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대통령 정치특보가 본 ‘김혁규 논란’… 개혁성 논의는 가능, 논리 없는 반대는 그만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문희상 대통령 정치특보(열린우리당 의원)는 “김혁규 경남지사의 여당 입당 뜻을 듣고 노무현 대통령은 애초에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는 (유보적) 반응을 보였다”며 노 대통령이 총리직을 걸어 김 전 지사를 빼왔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문 특보는 “대통령은 김 전 지사가 (여당으로 옮기더라도) 지사직을 버리고 지역구 선거에 출마하는 등의 국민적 검증 절차를 거치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문 특보는 최근 여당 내부의 ‘김혁규 총리 적격 논쟁’과 관련해 “참여정부의 개혁코드와 맞느냐 여부 등 개혁성 논쟁은 있을 수 있으며 청문회 과정에서 국민과 함께 고민할 일”이라며 “그러나 야당이 반대하기 때문에 안 된다는 단순한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를 5월29일에 만났다.
민생경제형 리더십 높이 평가
-대통령과 김 전 지사의 평소 관계는.
=대통령이 경상남도 행사에 갈 때마다 그를 좋게 평했다. 이 시대의 리더십에 딱 맞는다는 이야기였다. 그에게 깊은 신뢰와 애정이 있는 것은 틀림없다.
-그의 어떤 점을 평가하는 건가.
=농민들이 농수산물 판로에 애로사항이 생길 때 도지사로서 가방을 들고 외국에 나가 판로를 개척한다든지, 외환위기 때 광역자치단체 수준에서 외자유치 전국 1위를 한 점 등이다. 대통령은 이름만 높은 허명보다는, 실용적인 민생경제형 리더십을 높이 평가한다.
-지난해 말 김 전 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에 입당하기 직전에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만났다. 그래서 대통령이 야당 인사 빼내기를 주도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전혀 아니다. 예를 들어 김두관 전 장관 등이 영남권 선거 필요성 때문에 입당을 타진했을지는 몰라도 대통령이 타진한 사실은 없다. 다만 (다른 사람의) 타진 결과 (그가) 올 의향이 있다는 이야기가 들어왔을 때 대통령은 이런 반응을 보였다. ‘그분에게도 우리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일이다. (그러나 정 옮긴다면)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 첫째로 지사직을 버려야 하며, 두 번째로는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 국민적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정도가 대통령의 입장이었다.
-출마를 통한 검증이라면 영남 지역구 출마를 의미했나.
=그렇다. 따라서 창원, 합천 등 세 군데 선거구가 검토됐는데 그곳 출마를 강력히 희망하는 다른 사람들이 이미 있었다. 영입 인사 신분에 당내 경선까지 하기가 좀 그랬다. 그러자 김 지사가 경남 선거전 전체를 아우르면서 비례대표를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당과 본인의 합의를 통해 비례대표로 한 것이다.
-대통령이 당시 총리직을 약속한 것은 아닌가.
=총리 약속은 전혀 없었다.
-지난해 12월 김 지사가 입당할 당시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낮긴 했지만 비례대표 상위 순번을 배정받으면 안전운전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바로 이 대목이 그가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결단했다기보다는 양지만 좇았다고 비판받는 근거가 되고 있다.
=그건 나도 할 말은 없다. 그러나 본인이 비례대표가 아니면 출마하지 않겠다고 고집한 게 아니다. 또 그때 영남 선거전 전체를 이끌 사람이 필요했던 것도 사실이다. (비례대표로 가게 된 것을 본인이) 속으로 좋아했는지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비례대표로 한다면) 하위 순번에 배치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비례대표도 과거의 전국구와 달리 정당투표로 선출된 것이다. (좀더 어려운 관문인 지역구 선거는 아니지만) 비례대표도 국민의 검증은 거친 것이다. 그래서 나는 비례대표 상위 순번에 간 것을 특혜라고 보진 않는다.
영남 위주 후속인사, 걱정 없다
-대통령이 그를 총리로 지명할 생각이 구체화된 시점은.
