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의문사위의 의미와 한계… 과거 청산의 교두보가 되려면 역할 강화해야</font>
▣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감추어진 것은 드러나고 비밀은 알려지게 마련이다.”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천장에 매달려 있는 이 글귀는 의문사위의 임무를 한줄로 말해준다. 그리고 ‘과거 청산’의 맥락에서 의문사위의 위상은 빛난다. 하루아침에 주검으로 돌아온 자식과 형제를 가슴에 묻은 유가족들은 지난 1999년 의문사진상규명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400여일간 한서린 노숙 투쟁을 강행했다. 비록 입법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해 별다른 권한 없는 ‘누더기’ 법안으로 전락하긴 했지만, 결국 2000년 10월 ‘제2의 반민특위’라는 의문사위가 세워졌다.
1·2기 의문사위는 활동 기간 동안 운동권 학생을 강제 징집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 녹화사업의 실상을 규명했고 공안기관의 강압적인 수사로 인한 죽음, 조작간첩 사건, 정권의 묵인하에 이뤄진 구사대 폭력, 군 의문사 은폐 등 개별 사건 뒤에 버티고 있는 거대한 국가 폭력의 실태를 폭로해왔다. 그러나 관계기관의 협조에만 기대야 하는 근본적인 한계와 민간조사관과 공무원 출신 파견 공무원의 갈등, 전문 조사 역량 부족 등이 한계로 지적돼온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진정사건 대부분이 2기 위원회에서도 역시 ‘진상 규명 불능’으로 남게 됐다.
그러나 친일 잔재 청산,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진상 규명 등 여전히 옛 잔재의 청산이 시대적 과제인 상황에서 의문사위는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안병욱 가톨릭대 교수는 “의문사위는 전체 과거 청산에서 특수한 시기(1969년 3선 개헌 이후)의 특수한 의미(민주화운동 관련성)를 갖고 있어 전체 과거 청산이라는 큰 줄기에서는 한 부분일 뿐이지만, 적어도 위원회의 활동 내용과 성과는 역사를 청산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민주화운동 관련성’이 있어야만 의문사로 인정한다는 현행법은 “목숨에 차별을 두는 파행적인 입법”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예를 들어 군대에서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던 죽음이 타살로 밝혀지더라도, 민주화운동 관련성이 없다면 의문사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제는 의문사위를 넘어, 광범위하게 과거 청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강력한 국가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민변의 한 중견 변호사는 “이번 비전향 장기수 논란은 잘못된 입법에서 나온 필연적인 결과”라고 분석했다. 국가가 조직적으로 자행한 인권침해 사건을 다루면 되는데, 민주화 관련성이 추가되면서 ‘피해자가 잘한 것’까지 밝혀야 하는 ‘이상한’ 법안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이 변호사는 “과거 청산을 위해서는 의문사위가 가진 본질적인 한계를 벗기고, 국가 전체가 협조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전쟁 민간인학살 문제 등 포괄적인 과거 청산을 위해 권위를 인정할 수 있는 위원회를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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