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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3+휴대전화·카메라·방송+α

등록 2005-03-31 00:00 수정 2020-05-03 04:24

‘세빗 2005’에서 만난 컨버젼스의 현장… 뮤직폰의 부상·MP3플레이어의 진화 등

▣ 최혜정 기자 / 한겨레 경제부idun@hani.co.kr

최근 정보기술(IT) 업계를 가로지르는 열쇠말은 ‘컨버전스’(convergence)다.

‘점차 한 점으로 모여든다’는 뜻처럼, 휴대전화와 디지털 카메라, MP3 플레이어, 게임기 등이 일상생활로 흡수되면서 기기 하나에 모든 기능이 합쳐지는 현상은 이미 주된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3월10일부터 16일까지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통신박람회 ‘세빗(CeBIT) 2005’는 전세계 정보통신 업계의 컨버전스 흐름과 고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전세계 72개국 6천여개 업체가 참가한 이번 전시회에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의 주요 IT 업체는 물론 소니 에릭슨, 노키아, 지멘스 등이 대거 참여해 ‘어디에 무엇을 붙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쏟아냈다.

기술경쟁에 열올리는 휴대전화들

여러 휴대용 기기들이 있지만, 컨버전스의 핵심축은 단연 휴대전화다. 단순 음성통화와 사진전송 정도만 가능했던 2.5세대 기술이, 달리면서 동영상을 볼 수 있는 3세대 이상의 이동통신 기술로 진화하면서 휴대전화도 첨단 기능을 갖춘 휴대용 멀티기기로 거듭나는 중이다. 여기에 이동하면서도 텔레비전을 볼 수 있는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 업체들은 카메라·음악·방송과 융합되는 휴대전화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번 세빗 전시회에서는 참가업체 대부분이 200만화소급 이상의 카메라를 기본적으로 갖춘 휴대전화를 선보였다. 지난해에는 100만화소가 주류였다. 삼성전자는 특히 지난 10월 500만화소 카메라폰을 출시한 뒤 6개월 만에 700만화소 카메라를 세빗에서 선보여 화소 수 경쟁에서 앞서나갔다.

소니 에릭슨과 지멘스, 파나소닉 등도 200만화소급 카메라를 장착한 카메라를 대거 선보였으며, 특히 이들 업체의 카메라폰은 겉모습이 일반 디지털 카메라와 쏙 빼닮은 것이 특징이다.

또 하나의 흐름은 ‘뮤직폰’의 급부상이었다. 카메라와 함께 MP3 플레이어도 중요한 기능으로 자리잡았다. 삼성전자가 음악 750곡을 담을 수 있는 3기가 HDD폰을 선보였고, 소니 에릭슨은 소니 워크맨과 휴대전화가 융합된 ‘모바일 워크맨’ 모델을 발표했다. 휴대전화지만 워크맨 수준의 음질을 제공한다는 이 휴대전화는 음악파일 재생 기능은 물론 FM 라디오 기능도 갖추고 있다. 지멘스 부스에서는 달리는 리듬에 맞게 MP3폰으로 듣는 음악의 리듬이 달라지는 휴대전화를 선보였다.

삼성전자의 이기태 사장은 “100년 전에 자동차가 나왔지만, 자동차 기술은 여전히 발전하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며 “휴대전화 역시 생명공학, 나노 기술 등이 결합되면서 끝없는 컨버전스와 진화를 거듭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MP3 플레이어로의 컨버전스도 눈에 띄었다. 소비자들의 욕구가 ‘음악듣기’에서 ‘영상보기’로 확장되면서, MP3 플레이어도 동영상 재생 기능을 포함한 휴대용 미디어 재생기(PMP)로 수렴돼가는 추세다.

MP3 플레이어 업체인 엠피오는 20기가 HDD와 리모콘 겸용 MP3 플레이어, CD 플레이어 등이 한 묶음으로 구성된 ‘엠피오원’을 세빗에서 처음 공개했다. 이 모델은 MP3 플레이어의 추세가 대용량쪽으로 흘러가고는 있지만, 여전히 작고 단순한 플래시 메모리 형태의 MP3 플레이어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반영한 것이다. 소형 MP3 플레이어를 대용량 HDD나 CD 플레이어에 연결하면 리모콘이 되지만, 연결하지 않더라도 자체로서 영상과 음악이 함께 나오는 PMP 기능을 갖춘 기기가 된다. 거원시스템은 MP3 플레이어와 디지털 카메라 재생 기능을 합친 ‘아이오디오 X5’를 선보였다. 이 모델은 1.8인치 26만컬러 LCD를 갖춘 HDD형 MP3 플레이어로, 음악 재생뿐만 아니라 컴퓨터 없이도 디지털 카메라와 연결해 다양한 이미지와 동영상을 볼 수 있다.

거원시스템 관계자는 “아무리 휴대전화가 온갖 기능을 갖춘다고 해도 좋은 음질과 특화된 기능을 원하는 소비층은 계속 존재한다”며 “분화된 시장으로 계속해서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뷔페’냐 ‘전문 음식점’이냐를 두고 소비자들의 행복한 고민이 시작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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