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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홍문표 의원 “나는 투쟁한다”

등록 2004-06-24 00:00 수정 2020-05-03 04:23

당 소속 의원 120 대 1의 상황… “약속 어기는 건 재집권을 포기하는 행위”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당소속 의원 121명 가운데 ‘120 대 1’ 상황이다. 괴롭다. 착잡하다. 그러나 나는 투쟁한다.”

한나라당의 유일 충청권 현역인 홍문표 의원(예산·홍성)은 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4·15 총선 때 충청권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당하면 행정수도도 물건너간다”는 우려가 팽배하면서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거의 괴멸했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최근 행정수도 저지(국민투표론 등)쪽으로 당론을 모아나갈 듯한 흐름이 형성되자, 홍 의원은 절체절명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홍 의원은 진작부터 당내 신행정수도특별위원회(위원장 이한구) 위원으로 참석해 “재원과 입지를 비롯한 각론은 국회 차원에서 차분하게 정책적으로 따지되, 행정수도 이전 자체는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당소속 의원들을 기회 닿는 대로 쫓아다니면서 ‘섣부른 행정수도 반대론’의 위험성과 부당성을 설득하고 있다. 그는 “소속 의원 가운데 3분의 2 정도는 만나서 입이 닳도록 설명했다”고 말했다.

6월9일에 그는 정부의 김안제 신행정수도특별위원장과 이춘희 위원회 부단장을 의원회관 세미나실로 불러 별도로 간담회를 가졌다. 그 자리에서 그는 “당내 설득을 위해서도 내게 충분한 정보를 달라”며 기존 정부 대책의 미비점을 따졌다고 한다.

그에겐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는 것 같다. 6월18일 대전에선 한나라당 충남도당·대전시당 연석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그는 충남도당 위원장에 추대됐다.

그러나 자리를 얻은 게 문제가 아니었다. 홍 의원은 “연석회의가 한나라당 성토장이 됐다”고 전했다. “중앙당이 이런 식으로 가면 충청권에서 한나라당은 설 자리가 없다. 소속 의원들이 뭘 믿고 국민투표를 통해 행정수도를 무산하려 하느냐”라는 이야기들이 쏟아졌다는 것이다. 충청권의 한나라당 소속 일부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탈당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홍 의원은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이 지난해 말 정기국회에서 행정수도특별법을 통과시키고 총선 때도 차질 없는 이행을 공약한 바 있다”며 “그래놓고 약속을 뒤집는다면, 그것은 정권을 다시 잡기를 포기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대통령 탄핵안을 의결해놓고 의기양양했다가 총선에서 쓴맛을 보지 않았느냐”며 “지금의 한나라당은 그 교훈을 벌써 잊어버린 분위기”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6월21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도 한껏 목소리를 높여 자신의 소신을 주장했다. 그러나 당내 다수 의견은 다른 쪽으로 흐르고 있어, 그는 여전히 ‘필마단기의 외로움’을 벗지 못하는 모습이다.

홍 의원은 에 “당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이상한 방향으로 의견을 모아나간다면 나도 당을 위해 더 이상 할 일이 없어지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그 말이 ‘탈당까지 검토’하는 것이냐고 묻자, 그는 “그건 아니지만…”이라고 답했다. 어쨌든 충청권의 한나라당 ‘유일 배지’인 그의 고민은 점점 깊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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