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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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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아직도 안 가보셨어요?

등록 2005-06-10 00:00 수정 2020-05-03 04:24

<font color="darkblue">북핵위기 아랑곳 않고 하루 평균 관광객 1천여명에 총 1백만명 돌파
내년부턴 철도관광 시대, 북쪽 동포들 돈 버는 재미 쏠쏠합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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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산=글 ·사진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아이고, 이거 2차선이 비좁아 보이네요.”
“이렇게 금강산 관광길이 달라졌을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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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물적 교류 봇물… 도로가 좁다

관광객 100만명을 돌파한 금강산 관광특구는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금강산 관광길에 처음 올랐거나, 오랜만에 다시 찾은 사람들은 요즘 감탄사를 자아낸다. 이곳이 진정 북녘 땅이 맞는지 신기할 뿐이다. 심지어 금강산 관광 사업승인 업무를 담당했던 남쪽의 정부 관계자도 금강산의 놀라운 변신에 놀란 표정을 굳이 감추지 않는다. 금강산 관광도로인 7번 국도가 개통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관광객들은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달리느라 엉덩이를 제자리에 붙이고 갈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 금강산 관광길은 시원하게 뚫린 도로와 더불어 쾌적함을 맘껏 즐길 수 있다. 군데군데 세워진 가로등은 금강산 관광길을 더욱 환하게 만들고 있다. “비무장지대에 뛰노는 야생동물들도 요즘 자주 얼굴을 내민다”고 관광 안내원은 얼굴에 미소를 잔뜩 머금은 채 말했다. 너구리, 노루, 멧돼지 등이 주로 관광객들을 마주 대한단다.

그랬다. 금강산 관광특구는 정말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었다.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는 얘기가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닌 듯하다. 인적, 물적 교류가 말 그대로 봇물 터진 듯하다. 수십대의 관광버스들은 관광객을 끊임없이 실어나르고, 각종 건설 자재, 음식 부자재 등을 실은 크고 작은 트럭들이 남북을 잇는 관광도로를 빼곡히 메우고 있다. 5월26일 오후 4시 반쯤에 금강산으로 들어가는 버스만도 26대에 이르렀다. 가다 보면 아침 8시에 금강산에 들어가 당일 관광을 마친 일반 버스 차량들이 쉴 새 없이 마주 달려온다. 예전에는 일방통행만 이뤄졌으나 이제 쌍방 통행이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12월 개통한 2차선 7번 국도도 좁아 답답하게 보일 정도다. 금강산 관광특구는 인적, 물적 교류의 급격한 증가로 통관검역소 앞에서 긴 줄을 서서 수십분을 기다리는 모습이 흔하다. 도로, 철도 등의 물류 인프라가 조만간 확장되지 않으면 금강산 관광길은 금세 고생길로 바뀔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도로 건너편에는 동해 북부선 철도 공사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북쪽은 철길을 내기 위해 군 시설을 옮기고, 인근 돌산을 깎아 지반을 다졌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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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을 잇는 철도가 개통되면 당분간은 사정이 크게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 양양과 북한 원산을 잇는 이 철도는 금강산 철도관광 시대의 도래를 예고한다. “애초 지난해 말 완공 예정이었으나 조금 늦어지고 있다. 올 12월 임시 개통을 목표로 다들 열심히 공사를 벌이고 있다. 늦어도 내년부터는 기차로 금강산 관광을 즐길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현지 현대아산 관계자의 설명이다. 7월부터 부산과 경남지역 사람들은 금강산 관광열차를 타고 동해역까지 온다. 이곳에서 양양까지 철도 노선이 끊겨 있는 탓에 이들은 당분간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금강산에 들어가야 한다. 아직은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지만 금강산 철도관광 시대는 코앞에 닥쳐온 셈이다. 이처럼 바깥에는 북핵 문제로 시끄럽지만, 금강산 관광객은 꾸준히 늘고 있다. 6월7일께는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한다. 금강산 관광은 지난 98년 바닷길 관광을 시작으로 올해 7년째를 맞았다. 금강산 관광객은 최근 1일, 1박2일, 2박3일 등 일정과 코스의 다양화로 하루 평균 1천~1200명에 이른다. 5월 말 현재 99만2천여명으로 이런 추세라면 6월7일께 거뜬히 1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강산 내 놀거리, 먹을거리를 비롯해 숙박시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면서 관광객들의 만족도는 크게 높아지고 있다.

