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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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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

등록 2005-04-05 00:00 수정 2020-05-03 04:24

<font color="darkblue">2세대 지도부가 출범한 열린우리당…실용블록과 개혁블록 갈등, ‘386 권력화’ 논란 등 험난한 길</font>

▣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4월2일 전당대회를 통해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으로 대표되는 창당 주역 중심의 ‘제1세대 지도부’가 물러나고, 앞으로 2년 동안 집권여당을 이끌 제2세대 지도부가 출범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의 앞날은 1세대 지도부 구성 당시보다 더 불투명하다.

계파 분화, 씻을 수 없는 상처

‘노무현 정부 성공’ ‘당원이 주인되는 정당 건설’을 대의명분으로 민주당을 박차고 나와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직후 치러진 지난해 1월 전당대회는 정치적 생존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4·15 총선 승리라는 당면한 지상과제 앞에 갈등보다는 단합, 논쟁보다는 협력이 강조되는 분위기였다. 당시 당내 최대 계파였던 개혁당 그룹의 유시민 의원 등은 ‘정동영 지지’를 선언했고, 김근태 장관 중심의 재야파 역시 노무현 정권 창출 및 창당 1등 공신들과 결합한 이들에게 정면으로 맞서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번 전당대회는 180도 달라졌다. 당내 각 계파는 앞다퉈 각개약진을 시도하면서 본격적으로 분화했고, 서로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불신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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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당대회의 최대 부산물은 ‘계파정치’가 표면화됐다는 것이다. 지지 기반과 주의·주장을 달리하는 8명의 후보가 난립하면서 148명의 열린우리당 현역 의원 가운데 상당수가 선택을 강요받았다. 특히 선거 기간 동안 ‘실용 대 개혁’ ‘문희상 대세론 대 민주적 지도부 건설론’ ‘친유시민 대 반유시민’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의 대권을 향한 대리전’ 등 편가르기식 논쟁이 계속되면서 의원들은 갈가리 찢겼다.

‘정동영 계보’로 분류된 구 당권파 의원들의 전폭적 지원 속에 ‘실용 블록’의 대표주자로 자리잡은 문희상 의원은 이른바 ‘대세론’을 근거로 열린우리당 의원 상당수를 공식 선거운동 조직으로 빨아들이면서 계파 경쟁에 불을 댕겼다. 정동계 직계로 분류된 홍재형·김한길·박영선·김현미 의원, 친노 직계인 김혁규·이광재·서갑원·백원우 의원 등 약 30여명이 문희상 의원을 당의장으로 만들기 위해 발벗고 뛰었다. ‘문희상 계보’가 형성된 셈이다.

친노 직계 인사로 분류되는 염동연 의원쪽에도 이계안·김선미·양승조·권선택·김기석·주승용·강기정·이영호 의원 등 11명이 포진했고, ‘정통개혁론’을 내걸고 386 초·재선 대표주자로 나선 송영길 의원 캠프에도 김부겸·이종걸·임종석·김영춘·우상호·최재성 의원 등이 적극 가담했다.

이에 맞선 ‘개혁 블록’쪽은 김근태 장관 중심의 재야파가 장영달 의원을 중심으로 총결집했다. 유선호·선병렬·노영민·이인영·우원식·정봉주·이기우·이철우·문학진·이호웅·이철우 의원 등 16명의 참여정치연구회 소속 의원들이 장영달 의원의 지도부 진입을 위해 뛰었다.

그동안 한목소리로 기간당원제 확대, 당원 중심의 민주적 정당 문화 착근, 개혁 지도부 건설을 외쳐온 ‘원조 친노 세력’도 이번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급속하게 분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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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마다 기간당원 확보 경쟁에 나설 것”

