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 비해 석유의존도 · 에너지 효율 훨씬 떨어져…고유가가 직격탄으로 작용하는 구조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이제 고유가 시대에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할 때가 온 것일까? 국제유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국내 휘발유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고 공산품 가격도 잇따라 인상되고 있다. 항공·해운 운송료를 비롯해 철강·원자재 가격도 급등하는 등 물가 상승 압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고유가는 원유를 원재료나 중간재로 사용하는 모든 제품 가격을 상승시키고 이들 제품을 다시 중간재로 사용하는 관련 제품 가격에 연쇄적으로 파급돼 국내 물가를 상승시킨다. 이에 따라 국내 경제에 또 한번 ‘오일쇼크’가 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석유소비 증가율 OECD 평균의 5배
석유는 대체재가 거의 없는 상품이다. 따라서 원유 가격이 오르면 한계생산비용이 그만큼 고스란히 인상되고 생산 및 부가가치가 떨어져 고용이 줄어들게 된다. 물론 한국 경제가 직면하는 고유가 충격은 과거 1, 2차 오일쇼크에 비해 줄어들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문배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에너지 중 석유의존도가 과거에 60∼70%였는데 지금은 50% 미만으로 줄었고, 에너지 소비효율도 다소 개선된데다 소득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고유가라고 해도 비극적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1차 에너지 가운데 우리나라의 석유의존도는 지난 94년 62.9%에서 2001년 51.9%로 낮아졌다.
그러나 한국 경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 가운데 고유가에 가장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200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석유의존도는 일본(49.1%), 미국(39.6%), 독일(38.3%)보다 높고, 1991년부터 2001년까지 석유소비 증가율이 78.%에 달해 OECD 평균 증가율(14.4%)보다 5배 이상 높았다. 한국 경제가 유가 폭등에 가장 위험하게 노출돼 있는 셈이다.
특히 석유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의 에너지 이용 효율 역시 다른 국가에 비해 여전히 비효율적이다. 에너지 효율성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인 ‘에너지탄성치’를 보자. 에너지탄성치는 경제성장률과 에너지 소비 증가율을 비교한 것인데, 1 이하면 에너지 소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보다 낮아 에너지 효율이 있음을 뜻하고, 1을 웃돌면 경제 전반의 에너지 효율이 떨어짐을 의미한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2003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에너지탄성치는 1.07로 지난 98년 1.21을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지난해 탄성치가 급증한 것은 국제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내수경기 회복을 이유로 에너지 효율성 제고에 적극 대처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탄성치가 1을 웃돌면 국제 원유가격이 급격히 오를 때 효율적인 대처가 곤란하다.
경제 성장에 따라 석유소비 대폭 늘어
에너지 사용 효율을 재는 또 다른 지표로는 ‘에너지원단위’가 있다. 에너지원단위는 실질 GDP 1천달러 어치를 생산하는데 투입된 에너지소비량(TOE·각종 에너지원을 원유 1t 기준으로 환산한 단위)으로 표시된다. 2002년의 경우 우리나라의 에너지원단위는 0.362TOE/1천달러로 일본(0.107)의 3.4배에 달한다. 대만(0.285), 싱가포르(0.26), 미국(0.227)에 비해서도 크게 높은 편이다. 에너지 비효율로 인해 우리 경제의 에너지원단위는 지난 90년(0.313)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특히 우리나라는 석유 소비의 소득탄력성이 미국, 일본 등에 비해 훨씬 높다. 2003년의 경우 명목 GDP 대비 원유·천연가스 수입액을 보면 한국 4.65%, 일본 1.41%, 미국 1.11%로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석유 소비가 대폭 늘어나는 구조적 취약점을 안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전체 에너지 소비 가운데 산업용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우리나라는 55.8로, 미국(25.4)·독일(29.2)·일본(39.8)보다 훨씬 높다. 이래저래 한국 경제는 고유가가 직격탄으로 작용하는 경제 시스템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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