북쪽 종사자만 1천명 북적북적

지난 6년여 동안 남쪽 관광객들의 중간 휴게소 구실을 했던 온정각이 비좁아 제2의 온정각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가족 호텔에 이어 펜션, 콘도 등 숙박시설이 새롭게 문을 열거나, 곧 열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수준 높은 묘기로 금강산 관광의 또 다른 감동을 선사했던 평양모란봉 교예단 공연에 이어 평양금강산가극단이 들어왔다. 이들은 북쪽뿐 아니라 남쪽의 인기 민요와 가요를 불러 관광객들을 뭉클한 감동으로 이끈다. “울려고 내가 왔던가. 웃으려고 왔던가”로 시작되는 <선창>을 비롯해 <홍도야 우지 마라> <찔레꽃> 등 과거 남쪽에서 인기를 끌었던 애절하면서도 정겨운 노래들은 남쪽 관광객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해 보였다. “잠깐 만나도 심장에 남는 사람이 있고, 오래 만나도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우리 서로 심장에 남는 사람이 됩시다.” 가극단을 이끄는 북쪽 사회자는 이런 말로 공연의 막을 내렸다.

이제 남쪽 관광객들이 꾸준히 금강산을 오가다 보니 남북을 동강 낸 군사분계선을 상징하고, 우두커니 비바람을 맞으면서 지난 50년 넘게 제자리를 지켰던 돌 막대기도 점차 닳아 없어지고 있다. 많은 남쪽 관광객을 맞이하다 보니 북쪽 관계자들의 태도도 갈수록 달라지고 있다. 북핵 위기 등과 무관하게 관광객이 꾸준히 늘고, 각종 편의시설들이 자고 나면 새로 생기는 금강산 관광특구의 발전상을 보면서 뿌듯해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이렇다 보니 북쪽 사람들도 드러내놓고 얘기하지는 않지만 돈 버는 재미에 신바람이 나는 듯했다. 5월31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북한의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003년에 비해 2.2%나 늘어났다. 이가운데 외국인 관광객과 금강산 관광객이 늘면서 음식 숙박업은 16.3%나 성장했다. 금강산 현지의 식당에 투자한 한 관계자는 “이곳에 나와 있는 북쪽 사람들은 비즈니스 마인드를 잘 갖추고 있어 함께 일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이들은 사상이나 제도를 뛰어넘어 함께 잘 살아보자고 서슴없이 얘기한다”며 최근의 달라진 태도에 놀라워했다. 이는 북쪽이 운영하는 금강산호텔식당, 금강원, 목란관 등에서 서비스하는 직원들의 적극적인 근무자세에서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온정각이나 금강산호텔 앞 마당에는 포장마차 등을 세운 야시장을 열어 전통주를 남쪽 손님들에게 팔았다. 이쯤 되면 금강산 관광특구는 남북 통합의 실험장으로 불러도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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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금강산 관광특구에는 1천여명의 북쪽 사람들이 남쪽 사람들과 함께 뒤섞여 이런저런 일에 종사하고 있다. 금강산 호텔에만 300여명이 일하고 있고, 40여명은 북쪽에서 제공하는 싱싱한 활어와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고성항횟집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교예단, 악단 등에 소속된 관계자들과 각종 공사 현장에 투입된 북쪽 사람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2000년 금강산 지역 현지를 방문할 때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금강산 관광특구가 북한 사람들의 고용 창출에 기여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금강산 관광사업을 시작한 지 7년째에 접어들어서야 관광객이 100만명을 돌파하고, 북쪽 고용인력도 1천명을 넘어서는 성과를 보게 된 셈이다.

통합의 실험장, 교류협력의 교육장

또 금강산 관광특구는 남북 교류협력의 산 교육장이 된 지도 꽤 됐다. 남북한을 끈끈히 잇는 동아줄이자 소통의 장이다. 지금도 하루가 멀다 하고 남북한 민간교류를 촉진코자 하는 각 분야 관계자들이 금강산으로 발길을 돌린다. 기자가 금강산에 도착한 날에도 조계종 스님과 신도들 수백명이 금강산에서 물고기 방생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또 얼마 전에는 금강산에서 남북 기독교의 공동기도회가 열렸고, 지난 5월23일부터 이틀간은 금강산에서 6·15 공동선언 실천과 반전평화, 민족공조실현을 위한 남북 대학생 상봉모임이 열렸다. 지난 3월4일에는 남북해외 6·15 공공위원회 결성을 위해 금강산에 모인 남북 교육자들이 6·15 공동선언을 주제로 한 남북 공동수업을 하기로 뜻을 모은 바 있다. 그 밖에도 지금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는 남북 민간 교류의 세부 내용들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금강산은 단순한 관광특구가 아닌 것이다. 이처럼 금강산은 핵 위기와는 상관없이 남북한의 교류협력을 끈끈히 잇는 창구의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오직 남북이 어떻게 힘을 합치면 함께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목소리뿐이다.

