빨리 해결하자는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하며, 개성공단을 중단 없이 추진하고자 하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란다. 전문가들은 그가 6·15 공동선언을 남북이 함께 기념하는 평양 행사에 참석한 이후 부지런히 금강산과 개성을 오가고, 국내에서도 각종 강연, 토론회에 나가 설파하는 주장과 논리에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일관성과 추진력이 보인다고 모처럼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물 올라도, 열린우리당 복귀하면 끝?

그렇지만 벌써부터 정 장관의 열린우리당 복귀 이후의 대북정책 변화를 점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의 정확한 당 복귀 시점은 그가 밝히지 않는 한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시야를 크게 넓히고, 전문성을 익혀오면서 한창 물이 오른 터에 통일부를 떠나는 것에 대해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는 11월23일 한 세미나 강연에서 “일을 더 해보고 싶은, 그리고 구상을 정책으로 옮기고 싶은 욕심이 있다”며 “그러나 당이 국민들로부터 사실상 고립된 처지에 빠진 만큼 당이 필요하다고 하면 언제라도 내 역할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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