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출입 ‘김진철 기자’가 말하는 ‘김진철 구속파동’ 그뒤
▣ 김진철 기자/ 한겨레 여론매체부 nowhere@hani.co.kr
개그맨 사회의 ‘뒷골목’에도 햇볕이 들기 시작했다. 역설적이다. 잇따른 ‘구타 사건’과 ‘노예계약 파문’이 당장은 아픈 일일지언정 언젠가는 겪을 수밖에 없는 일이며, 악습이 폭로돼야 고쳐지고 더 나은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까닭에서다.
한국방송 <개그콘서트>의 개그맨 김진철은 후배를 때리고, SBS <웃찾사>의 개그맨 윤택 등 14명은 소속사 스마일 매니아(대표 박승대)와의 계약이 “노비문서와 다름없다”고 폭로해 사람들을 놀래고 가슴 아프게 했다.
“더욱 놀랄 만하고 심각한 문제들 많다”
두 사건이 드러난 모습은 다르나, 연예계에 오랜 관행으로 이어온 ‘군사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은 공통적이다. 탤런트·가수 등 다른 분야에서는 이미 선후배 위계질서를 주축으로 한 악습이 물 위로 드러나 대부분 해소됐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발달과 대중문화의 성숙에 힘입은 바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후진적인 구조를 답습하고 있는 개그계는 이제야 이런 문제가 불거져나왔다. 최근 개그가 문화계의 화두가 될 정도로 급성장한 ‘덕택’이다.
이는 상명하복의 군사문화가 무너지고 있는 현상을 반영한다.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후배가 생겨나자 으레 해온대로 매질을 했고 후배는 선배를 고소했다. 기획사 소속 개그맨들은 선배이자 사장에게 반기를 들었다. 과거엔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 잇따라 벌어진 것이다.
실제로 개그맨들은 선후배간에 90도로 몸을 굽히고 큰 소리로 인사를 할 정도로 위계질서가 엄격하다. 조폭을 연상시킬 만한 광경이다. 신입 개그맨들이 연습실 아닌 화장실에서 연기 연습을 하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다. 폭행 당시 김진철이 김지환에게 “평소 건방지고 왜 튀냐, 왜 선배에게 인사를 똑바로 하지 않냐”고 말했다는 것에서도 드러난다. 윤택이 기자회견에서 “사장이 개그맨 출신이어서 기대가 컸으나 평소 폭언을 일삼았다”고 폭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드러난 것보다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는 것이 방송계의 증언이다. 김진철이 “신인 때 나도 맞은 적이 있다. 지금은 심하지 않지만 개그맨 세계에선 아직 후배의 군기를 잡으려는 관행이 있다”고 한 것뿐만이 아니다. 한 중견 방송작가는 “더욱 놀랄 만하고 심각한 문제들이 많으며, 이번에 드러난 일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관행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선배 개그맨들의 무사안일함과 암묵적으로 방치해온 방송사 모두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 일반이나 연예계처럼, 실력이나 능력보다는 인맥이나 학맥이 더 큰 능력을 발휘하는 개그계에서 선후배의 엄격한 위계질서가 지켜져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잘 때리는 고참과 가끔 때리는 고참
개그계에서 김진철에게 연민의 시선을 보내는 것도 이런 관행이 있었음을 방증한다. 한 개그맨은 “김진철씨는 오히려 별로 많이 (군기 잡기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다. 김진철씨 혼자 한 행동이라지만, 군대에서 바로 윗고참이 신병을 다루는 것처럼 선배들의 암묵적 동의 아래 벌어진 일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중견 방송작가도 “이번 일이 이렇게 크게 터진 것은, 잘 때리는 고참과 가끔 때리는 고참의 차이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구타 문화가 사라졌다”고 주장한 한국방송 희극인실이 김진철의 징계를 논의하고 있는 모습은 뭔가 이상해 보이기까지 한다. 죄 없는 자만이 죄인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것은 아닐 테지만.
12일 김지환이 김진철쪽과 합의를 보면서 ‘구타 사건’은 정리돼가는 국면이다. 스마일 매니아 계약 분쟁은 ‘이권 분쟁’의 냄새를 풍기며 진행되고 있다. 여러 어려운 일 끝에 머지않아 개그계의 악습이 사라질 것이라는 데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웃음으로 위로받아온 시청자들이 당분간 개그맨들을 보며 이면의 폭력과 비정함을 떠올릴 것이 가장 가슴 아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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