당장 2002년 대선 당시 노사모와 함께 노무현 정권 탄생을 위해 분골쇄신했고, 지난해 4월 총선을 통해 원내 진출에 성공한 뒤 참여정치연구회를 구성했던 개혁당 그룹은 김두관, 유시민, 김원웅 지지로 삼분됐다. 김두수 상임중앙위원과 영남쪽 개혁당 출신 대의원은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을, 서울·경기 등 수도권과 호남 지역 개혁당 그룹은 유시민 의원을, 지난해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을 선도하며 충청권을 중심으로 열린우리당 개혁을 주창했던 ‘중단 없는 개혁을 위한 평당원연대’(중개련)는 김원웅 의원을 적극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그동안 한 배를 탔던 김원웅 의원은 김두관 전 장관과 유시민 의원의 후보 단일화 시도 및 연대 움직임을 “계파 보스에 줄서기를 강요하는 비민주적 구태”라고 비판하며 사실상 결별했다. 유 의원과 김 전 장관, 개혁당 핵심 인사들 역시 “김 의원은 더 이상 개혁당 계보인 참정연과 뜻을 같이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전혀 다른 길을 가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노무현 정권 창출의 또 다른 ‘특등 공신’인 노사모도 ‘당원에 의한 당 장악’을 주장하며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현실정치에 뒤늦게 발을 담근 국민참여연대와 네티즌 중심의 자발적 동호회를 고수하는 네티즌 노사모로 확실히 갈라섰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가속화된 계파정치 흐름은 향후 열린우리당 운영과 진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 핵심 당직자는 “현재의 중앙당 중심 정당 체계를 시·도당 중심으로 바꾸고, 당의장이나 유력 정치인이 갖고 있던 각종 권력을 평당원들에게 돌려주겠다는 ‘개혁 블록’쪽 인사들이 당 지도부인 상임중앙위원회에 진출하면서 문희상·한명숙 의원 등 ‘실용 블록’쪽 인사들과 경쟁·갈등하는 구조가 마련됐다”면서 “당 운영 및 체제 개편, 국가보안법 등 주요 쟁점 법안 개폐 문제를 둘러싸고 두 블록의 노선투쟁이 전면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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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후보 경쟁 등 향후 정치 일정을 볼 때 이번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형성된 계파간 갈등 구조는 더욱 고착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른 한 핵심 당직자는 “내년 6월 지방선거 일정을 고려할 때 3~4월쯤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이 시작될 것이고, 6개월간 당비를 납부한 기간당원만이 지방선거 출마 후보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갖는 당헌·당규가 적용되는 만큼 늦어도 8~9월까지는 각 계파간 기간당원 등록을 끝내야 한다”면서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장악한 계파는 수성을 위해, 패배한 계파는 ‘설욕’을 위해 기간당원 가입 전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이번 전당대회에 한해 한시적으로 허용된 당원자격 경과 규정(2개월간 당비 납부하되, 밀린 당비 연납도 가능)이 없어지고 ‘6개월간 당비를 납부한 기간당원에게 각종 공직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부여’하는 기간당원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당장 오는 6월부터 지방선거전 출마 자격 획득을 위한 각 계파간 당원 확보전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유시민 논쟁에서 불거진 386 비판

물론, 일부 신중론도 존재한다. 개혁당 그룹의 한 핵심 인사는 “최근 유시민 의원이 자신을 ‘유 의원을 지지하는 현역 의원이 5명밖에 안 된다’고 공격한 김현미 의원이 경기도당 위원장에 당선돼 ‘화해와 협력’을 역설한 것처럼 당분간 각 계파가 전당대회 결과에 승복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의 잠재적 대권주자로 사실상 ‘큰손’인 정동영 장관과 김근태 장관 모두 너무 빨리 대권경쟁이 시작될 경우 따를 정치적 부담을 우려해 계파 갈등을 봉합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분석도 더해진다.

이번 전당대회의 막판 쟁점으로 부각된 ‘친유시민, 반유시민’ 논쟁 과정에서 불거진 당내 분열상도 열린우리당의 앞날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그동안 합리적 개혁의 상징 세력으로 여겨졌던 송영길·임종석·김영춘·우상호 의원 등 열린우리당의 ‘대표 386’들이 ‘무차별적, 릴레이식 유시민 때리기’에 뛰어들면서 386 정치인에 대한 정치·사회적 재평가 작업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통개혁론’을 내건 송영길 의원을 대표선수로 출전시킨 이들이 유시민 의원의 ‘개혁 지도부 구성론’과 ‘정동영계와 적대, 김근태계와 연대’ 발언을 분열적 개혁주의로 몰아치면서 이른바 ‘유시민 불가’를 역설한 것을 계기로 ‘386 권력화’ ‘386 기득권 세력 투항’ 논쟁이 촉발됐기 때문이다.

