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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차, 독도 분쟁 반사이익?

등록 2005-06-28 00:00 수정 2020-05-02 04:24

1987년 시작된 국내 수입차 시장 연간 2만5천대 시장으로 확장
2천만~15억원 천차만별 가격대에 24종 브랜드, 최근엔 중저가에 집중

▣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따르르릉∼ 따르르릉∼.” 1987년 12월 어느 날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성자동차 사무실의 전화기가 요란하게 울렸다. 수화기를 집어든 정만기 과장(현 이사)의 귀에 들리는 목소리가 친근했다. 며칠 전 자동차 판촉을 위해 방문했던 한 식품회사 회장의 비서실장이었다. “저희 회장님이 벤츠에 관심이 있으시다네요. 한번 와주시겠습니까?”

당장 달려간 정 과장은 2억원을 웃도는 벤츠560 모델의 계약을 성사시키기에 이른다. 그 자리에서 당좌수표로 지급받은 계약금만 5천만원이었다. 수입차의 대표 격으로 여겨지는 벤츠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판매한 순간이었다. 이는 1987년 수입차가 정식으로 팔리기 시작한 뒤 수입차 판매 1호라는 의미도 있다. 그 이전에 수입된 포드·캐딜락·벤츠 등 외제차는 외국 대사관 등 면세 지역에 한정 판매된 것이었다.

지난해 판매 BMW-렉서스-벤츠 순

1987년 자동차 시장 개방 당시 정부는 2천㏄ 이상 대형차와 1천㏄ 이하 소형차 시장만 열었다가 이듬해 4월 배기량 규제를 완전히 풀었다. 이에 앞서 설립된 국내 자동차 수입업체 1호인 한성자동차가 올 6월24일 창립 20돌을 맞았으니, 자동차 수입의 역사도 이제 성년을 맞은 셈이다. 그동안 수입차 시장은 규모 면에서 대단히 커졌을 뿐 아니라 브랜드의 다양화 등 질적인 변화도 적지 않았다.

정식 수입 첫해엔 벤츠 모델 10대만 팔리고, 이듬해 수입차 판매량은 263대에 지나지 않았던 데 견줘 지난 한해 팔린 수입차는 2만3345대였다. 1996년 한해 판매량 1만대를 처음으로 넘었다가(1만315대) 외환위기 뒤 뚝 떨어졌으나, 2001년부터 다시 회복세를 타고 있다. 국내 진출 수입차 브랜드는 총 24종에 이르고 있다. 내수 시장에서 수입차의 점유율도 크게 높아졌다. 수입차의 시장점유율은 2002년에 처음으로 1%를 넘어선 뒤 2003년 1.91%에 이른 데 이어 지난해엔 2.65%까지 올랐다. 등록 수입차는 지난해 말 현재 10만9344대.

국내 수입차 시장 개방 초창기에는 크라이슬러, 포드 같은 미국 제품이 잘 팔리다가 외환위기를 앞뒤로 BMW 브랜드가 수입차 업계 1위로 올라서면서 독일 브랜드가 강세를 띠었다. 2003년 하반기부터 일본차인 렉서스의 실적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판매 실적을 기준으로 할 때 1위는 BMW였으며 렉서스, 메르세데스-벤츠(독일), 크라이슬러, 혼다(일본) 순이었다. 독일 브랜드의 강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일 사이의 ‘독도 분쟁’에 따라 일본 브랜드가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독일 자동차는 반사 이득까지 누리고 있다.

수입차의 가격대는 2천만~3천만원부터 높게는 15억원까지 천차만별이다. 같은 BMW 브랜드라고 하더라도 모델·옵션에 따라 4천만~2억원까지 격차가 크다. 미국의 포드·크라이슬러, 독일의 폴크스바겐, 일본의 혼다 등이 비교적 싼(?) 편으로 2천만~1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정판매 모델인 페라리(이탈리아)의 ‘엔초 페라리’와 포르셰(독일)의 ‘카레라 GT’가 가장 비싼 차로 지난해 국내에서 각각 15억원, 8억8천만원에 한대씩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내수 점유율 2%로 업체들 낙관

벤츠(독일)의 ‘마이바흐’, 롤스로이스(영국)의 ‘팬텀’도 세계 최고급 명차로 꼽힌다. 벤츠 마이바흐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타고 다닌다는 차라며 유명세를 탔다. 지난해 판매된 수입차를 가격대별로 보면, 5천만~1억원 사이가 전체의 56.1%로 가장 많았다. 5천만~7천만원대는 36.7%였다. 배기량별로는 2천~3천㏄가 40.8%, 3천~4천㏄ 이하 비율은 28.6%였다.

경기 불황기임에도 양극화를 반영하듯 올 들어서는 수입차 판매가 비교적 호조세다. 1~5월 중 수입 승용차는 모두 1만303대였다. 내수 시장점유율로 볼 때 2.97%로, 지난해(2.65%)에 견줘 0.32%포인트 높아진 수준이다. 외제차의 신규 브랜드 국내 진출과 새 모델 출시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입차 업체들 사이에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취득·등록세 지원 등 가격 할인 공세가 벌어지고 고가의 대형차 위주에서 중저가 모델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올 1~4월 수입된 자동차 1만1491대의 대당 수입가격(통관 기준)이 3만6964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 낮아진 데서 이를 엿볼 수 있다.

정만기 한성자동차 이사는 “국산 대형차를 타던 이들이 교체 시기에 이르면 안전도 등을 감안해 외제차로 바꾸는 경우가 많다”며 “수입차 시장은 앞으로도 빠르게 커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제차 점유율이 2%대로 일본(6.2%), 미국(27.4%), 독일(35.5%, 2003년)보다 낮다는 점도 이런 관측을 낳는 대목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수입차 판매량이 올해 2만6500대에서 2009년이면 4만9천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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