=(탄핵 의결로) 쉴 때 총리 문제를 생각했으리라고 본다. 고건 총리로 그냥 갈까, 아니면 다른 사람은 어떤지 등을 생각하지 않았겠나.
-최종적으로는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한 다음에 정리된 것인지.

=대통령이 영남인데 총리도 영남이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 검토과정에서 걸림돌이 됐던 것으로 안다. 그런데 김원기 의원이 국회의장 후보로 확정되면서 고리가 풀렸다. 즉, 3부 요인 가운데 대통령이 영남, 국회의장이 호남, 대법원장이 충청 출신인 만큼 국무총리를 영남으로 해도 안 될 게 없지 않냐는 생각이 정리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남 대통령-영남 총리 구도 때문에 호남 또는 다른 지역 소외론이 나온다. 실세 총리로 내각을 이끌 때 특정 지역 위주의 후속 인사 가능성을 경계하는 것이다.
=그럴 가능성을 생각할 수는 있다. 그러나 참여정부에선 중앙인사위원회의 기능 실질화나 청와대 인사위원회 시스템을 비롯한 제도적 보완장치가 많이 돼 있다. 또한 국무총리가 인사권을 행사하는 범위도 실제로 많지 않다. 총리가 비토 또는 교체할 장관급은 국무조정실장 한 자리다. 나머지는 청와대 인사위원회에 한 멤버로 참여해 함께 협의할 따름이다.
-김 전 지사의 “부산시장과 경남지사 보선에서 우리당 후보가 당선되면 (노무현 대통령이) 엄청난 선물을 줄 것” “정부 주요 요직에 경남인들이 대거 포진할 것”(5월12일)이라는 발언이 ‘영남 지역주의’라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선거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라고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되지 않는 부적절한 발언이다. 다만 경남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우리당 후보를 당선시켜야 한다는 차원에서 한 정치적 덕담 아니겠나. 여당이 되어야 대통령도 (그 지역에) 좀더 관심을 갖게 되리라는 차원의 이야기 같다.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김 전 지사가 참여정부의 개혁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총리가 반드시 개혁적인 인물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론이 있을 수 있다. 노 대통령이 첫 조각 때 고건 총리를 기용하면서 몽돌과 받침대 이야기를 한 적도 있지만, 대통령이 개혁적이면 총리는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국민 여론도 있는 것 아닌가. 다만 후보자의 성향이 덜 개혁적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논리 자체는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반대하려면 그런 논리로 반대해야 한다. 반면 야당에 있던 사람을 데려갔으니 반대한다거나, ‘우리가 반대하니까 시키지 말라’는 논리는 말이 안 된다. 반개혁적이니까 반대한다는 말에는 나도 반대하지 않는다. 그런 주장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혁성 논쟁은 가능하다는 뜻인가.
=그렇다. 개혁성 논쟁은 가능하다. 그러나 개혁적인 총리가 반드시 바람직한 것이냐라는 측면도 생각해야 한다.
개혁성 등 청문회에서 검증해야
-첫 조각 때는 여소야대 사정 때문에 개혁보다는 안정총리론이 그런 대로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여당이 과반수를 차지했으니 개혁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개혁 총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일리가 있다. 개혁을 해야 한다. 그러나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도 통합이 필요하다. 얼마든지 다른 논리가 있을 수 있다.
-김 전 지사가 기업인 출신에다 친기업 성향이 강해 국정 전반을 이끄는 데 적임자냐는 문제제기도 있다.
=그런 논의는 다 건강한 논의다. 그러나 친기업 총리가 민생경제를 챙기는 데 좋다는 논리도 있다. 정책적 문제이기 때문에 청문회에서 거르며 국민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
-김 전 지사가 노동 문제에서 너무 보수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있을 수 있는 지적이다. 그러나 그 반대의 시각도 있다. 어쨌든 대통령은 그런 판단을 일차적으로 하게 돼 있으며, 국회 청문회를 통해 다음 단계의 검증을 하게 돼 있다. 그런 절차를 거쳐 인준의결을 하는 것이며 가결이 안 되면 승복하는 것이 민주적 절차다. 그러나 지명도 하기 전에 대통령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이야기하면 안 된다.
