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프로그램에 학부모 참여를 보장하는 미국…한국도 동원에서 참여로 마인드를 바꿔야
▣ 박종필/ 제주대 교수·교육학
우리나라의 학부모들은 권리보다는 의무에 익숙한 편이다. 학교나 선생님들에게 불평불만이 있어도 이를 표현하지 못했고, 자신이 찬성하지 않는 일에도 자녀들에게 피해가 있을까 염려돼 학교 활동에 참여하는 경우도 많았다.
수시로 1일교사·보조교사 참여
하지만 최근 들어 지금까지 무시돼왔던 학부모들의 권리와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부모야말로 아이들의 교육에 필요한 중요한 정보원이자 지원자·동반자이며, 학교가 진정한 의미의 학습 환경이 되기 위해서는 학생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몇년 전 미국 텍사스에서 유학을 하면서 그곳 학부모들의 학교 참여에 대해 연구·관찰할 기회가 있었다. 미국 학부모들이 학교에 참여하는 데는 두 가지 통로가 있다. 첫째는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들에게 학교 운영 및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항들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우리나라에서도 1996년 시작된 ‘학교운영위원회 제도’는 이를 본받은 것이다. 학부모들은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 학생들에게 좀더 나은 수업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학생들의 성취도를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 과정에 참여한다. 우리나라와 가장 차이가 나는 것은 미국 학부모들은 교직원 평가에도 관여한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학부모들은 학교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고객으로서 이를 제공하는 교직원들의 능력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주에선 명문화된 법규정을 통해 학부모들에게 수업을 관찰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어느 특정 교사에게 문제가 있다는 의문이 제기되면 부모가 직접 그 교사의 수업을 참관하고, 여기서 발견된 문제점을 학교장이나 교육위원회에 통보함으로써 해당 교사는 파면되거나 최장 50시간 동안 교육위원회의 교사평가를 받게 된다.
두 번째는 보조교사나 도우미와 같은 형태로 이루어지는 수업 활동 참여다. 특정 분야의 전문지식과 기술을 제공하거나 채점이나 수업을 보조하는 보조교사 또는 자원봉사 활동 등이다. 수학·과학 수업에 보조교사로 참여해 1대1로 학생들을 지도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선 ‘스승의 날’ 같은 특별한 날에 1일 교사 활동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미국에선 수시로 학부모들이 1일 교사로 참여하고 교과목에 따라 매 시간 1~2명씩의 보조교사·도우미로 활동한다. 특별한 전문지식이 있는 학부모들은 수업자료를 준비하거나 예시용 미술작품을 만드는 데 참여하기도 한다.
숙제를 도와주는 것도 중요
이런 직접적인 수업 활동 참여와 함께, 집안에선 자녀들의 숙제를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학생들의 지도 방법 등에 대한 정보를 학부모들에게 제공하고, 전화·가정통신문·학부모의 학교 방문을 통해 의사소통 통로를 확대해나간다.
외국의 추세에 비춰볼 때, 우리나라의 학부모 학교 참여는 거꾸로 흘러가는 느낌이다. 학습 활동에 적극 참여하기보다는 단순 노동력 제공에 그치고 있고, 적극적으로 학부모 의견을 개진하는 대신 학교장이 제시한 안건에 무조건 동의·찬성을 하는 식의 형식적인 학교운영위원회 활동이 있다. 지금까지의 수동적인 학부모 역할은 적극적인 에너지로 변환돼야 한다. 동원에서 참여로. 아이와 부모가 함께 성장하는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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