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KT 노사 신노사문화대상 수상 논란…인권단체들 “노조길들이기” 현 노조 “노사관계 발전”
▣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최근 노동부가 (주)KT(옛 한국통신)의 노사를 신노사문화대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부는 “KT의 노사 양쪽이 노사 협력관계 구축에 많은 노력을 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지만, 인권·시민단체들은 “터무니없는 선정”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직원 강제 발령에도 묵묵부답”
인권단체들은 KT가 상생과 협력의 노사관계가 아니라, 회사쪽의 교묘한 ‘노조 길들이기’로 노조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비정상적 관계라고 주장한다. 인권단체들은 그 근거로 최근 밝혀진 회사쪽의 상품판매팀 직원들에 대한 인권침해 사례를 들고 있다. 천주교인권위원회와 인권운동사랑방 등으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의 조사 결과 KT는 지난 2003년 9월 명예퇴직을 실시하면서 이를 거부한 500여명을 상품판매팀으로 강제 발령낸 뒤 이들을 ‘특별 관리’해, 상당수 직원들이 심한 정신적 고통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상품판매팀 직원 중 3명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우울증 증세 등으로 산재 승인까지 받았다. 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진단 결과 이 팀 직원 중 84명이 우울·불안·긴장·공포·신경과민 증세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인권침해에도 KT 노조가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은 회사쪽의 강도 높은 노조 길들이기 탓이라는 것이다.
과거 파업 때 쫓겨난 해고자들과 일부 노조원들은 KT의 현 노조 집행부를 ‘신어용노조’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지난 1995년 ‘한국통신 파업사태’ 때 해고된 이해관 전 부위원장은 “지난해 5월에 4명의 젊은 노동자가 과로로 목숨을 잃었는데도 노조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다”며 “70∼80년대의 어용노조처럼 노골적으로 회사편을 들지는 않지만, 중요한 때 회사와 적당하게 타협해 회사의 부당노동 행위에 ‘알리바이’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KT 노조는 2001년부터 분규 없이 임·단협을 타결해왔고, 2003년 9월에는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명예퇴직을 회사쪽에 먼저 제안하기도 했다. 이 전 부위원장은 “95년 파업 이후 당근과 채찍으로 노조를 분열시키는 회사쪽의 전술에 노조가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조 전통 계승하고 있다는 주장도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번 신노사문화대상 수상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반응도 많다. 수상 소식이 알려진 뒤 KT 노조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파업만 일삼던 잘못된 행태에서 벗어나 좋은 결실을 거두고 있다” “이를 계기로 더욱 노사간 신뢰를 쌓도록 하자” 등 ‘신노사문화’를 지지하는 글이 많이 올라왔다. 지재식 노조위원장은 “꼭 머리띠를 두르고 나서야 뭔가 얻어낼 수 있다는 고정관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대화로서도 충분히 요구사항을 관철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지 위원장은 “조합원에 이득이 되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하는 게 노조의 임무”라며 “2003년의 명예퇴직은 많은 조합원들의 요청이 있어서 (회사쪽에) 먼저 제안한 것이고 명퇴 조건을 유리하게 이끌어내기 위해 6개월 동안 회사쪽과 협상을 벌였다”고 밝혔다. 그는 또 “상품판매팀 문제는 인권단체들의 지적이 있기 전부터 회사쪽과 물밑 협상을 해왔다”며 “그 결과 400여명을 원직으로 복귀시키도록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 위원장은 “KT의 노사관계가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노조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금 노동 강도가 문제되지 않는 직장이 얼마나 되느냐”며 “중요한 것은 옛날보다 KT의 노사관계가 현저하게 발전했다는 것이다. KT 노조는 민주노조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윤석열, 연락 안 받는 사연 [그림판]
군복 벗은 노상원, ‘김용현 뒷배’ 업고 장군들 불러 내란 모의
[단독] 여인형 “윤, 계엄 사흘 전 국회에 격노…작년부터 언급”
한덕수, 내란·김건희 특검법엔 시간 끌며 눈치 보나
“닥쳐라” 김용원이 또…기자 퇴장시킨 뒤 인권위원에 막말
[속보] 검찰, ‘계엄 체포조 지원’ 혐의 경찰 국수본 압수수색
[단독] 백해룡의 폭로… 검찰 마약수사 직무유기 정황 포착
현실의 응시자, 정아은 작가 별세…향년 49
[단독] 국회 부수고 “헌법 따른 것”…계엄군 정신교육 증언 나왔다
탄핵 탓하는 권성동 “기각 땐 발의·표결 의원 처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