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교육 마피아와의 전쟁’에서 좌절한 윤덕홍 전 교육부 장관이 바라본 사학과 교육계의 현주소</font>
▣ 경산=글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윤덕홍(대구대 사범대 교수) 전 장관만큼이나 부침이 심했던 교육부 장관이 또 있을까. 교육부 개혁의 적임자로 교육·시민단체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윤 전 장관은 입각 9개월 만에 일부 시민단체들에게 경질 대상으로 지목되는 ‘수모’를 당했다. 그 이유는 애초 기대만큼 교육부 개혁을 단행하지 못했다는 것. 하지만 윤 전 장관은 경질 직전에 대대적인 ‘교육 마피아와의 전쟁’을 시작하려고 했다. 결국은 교육 마피아의 힘에 밀려 낙향하고 말았지만, 그의 개혁 의지는 교육계에 숱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지금 더욱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난 10월20일 윤 전 장관을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허술한 인사파일… 학연·지연 반복
- 교육부 관료에 대해 평소 갖고 있던 생각을 얘기한 것뿐이다. 밖에서 교육부를 어떻게 보는지 직원들에게 얘기해주고, 앞으로 개혁적 사고를 갖고 일해나가자고 당부했다. 그런데 일부 신문에 ‘뺑뺑이’ 얘기만 실린 것이다. 실제로 교육부 직원들 참 열심히 일한다. 새벽에 와서 밤늦게까지 일한다. 하지만 국민들의 호응은 별로 없다. 그 이유는 탁상 행정이기 때문이다. 교육관료들이 ‘실수요자’의 목소리를 잘 안 듣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정책을 만들 때 공청회 등 외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마련하도록 했다.
<font color="663300">= 교육관료들이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font>- 전반적으로 교육 자체가 보수적인 것이다. 교육은 사회구조를 유지하려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육부도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 급격한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우리 사회를 이끌어온 주류세력과 일정한 친화성이 있다. 그들의 정서와 매우 비슷하다. 그런 상황에서 시골에서 교수하고 시민운동을 하던 내가 교육부 수장으로 오니까 아무래도 낯설었던 것 같다.
교육관료들은 장관한테 일일이 명령을 받아서 그것을 수행하는 것에 익숙해 있었다. 나는 집단 토론을 통해 스스로 할 일을 찾고 팀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그런데 이런 리더십이 생소했던 모양이다. 군사독재 정권 때의 일사분란한 상명하복 체계에 익숙한 관료들이었다. 이들이 내가 만들려는 시스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부조화’가 있었다.
입각할 때 바로 물갈이를 하라는 요구가 많았는데, 나는 그 방법이 별 효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오히려 파벌만 형성하는 결과를 낳는다. 나는 1년 정도 같이 일을 한 뒤 그것을 바탕으로 인사하려고 했다. 당시 교육부 인사파일을 보니까 인적사항과 간단한 경력만 기록돼 있었다. 이걸 갖고 인사하다 보면 결국 학연과 지연이 작용하게 된다. 그 결과 ‘○○마피아’ 같은 파벌만 생긴다. 그래서 인사파일을 그 사람이 해온 일 중심으로 기록하도록 했다.
“사립학교법 개정 물러서면 안돼"
<font color="663300">=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사학들이 반발하고 있다 </font>- 현재 사학은 전체 학교의 90%가 넘는다. 그만큼 우리 교육에서 중요한 존재다. 사학이 바뀌어야 우리 교육이 발전한다. 지금 사학들이 출연재산을 환수하겠다고 협박하는데, 출연재산을 제대로 낸 사학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정부 인가를 받은 뒤 국유지와 지원금을 받고 또 학생 등록금을 걷어서 성장해온 대학들이 많다. 출연재산을 얘기하는데 제대로 출연한 사학들이 얼마나 되겠나. 사학들이 사유재산을 주장하는데, 돈 벌려면 기업을 경영해야지 왜 학교를 짓나. 참여정부가 사립학교법 개정만큼은 물러서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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