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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헌씨의 절묘한 투자?

등록 2004-07-23 00:00 수정 2020-05-03 04:23

<font color="darkblue">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 ‘텔코웨어’ 투자로 떼돈… SK그룹과의 ‘끈끈한 관계’ 덕인가 </font>

▣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지난 1997년 4월 대법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기업인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범죄와 관련해 2628억원을 추징했다. 이후 정부는 현재까지 추징금의 75.8%인 1992억원을 회수했다. 이로 인해 노 전 대통령은 공식적으로는 빈털터리다. 그러나 그의 장남인 재헌(39)씨가 돈방석에 앉게 돼, 노 전 대통령은 앞으로 노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은 노후 걱정 끝

증권거래소는 지난 7월16일 ‘텔코웨어’란 이동통신 솔루션 전문기업이 20일 상장한다고 밝혔다. 재헌씨는 이 회사의 지분 9.5%를 가진 3대주주로 공모가(1만2천원)를 기준으로 할 때 보유 주식가치가 103억원에 이른다. 텔코웨어의 최대주주는 지분 25.9%(공모가 기준 280억원)를 갖고 있는 금한태(43)씨다. 금씨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동서인 금진호 전 상공부 장관의 장남으로, 재헌씨와는 이종사촌간이다.

텔코웨어는 지난 2000년 1월 금한태씨가 SK텔레콤 출신 기술자들과 함께 설립한 회사다. 회사 설명서에 따르면, 텔코웨어는 그해 4월 핵심망솔루션 HLR(가입자의 위치 정보와 서비스 정보를 관리하는 솔루션) 시스템을 개발해 SK텔레콤에 공급하고, 이어 7월에는 핵심망솔루션 GLR(이동통신 사업자간 국제 로밍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솔루션)을 공급했다. 또 올해 1월부터는 이동통신 번호이동성 제도에 필요한 번호이동성 솔루션(NPDB)을 공급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회사 설립 4년 만에 국내 이동통신 솔루션 업계에서 시장점유율 1위의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종업원이 지난 2월 말 현재 147명에 불과한 중소벤처기업인 텔코웨어의 성장세는 실로 눈부시다. 설립 자본금은 6억원에 불과했으나 설립 첫해에만 208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이후에도 매출 성장세는 연평균 28%에 이르렀고, 지난해에는 매출액 432억원에 10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는 벤처 성공 신화를 만들었다. 그동안의 자본금 변동 상황을 보면, 여러 투자조합이 47만주(2억3510만원)를 제3자 배정 방식, 유상증자 방식으로 지분 참여했을 뿐이다. 이 외에는 무상증자와 액면분할만 이뤄져, 금씨와 노씨 등은 설립 초기부터 대주주였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두 사람은 투자금의 무려 100배에 이르는 수익을 거둔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대주주중 노재헌씨만 경영과 관계 없어

텔코웨어의 이런 성장세는 텔코웨어 경영진의 벤처 정신의 승리일까? 시장에서는 SK그룹과 노태우 전 대통령과의 특별한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노태우 대통령의 딸 소영씨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결혼했다. 따라서 최 회장은 재헌씨에게는 자형이고, 금한태씨에게는 이종사촌 매부다. 특히 텔코웨어의 매출액은 70~80%가 SK텔레콤과의 거래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텔코웨어는 SK텔레콤 출신 기술자들이 독립해 설립한 순수 벤처회사일 뿐”이라며 배려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시각을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SK텔레콤은 참여연대가 추천한 사외이사가 거래관계를 감시한다”며 “따라서 특정 회사를 배려하는 일이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SK텔레콤이 꼭 필요로 하는 기술을 회사에 근무하다 독립해 별도의 회사를 설립한 사람들이 개발해 SK텔레콤에 역으로 팔았다는 점에서 뒷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한편 최대주주인 금한태(대표이사 사장·25.9%)씨를 비롯해, 2대주주인 임영섭(전무·10.2%)씨, 4대주주인 김용득(대표이사 사장·3.4%)씨와 박대웅(상무이사·3.4%)씨 등은 모두 텔코웨어의 임원이다. 주요 주주 가운데 유일하게 노재헌씨만이 이 회사의 경영과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점이 특이하다. 금씨가 이종사촌 동생을 배려한 것일 수도 있지만, 재헌씨 처지에서 보면 단지 투자할 회사를 잘 골라 큰돈을 번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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