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기오염에 약한 건물 외벽 청소법 개발… 광촉매 작용 이용해 자동세척
▣ 파리=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파리의 청소부는 오래된 건축물의 외벽을 타는 ‘스파이더맨’ 노릇을 마다하지 않는다. 여행객들은 어디를 가나 건축물의 외벽을 청소하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날마다 파리를 오가는 400만대의 자동차가 내뿜는 이산화황과 산화질소 등이 시민의 폐를 갉아먹는 데 그치지 않고 온갖 기념물을 손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파리의 석조 건물 청소는 적어도 40년에 한번은 이뤄졌다. 문제는 대기오염이 심화된 탓에 닦음질 주기를 당겨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청소 비용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파리 건축물들은 대부분 돌이나 금속, 스테인드글라스 등을 재료로 삼아 대기오염에 매우 취약하다. 청소를 끝내는 순간 오염물질에 더러워지기 시작하므로 청소를 끝없이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1995년부터 청소가 시작된 루브르박물관의 경우 1㎡를 닦는 데 5만원 이상 소요된다. 12만㎡에 이르는 외벽 전체를 청소하려면 무려 60억원이나 들어간다. 웬만한 성당을 청소하는 데 수억원이 드는 것은 예삿일이다. 파리 시민 1인당 지불하는 청소 비용이 2만5천원이나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동안 건축물 외벽을 청소하는 데 주로 모래를 사용했다. 부드럽고 고운 모래를 분사해 돌의 표면에 붙은 오염물질 찌꺼기를 제거하는 것이다. 좀더 세밀한 닦음질이 필요하다면 레이저를 이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계속되는 닦음질에 건축물의 표면이 떨어져나가고 외벽 색깔이 손상되는 등의 피해를 일으켰다. 심지어 돌이나 금속까지 붕괴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비가 들이치지 않는 쪽에는 까만 껍데기가 만들어져 기포가 생기면서 군데군데 파열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극복한 새로운 건축물의 청소법을 개발하는 데 프랑스 정부가 나섰다. 프랑스 정부는 340만유로(약 50억원)를 지원해 화학적 메커니즘으로 건물 외벽 자가 세척제를 개발하도록 했다. 유럽연합도 아테네와 로마 등지의 유적지를 보호를 위해 140만유로를 냈다. 자동세척 기술은 광촉매 작용을 하는 ‘이산화티탄’(TiO2)을 이용한다. 이산화티탄은 자외선에 노출되면 화학반응을 일으켜 오염물질을 제거한다. 즉, 도료의 표면에 흡수된 오염물질과 이산화티탄이 접촉하면서 반응성 높은 유리기를 생성해 때를 없애는 것이다.
현재 이산화티탄은 자동세척 제품으로 상품화되기도 했다. 유리나 세라믹 등에 덧입혀진 이산화티탄이 오염물질 접근을 막는 것이다. 이에 비해 건축물에 쓰이는 이산화티탄은 이미 있는 오염물질을 제거해야 한다. 프랑스 건물과학기술연구소는 시제품을 만들어 아테네올림픽 경기장 주변 마을의 외벽을 청소하는 데 부분적으로 사용했다. 이 연구소는 도료나 스프레이, 모르타르 형태로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파리의 건축물이 관광산업뿐만 아니라 화학재료 연구에도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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