실제 인터넷 공간에서는 정청래-송영길-김현미-임종석-우상호-김영춘 의원으로 이어지는 386 의원들의 ‘릴레이식 유시민 때리기’의 정치적 의도에 대한 의문과 함께 이들에 대한 재평가 논쟁이 거세다. 유시민 의원에게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네티즌 논객들은 인터넷 매체인 <서프라이즈>를 통해 “과거에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경력이 훈장으로 작용했던 시절에 안주하는 모습은 기득권에 기대는 것과 다르지 않다. 386 정치인들이 당내 민주화와 진성당원제를 정착시킬 개혁성이 있느냐”는 원초적 의문까지 제기하고 있다. “정치란 시대정신을 상징화하고, 그 상징을 선점하는 자가 이기는 것인데, 송영길 이하 대여섯의 (386) 의원들은 시대정신이 뭔지도 모르는 위인들”이라며 “똥덩어리를 움켜쥐고 있으면서 자기가 시대정신을 보지하고 있다는 미망에 빠졌다”는 극단적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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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시민 전선의 선봉에 선 송영길 의원은 “그런 정도는 얘기해야 선거전이 재미있어지는 것 아니냐”면서 “그동안 유시민 의원의 행태를 지켜보며 그가 당 지도부가 된다면 정말 위험하다는 충심에서 논쟁을 전개했던 것이지 개인적 감정은 없다”고 말했다.

우상호 의원도 “솔직히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때려 뒤처진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선거 전술적 측면도 있고, 그동안 반대 세력을 향해 끊임없이 개혁의 당위성을 설득하는 ‘통합형 개혁’을 추진해온 우리 386 의원들의 관점에서 볼 때 내부 세력을 향해 끊임없이 공격해 무력화하는 유시민식 개혁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필요성도 느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우 의원은 김영춘 의원의 ‘싸가지 발언’이 비판의 도를 넘어 386 전체의 자질론으로 비화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유시민 의원식 표현법을 패러디한 것일 뿐, 악의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유시민 의원과 개혁의 대의를 달리하는 적대적 모순관계가 아니라, 선거 국면의 전술적 차이에서 비롯된 대립인 만큼 386의 보수화·권력화로 예단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정동영과 신기남 결별도 변수

열린우리당 창당 이후 개혁 추진에 주저하거나 타협적인 태도를 보이는 동료 의원 등 여권 내부 인사들을 향해 주저 없이 직접적 타격을 가해 쟁점화하고, 이를 통해 개혁적 대의에 강압적으로 고개 숙이고 무력화하는 ‘유시민식 개혁’이 당 운영 방식으로 구체화될 경우 여당의 분열이 실제화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그의 당 지도부 진입불가론을 제기했다는 게 386들의 핵심 논거인 셈이다.

그러나 같은 운동권 출신의 한 40대 의원은 “유시민 ‘왕따’를 넘어 ‘유시민 제거’라는 표현까지 공공연히 동원되는 지극히 불건전한 논쟁에 386 의원들이 패거리를 지어 마치 유시민을 주리돌림하듯 달려드는 행태를 보인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이런 비이성적이고 불건전한 논쟁에 동참한 것 자체가 386 세대 전체에 적지 않은 상처를 남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극단까지 치달았던 386 의원들의 감정 표출을 어떻게 봉합하고 치유하느냐는 중차대한 과제를 남긴 셈이다.

한편 열린우리당 제1기 지도부를 함께 꾸렸던 정동영 장관과 신기남 전 당의장의 결별도 향후 당 운영 및 대선후보 경선 등 정치적 역학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 전 의장은 전당대회가 임박한 3월30일 당원들에게 “유시민 후보가 가진 뚜렷한 개성으로 인해 정서적 거부감을 가진 분들도 있지만 그의 바른 신념과 뛰어난 능력은 당을 위해 쓰여야 한다”면서 “그가 당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표를 몰아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신 전 의장의 이런 태도에 대해 김태랑 전 의원 등 친정동영계 인사들은 “노골적인 짝짓기를 통해 당내 분열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맹렬히 성토했다. 정동영 장관이 ‘신기남 배제론’으로 자신을 당의장 예비경선에서 낙마시켰다고 오해한 데 따른 반감 표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있다.

그러나 신 의원쪽 핵심 인사는 “거듭해 강조해온 ‘개혁 지도부 구성’ 정도로 에둘러 뜻을 전달하는 수준에 멈추려 했지만,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의 개혁 정체성을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개혁 후보에 대한 전면적 지지를 호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1기 지도부에서 정동영 장관과 한 배를 탔던 신 전 의장이 명백히 ‘반정동영, 반실용 블록’을 선언하고 개혁 블록을 선택한 것인 만큼 이후 전개될 정동영 장관과 김근태 장관의 대권경쟁 구도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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