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경유값 올라도 디젤이 알뜰

등록 2005-06-28 00:00 수정 2020-05-02 04:24

연비좋은 국산 디젤차 시대 본격 개막, 연말까지 중소형 출시 줄줄
휘발유차보다 비싼 차량값과 저렴한 기름값, 손익 잘 따져봐야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디젤 엔진을 얹은 승용차를 선보이면서 우리나라에도 ‘디젤 승용차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완성차업체들은 올해 말까지 잇따라 중소형 디젤차를 내놓을 예정이다.

소음·진동 개선한 프라이드·뉴아반떼 출시

지난 4월 기아차가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내놓은 디젤 승용차 ‘프라이드 1.5VGT 디젤’의 경우 프라이드 전체 계약 대수 가운데 절반 이상이 디젤 모델이다. 4월부터 6월20일까지 프라이드 모델 총 계약대수는 7788대. 이 중 디젤이 2935대다. 가솔린 모델이 더 많은 건 경유차량 출시가 휘발유차보다 늦었기 때문이다. 6월1일부터 20일까지 프라이드 계약대수는 디젤 791대, 가솔린 703대로 나타났다. 프라이드 디젤은 연비가 뛰어나 고유가 시대에 연료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고, 디젤 승용차의 단점으로 지적돼온 소음과 진동 문제가 크게 개선돼 ‘디젤의 고요함’이 느껴진다는 평가다. 디젤 모델의 외관과 내부 디자인은 가솔린 모델과 동일하다. 차이는 엔진이다. 프라이드 디젤에 탑재된 엔진은 1493㏄ VGT로, 엔진 최대 토크는 24.5kg.m/2천rpm이다. 동급의 가솔린 엔진에 비해 월등히 높다.

현대차도 6월15일부터 국산 첫 준중형급 디젤 승용차인 ‘뉴아반떼XD 1.5VGT 디젤’ 모델을 출시했다. 뉴아반떼XD 디젤은 6월21일 처음으로 60대가 출고됐는데, 6월16일부터 4일간 계약대수는 총 165대다. 현대차는 “초기 계약에서 전체 뉴아반떼XD 모델의 10%를 디젤이 차지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15%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에 따르면, 뉴아반떼XD 디젤 모델은 가솔린 모델보다 약 30% 연비가 우수해 5년간 연 2만km를 주행할 경우 440만원 정도의 연료비 절감효과가 있다. 또 기존의 동급 가솔린 엔진보다 토크(최대토크 24.5kg.m/2천rpm)가 60% 이상 높아 탁월한 가속성능과 등판능력을 갖췄다. 파일럿 연료분사 방식과 신형 변속기를 적용해 엔진 소음은 크게 줄인 반면 주행 안정감과 내구성은 향상됐다. 프라이드와 뉴아반떼XD에 이어 기아차의 쎄라토(6월), 현대차의 베르나 후속 신차(프로젝트명 MC, 8월)와 클릭(11월), 쏘나타(12월), 르노삼성차의 SM3(연말)도 경유 승용차 모델이 잇따라 출시될 예정이다. 뉴아반떼XD 디젤은 유럽 환경규제 기준인 ‘유로3’ 디젤 엔진을 달았고, 프라이드 디젤은 유로3보다 더 환경규제가 강화된 ‘유로4’ 모델을 얹었다.

2007년 말까지 경유 30% 인상 예정

국내 경유 승용차 시판은 유럽 업체들이 국내 디젤차 시판 금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서 발생한 통상 문제를 해결한다는 측면도 있고, 디젤차로 유럽 시장(유럽 승용차 시장의 50%가 디젤차)을 공략하려고 하는데 이때 내수 물량이 받쳐줘야 디젤차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허용됐다. 디젤 승용차의 가장 큰 강점은 경제성이다. 프라이드 1.5VGT 디젤의 연비는 수동 변속기 20.5㎞/ℓ, 자동 변속기 16.9㎞/ℓ. 이는 1.6C VVT 가솔린 모델에 비해 각각 40%가량 높다. 정부의 경유 인상 계획을 감안하더라도 연간 2만㎞ 주행시 프라이드 디젤의 연료비는 가솔린 모델에 비해 향후 3년간 249만원이 적게 든다. 차량 가격은 1.5VGT 디젤은 1146만~1214만원으로 가솔린 모델에 비해 216만원이 비싸다. 뉴아반떼XD는 휘발유차는 1200만원, 경유차는 1450만원으로 250만원 남짓 차이가 난다. 경유차는 환경오염 저감장치를 부착하는 비용과 엔진 제작 비용이 커서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따라서 차값과 유지비용의 손익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디젤차의 최대 장점은 기름값이 적게 든다는 것이다. 연비도 디젤 엔진이 휘발유 엔진에 비해 30∼40% 높다. 그런데 정부는 2차 에너지 세제개편에 따라 현재 ‘100:68:49’인 휘발유, 경유, LPG의 상대가격을 올 7월 ‘100:72:50’, 2006년 7월 ‘100:78:50’, 2007년 7월 ‘100:85:50’ 등으로 단계적으로 올리기로 했다. 휘발유값이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2007년 하반기에 경유 가격은 30% 가까이 오르게 된다. 정부는 경유 승용차 국내 시판에 따라 경유차량이 폭발적으로 늘 것으로 예상되자, 1차 에너지 세제개편안을 다시 수정해 이처럼 경유에 대한 세 부담을 높이기로 했다. 경유 수요를 억제해 대기오염을 줄이겠다는 목적이다. 에너지원별 단위당 환경오염 비중은 경유가 ℓ당 867원으로 가장 크고, 휘발유가 ℓ당 407원, LPG는 ℓ당 208원이다. 경유는 질소산화물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데, 인체에 미치는 피해가 가장 큰 미세먼지(PM2.5)는 경유에서만 다량 배출된다.

