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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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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두려워하는 기자들!

등록 2005-05-17 00:00 수정 2020-05-02 04:24

도덕성 지수 올린 <미디어 오늘>의 10년… 보수언론 기자들도 협조하는 ‘감시신문’이 되기까지

▣ 글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sw@hani.co.kr

퀴즈 하나를 풀어보자.
기자들은 그것이 ‘권력’이든 ‘특혜’이든지 간에 여전히 일반 시민과는 다른 대우를 받을 때가 종종 있다. 이전에는 그런 ‘대접’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요즘 기자들이 이런 대우를 받을 때 항상 떠오르는 것이 있다. 그리고 이런 문장이 저절로 입에서 튀어나온다. 아니면 머릿속에 똑같은 문장이 말풍선으로 그려진다. “○○○○○에 기사 나오면 어떻게 하지?”

애비가 떴다!!

정답은 <미디어오늘>이다. 기자들이 <미디어오늘>을 얼마나 무서워할까. 일단 <미디어오늘> 소속 기자들이 자신에게 전화를 하거나 찾아오는 것 자체를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기자들이 많다. 뒤가 켕기지 않는데도 말이다. 남의 뒤를 캐고, 남을 비판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기자 집단이 자신이 정반대 위치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한다. <미디어오늘>은 존재 그 자체로 언론과 언론인의 반성적 고찰을 돕는지도 모른다.

<한겨레21>이 창간 10주년을 맞은 <미디어오늘> 사무실을 찾았다. 서울 목동 방송회관 9층에 있다고 했는데 이상하게 1층 안내현판에는 눈을 씻고 찾아도 미디어오늘이라는 글자가 없었다. 9층으로 올라가 사무실을 찾는데도 한참 시간이 걸렸다. 제대로 된 현판도 없이 제호를 확대 복사한 종이가 입구에 붙어 있었다. 사무실 내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편집국으로 쓰는 큰 방 옆에 달린 작은 방에는 이불이 얹혀 있는 간이침대 2개가 눈에 들어왔다. 언론계 안팎의 영향력과 사무실 크기는 정비례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평기자 시절을 거쳐 편집 실무의 최고 책임자를 맡고 있는 이영태 편집국장은 “평기자 시절에는 취재를 하려고 해도 소개하는 데 5~10분 걸리고 취재하는 시간은 1~2분 하는 시스템이었는데 지금은 광화문 시위 같은 취재에서도 시민들이 알아본다는 얘기를 듣는다”고 회고했다. 기자들이 <미디어오늘>을 보는 시각도 예전에는 감시자, 비판자에 머물러 있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청와대와 정부종합청사 출입을 하던 때였어요. 해당 기자실을 한번씩 돌면서 정보도 얻고 분위기도 파악하는 일은 일상적인 업무인데 한번은 외교부 출입기자실을 찾아갔어요. 흡연실에 모여 있다고 해서 갔더니 한명씩 다 빠져나가고 간사를 맡고 있는 기자만 남는 거예요. 일단 <미디어오늘> 기자와 친한 척하면 기자실 안에서 찍히는 분위기가 있었던 거죠. 이른바 ‘빨대’(기자 사회에서 은밀한 내부 취재원을 이르는 속어)로 의심받을까봐 걱정했던 거죠. <미디어오늘> 기자가 나타나면 ‘애비가 떴다’는 속어를 쓰던 곳도 있다고 들었어요.”

그렇지만 최근에는 <미디어오늘>에 협조하는 취재원들이 많아졌다고 이 국장은 귀띔했다. 이른바 조·중·동 등 <미디어오늘>에 반감을 가질 만한 보수언론에서 근무하는 기자들도 <미디어오늘>의 보도 방향에 공감을 표시하고 도와주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 국장은 “그들과 만나는 것은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의미도 있고, 그들이 해당 언론사 내부의 변화를 이끄는 동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미디어오늘>이 생겨난 뒤 10년이 흐르면서 언론계의 도덕성이나 윤리는 이전 시대에 비해 도드라지게 높아졌다. 관행으로 여겨지던 ‘촌지’는 더 이상 관행이 아니라 부도덕의 범주로 넘어갔다. 물론 “<미디어오늘> 때문에 촌지를 받을 만한 소수 기자들한테만 금품을 몰래 건네는 음성적인 촌지문화가 새로 생겨난 일부 부정적 측면이 남아 있다”(이 국장)고는 하지만, 언론의 도덕성 지수가 괄목상대하게 됐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스포츠신문 프로야구 담당 기자들이 지방을 옮겨다니는 취재를 할 때 해당 구단이 편의를 제공하는 관행이 ‘회사 부담 원칙’으로 바뀌는 과정 등에서 <미디어오늘>이 한 구실은 따로 거론할 필요가 없다.

