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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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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묻지 마세요”

등록 2004-08-05 00:00 수정 2020-05-02 04:23

경영진 변호 몰두하는 채권단… “콘텐츠 무료 제공”에도 침묵

▣ 조준상/ 전국언론노동조합 교육정책국장 cjsang21@hanmail.net

채권단이 경영진을 감시하고 압박하는 구실은 하지 않고, 되레 장재구 회장 등 경영진에 대한 변호에만 몰두한다는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계기는 지난 7월27일 채권단을 대표해 우리은행에서 파견한 고낙현 자금관리단장의 행태이다.

고 단장은 이날 발표한 본인 명의의 글에서 내부 구성원들의 거센 비난을 낳은 주장을 폈다. 하나는 채권단이 그동안 장재구 회장의 300억원 증자 기한을 연장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조처라는 변명이고, 다른 하나는 장 회장을 비롯한 장씨 일가의 과거사를 털자는 주장이다.

고 단장은 “(증자기일 연장에 대해) 현실적인 대주주의 자금조달 능력의 문제이며 당시로서는 (채권단에) 특별한 대안이 없었고, 회사 생존 능력을 판단하는 데 직접적인 요인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애초 2002년 9월 채권단과 장 회장이 체결한 양해각서(MOU)에 따르면, 장 회장은 2002년 12월31일까지 300억원을 증자해야 한다. 증자대금의 용도는 미지급 퇴직금, 국세, 윤전시설 개·보수 및 판매지국 정비자금 등이다. 모두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부분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채권단은 기한을 네 차례나 연장해줬다. 채권단이 올해 3월 밝힌 ‘올해 7월 안 100억원, 연말까지 200억원 증자’ 계획도, ‘연말까지 300억원 증자를 하지 못하면 경영에서 물러난다’는 장 회장의 각서와 함께 다시 바뀌었다.

게다가 채권단의 ‘과거사 털기’ 주장은 ‘과거사 묵인’이나 마찬가지다. 2003년 말 기준으로 장중호 사장(장재구 회장의 장조카)을 비롯한 장씨 일가가 에서 가져간 단기대여금은 281억원이나 된다. 그런데 채권단은 2005년까지 92억원만 환수하는 것으로 장 회장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에서 80억원이 넘는 대여금을 가져간 장중호 사장은 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채권단의 관대한 행태는 ‘이 소송에서 는 받을 돈이 없다’고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장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가 콘텐츠를 무료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것도 채권단의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소한, 의 대주주인 장 회장이 대표이사 사장을 맡은 2002년 1월 이후에라도 계약서를 맺어 콘텐츠 사용료를 받도록 하는 게 채권단의 임무가 아니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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