연간 2만km주행시 2년 이상 달리면 이익

경유값이 올라도 과연 경유차를 사는 게 휘발유차보다 유리할까? 곧 출시될 기아차의 쎄라토 1500cc 차량의 경우 휘발유차 연비는 ℓ당 12.4km, 디젤차는 16km 정도다. 1년에 2만km를 주행한다고 할 때 현재의 ℓ당 1400원 기준으로 휘발유차의 1년치 기름값은 225만8200원이며, 같은 차종의 디젤은 ℓ당 1천원 기준으로 연간 125만원이다. 2007년 7월까지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의 85% 수준으로 오르면 휘발유값이 1400원일 때 경유값은 1190원 정도로 오른다. 이때 가격을 기준으로 했을 때 연간 유류비는 쎄라토 휘발유 차량이 225만8200원, 디젤 차량은 148만7500원이 된다. 연비와 연료값 차이를 합하면 연간 절감비용은 100만∼118만원가량 된다. 디젤차의 가격이 같은 차종의 휘발유 차보다 200만∼250만원 정도 비싸다는 점을 감안하면 2년 정도만 타면 절약한 기름값으로 차량 가격의 차이를 메울 수 있다. 조세연구원 등에 따르면 경유차가 휘발유차보다 연비가 30% 좋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연비 차이만으로 인해 기름값이 연간 68만4천원(평균 연간 주행거리 1만6천㎞ 전제) 절약된다. 경유값이 휘발유값의 85%로 오르면 연간 36만원이 절약된다. 조세연구원 권오성 연구위원은 “2000년 1차 에너지 개편 때 LPG 가격을 대폭 올리자 경유 승합차·레저용 차량(RV) 판매량은 뚜렷이 증가한 반면, LPG 차량은 급격히 감소해 지금은 LPG 차량이 거의 단종될 정도가 됐다”며 “경유는 2007년 휘발유의 85%까지 올려도 연비가 좋고 여전히 휘발유보다 싸므로 더 경제적이다”라고 말했다.




[표지이야기] 대한민국 주검들은 불쾌하다 …36
300년 이상 된 검시 지침서를 갖추고 전문가의 검시를 거쳐 불탄 주검의 살해 여부까지 파악했던 조선시대. 대한민국 주검들은 그 시대가 부럽다. 전문인력의 부족과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기형적 구조로 인해 ‘죽은 자의 인권’은…

[도전인터뷰] "박주영 뛰지않아 답답했다"…32
박성화(50) 전 청소년대표팀 감독은 세계청소년축구대회 예선 탈락의 아쉬움을 아직 씻어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귀국 길에 ‘기술축구’를 유난히 강조한 그는 "청소년 축구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성인 축구이기 때문에 기본기는 유소년 때…


[특집1] GP 운용, FM대로 합시다…14
김 일병의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진 GP는 명백히 정전협정 위반 장소이다. 철책선 155마일에 걸쳐 있는 GP는 징병제의 이유이기도 하다. 군대 부적응자 ‘고문관’ 문제도 짚어보았다. 매년 입대자의 10%가 보호, 관심 대상자라고 한다.

[특집2] 자동차 강국의 미래를 점검하라…70
최초의 국산 자동차가 탄생한 지 50주년. 세계 6위의 자동차 생산국, 한국은 2010년 세계 4위를 넘본다. ‘품질 낮고 싼 차’라는 굴레는 벗었지만, 친환경 신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새 패러다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한, 미래는 밝지 않다.



[강준만의 세상 읽기] ‘정치 중독’에서 탈출하자…92
우리 사회는 사안에서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면만을 본다. 하지만 보라. 진보언론 내에서도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원인은 콘텐츠가 아니다. <오마이뉴스>과 <월간 말>은 무엇이 달랐는가.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