‘주간지+초간지 체제’의 실험 성공 중

도덕성이 이전 시대에 비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내부의 비밀이나 치부를 감추는 것은 이전 시대와 다름없다. 취재가 극히 어려워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디어오늘>의 한 기자는 “한마디로 ‘프로’를 상대로 취재해야 하는 점이 가장 어렵다”고 털어놨다. “영악할 뿐 아니라 나름의 대비책까지 마련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 방어선을 뚫고 취재를 하려면 상당한 ‘내공’이 필요합니다. 결국 취재가 되는 것은 내부 고발이 되는 경우죠. 예를 들어 같은 기자단인데 중앙지는 50만원 받고 지방지는 30만원 받고 왜 이렇게 차별하냐, 뭐 이런 식의 특별한 사건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말이 흘러나오죠.”

10주년을 맞는 <미디어오늘>의 고민은 감시받지 않는 제4의 권력기관인 언론을 감시하고 언론 수용자들이 언론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도록 비평한다는, 기존의 구실에 더해 격변하는 미디어 환경의 흐름을 짚어내고 중장기적인 전망과 대안을 제시하는 전문성을 확보하는 길을 찾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디어오늘>은 종이 주간지 체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인터넷 기사 비중을 높이고 있다. 이른바 ‘주간지+초간지 체제’의 실험이다. 실험은 성공적이어서 다른 진보적 인터넷 매체들이 <미디어오늘>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사무실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노동강도는 올라갔지만, 그에 비례해 임금도 대폭 인상됐다.

현이섭 대표이사 체제가 들어선 이후 계속되고 있는 흑자 경영 기조도 <미디어오늘>의 도약에 순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 대표이사는 “대안과 전망을 제시하려는 첫 시도로 10주년 기념 심포지엄(5월18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의 주제를 ‘국민에게 신문은 어떤 존재인가’로 잡았다”며 “사회 공론의 장으로서 신문의 존재 자체가 무력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유럽의 진보적인 신문들도 무료신문과 인터넷의 도전으로 휘청대는 것을 확인했다”며 “신문왕국이라는 일본에서도 그런 바람이 불고 있는데 아직 한국의 신문들만이 기존의 기득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디어오늘>은 이렇게 말했다

1. “문민정부 출범 직후 80년 강제해직 언론인 복직·배상이 추진됐으나 언론사 간부들의 반대로 무산됐다.”(1996. 5.10)
2. “97년 대선 당시 동아일보 정치부장이 이른바 ‘세풍사건’의 주역이었던 이석희 당시 국세청 차장한테서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이 있다.”(1999. 7.1)
3. “휴전선 고엽제 살포 사실은 1980년에 국내 언론이 보도하려 했지만 신군부의 검열에 의해 통제됐다.”(1999. 11.11)
4. “언론사주 일가의 ‘병역 면제 비율’이 일반인의 10배, 공직자의 2.5배에 이른다.”(2000. 2.17)
5. “장중호 한국일보 이사가 99년 병무비리 수사 당시 조사받았다.”(2000. 2.24)
6. “연합뉴스 벤처기업 출자 과정에서 김종철 당시 사장이 99년 12월 자회사 주식 5%를 무상으로 받았다.”(2000. 8.10)
7. “주요 신문사의 일부 간부들을 대상으로 국세청이 예금계좌 내역과 주식보유 상황을 조사 중이다.”(2001. 2.22)
8. “스포츠신문의 일부 영화기자들이 돈봉투를 상습적으로 수수하고 있다.”(2001. 7.19)
9.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인제 후보가 들고 나온 음모론의 진원지로 추정되던 조선일보 김대중 편집인이 ‘마포포럼’ 강연에서 ‘광주에서 노무현이 득세한 원인 중의 하나가 김심이 광주 대의원들에게 주지되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2002. 3.28)
10. “월간중앙이 굿모닝시티 윤창렬 회장의 인터뷰 기사를 싣는 조건으로 군과 관공서 100여곳에 월간중앙을 대납하기로 했다.”(2003. 7.23)
11. “한국방송 의 유럽 취재에 동행했던 대학교수가 ‘방송사 취재의 혈세 낭비’를 고백했다.”(2003. 8.27)
12. “신문협회 광고협의회가 방송과 비교해 신문에 광고를 적게 한 22개 기업을 선정해 언론사에 해당 기업 관련 보도를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냈다.”(2004.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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