금강산 관광을 마치고 돌아온 뒤인 5월28일 조간신문들을 펴보니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F-117 스텔스 전폭기 15대가 한국에 배치됐다’느니, ‘북한 납치규탄 미 상하원 결의안이 제출됐다’는 등의 험악한 기사가 사진과 함께 큼지막하게 실려 있었다. 금강산 관광특구에서의 북한과 언론의 지면에 비친 북한의 모습이 어쩌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table width="480" cellspacing="0" cellpadding="0" border="0"><tr><td colspan="5"></td></tr><tr><td width="2" background="http://img.hani.co.kr/section-image/02/bg_dotline_h.gif"></td><td width="10" bgcolor="F6f6f6"></td><td bgcolor="F6f6f6" width="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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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평양냉면 맛보시라</font>

또 하나의 명소 ‘평양 옥류관 분점’…남북이 함께 땀흘리며 공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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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특구에 또 하나의 명소가 들어선다. 평양 옥류관을 그대로 본뜬 금강산 옥류관 분점이 100만명 관광객 돌파 기념행사에 맞춰 6월8일 문을 연다. 이제 금강산에서도 옥류관의 전통 평양냉면 맛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옥류관의 대표적 상품인 평양냉면은 국물이 시원하며 달고 약간 새큼한 배맛이 잘 어울려 뒷맛을 감치게 하는 특징이 있다. 북한 관계자들은 “옥류관 평양냉면은 입맛과 눈맛이 동하는 민족 고유의 음식 명물”이라고 침이 마르게 자랑했다.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옥류관 주방의 한켠에서는 평양 옥류관 본점에서 내려온 요리사가 벌써부터 남쪽 관광객들에게 서비스할 각종 요리를 만드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금강산의 아랫자락에 나지막이 자리잡은 금강산 옥류관 분점의 건물은 웅장하고 수려한 풍모를 자아낸다. 겉모습뿐 아니라 옥류관 내부 벽마다에 그려진 각종 그림들은 사람으로 하여금 저절로 탄성을 불러온다. 사실주의적으로 그린 이 작품들은 하나같이 생동감과 강한 힘을 보여준다. 옥류관 분점 건설을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내부 벽화를 그리기 위해 금강산에 내려온 북쪽 화가들은 평양에서도 상당히 인정과 대우를 받는 사람들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음식 맛도 기대되거니와, 다른 데서 보기 힘든 귀한 그림도 감상할 수 있을 듯하다.
금강산 옥류관 분점의 설계는 북한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자랑하는 백두산건축연구소가 맡았다. 시공은 현대아산과 현대건설이 돕고 있다. 남쪽에서도 베테랑 건축 담당자들이 모두 달라붙어 금강산 옥류관 분점도 평양 본점에 못지않게 길이 남을 역사적 장소로 남기고자 하는 굳은 각오를 다지고 있다. “북쪽 사람들도 평양에서 직접 내려와 건설현장을 지켜보고는 흐뭇한 미소를 남기고 떠나곤 한다.” 현대아산의 한 관계자는 “북쪽 사람들의 애착이 대단하다. 북쪽 당국에서도 헌신적으로 도와주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옥류관 앞마당에는 작은 공원도 만들어진다. 개성의 선죽교를 본뜬 다리도 남북을 영원히 잇는 상징처럼 이곳에 세워질 예정이다.
옥류관 건설 공사는 남북한 근로자가 함께 땀 흘려 새로운 건축사를 쓰는 현장이기도 하다. 건물 내부를 들여다보니 북쪽 화가들은 벽 그림을 마무리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바닥에 꽃무늬를 새겨넣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북쪽에서는 230여명의 일꾼들이 묵묵히 맡은 일을 수행하고 있었다. 60여명의 남쪽 근로자들은 주로 인테리어 장식과 설치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한 남쪽 근로자는 “솔직히 자기가 맡은 일에 바쁘다 보니 말 한마디 건넬 여유가 없다. 다만 서로 안면을 익히다 보니 눈인사는 자주 주고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남북이 각자가 가진 장점과 노하우를 활용해 상호 보완적인 역할 분담을 하지 않았으면 옥류관과 같은 명소는 지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옥류관 금강산 분점은 지하 1층, 지상 2층에 연면적 897평 규모로 평양 옥류관 분점보다는 조금 작은 것으로 알려진다. 대식당과 단체식당, 귀빈식당 등 모두 472명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다. 또 지하에는 노래방을, 옥탑에는 커피숍과 전망 테라스를 갖추고 있다. 초기 투자금만 해도 40억~5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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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td width="10" bgcolor="F6f6f6"></td><td width="2" background="http://img.hani.co.kr/section-image/02/bg_dotline_h.gif"></td></tr><tr><td colspan="5"></td></tr></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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