-최고경영자(CEO)형 총리론이 거론되지만, 이윤추구가 목적인 기업경영과 공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행정 원리가 다르지 않은가.
=국정 최고책임자와 총리는 다르다. 총리에는 박태준씨와 같은 기업인 출신들이 기용된 적이 있다. 김 전 지사는 더욱이 경남지사를 세번 지내 지방분권과 행정을 잘 아는 지도자라고 할 수 있다. 행정이 기업처럼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행정이나 기업경영이나 효율성 극대화를 추구하는 점에선 같다.
-여당 일부 소장파들은 후보 지명 전에라도 잘못된 인물이 지명되지 않도록 ‘예방적 차원’의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논의할 수 있다. 그리고 하고 있다. 다만 정책 문제는 얼마든지 당이 주도할 수 있고 또 당이 주도하라는 게 대통령의 뜻이다. 그러나 인사 문제는 아무래도 제한적 범위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닌가. 잘 안 될 경우 본인의 명예가 훼손될 우려도 있고….
-총리후보 지명은 언제쯤으로 예상하나?
=6월7일이 17대 국회 개원일인데 그날 지명하면 개원식 뉴스가 묻혀버린다. 6월6일은 현충일이라서 곤란하고 5일은 지방선거 날이라 오해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8일쯤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근 문 특보가 김 전 지사 문제가 잘 안 풀릴 경우 당 지도부 인책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일부 소장파는 ‘문 특보가 청와대에서 당에 파견된 총독이냐’며 반발했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어불성설이다. 탈권위와 당정분리 체제에서 대통령에게 당직 임명권과 공천권이 없는데 징계권이 있을 수 있겠나. 대통령은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 정치특보가 그것도 모르겠냐.
내가 당을 압박한다고 듣나
-그러나 문 특보가 에 “이 문제를 잘못 처리하면 여당 지도부에 대한 인책론이 나올 것”(5월28일)이라며 압박한 것처럼 보도됐다.
=기자가 전화로 ‘김혁규 카드에 반대하는 소장파가 20~30명쯤 된다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내가 “논의 시기나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탈권위주의를 지향하는 시점에서 이런저런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본다. 인준안이 부결될 경우 대통령과 당, 나라가 결딴날 것을 생각해서 여당 의원들이 초반에는 다소 이견이 있더라도 결국은 모두 찬성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차질이 생기면 대통령 정치특보인 나부터 책임져야 한다. 당대표도 옛날 같으면 곧바로 사표를 냈다”고 말한 것이 왜곡 보도됐다.
-그런 말이 청와대 뜻을 대변해 당을 압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지 않나.
=내가 압박한다고 듣나. 나를 무서워해야 압박이 되는데 아무도 무서워하질 않는다. 내가 당에 대한 통제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원천적으로 불능이다. 다만 당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나서는 게 좋겠다는 뜻은 갖고 있다. 당 지도부는 어차피 시험대에 오르는 것이다. 후보가 지명되고 나면 당의장과 원내대표, 나, 그리고 대통령도 나서서 인준에 협조해달라고 올코트 프레싱하는 게 당연하다.
-최종 결과는.
=인준을 낙관한다. 의원들의 지혜를 믿는다.
-정치특보로서 대통령을 자주 만나거나 통화하나.
=그렇다. 직접 통화하고 만나서 보고하고 지침도 받는다.

-고건 전 총리의 사임으로 개각이 한달가량 연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동영 전 의원, 김근태 의원 등 대선주자를 동반 입각시킨다는 개념에는 변화가 없을까.
=개각 개념이 바뀌긴 어렵다. 대통령이 제안한 개각의 컨셉에 본인들이 오케이를 한 상태다.
-김근태 의원이 통일부 장관에 내정됐다가 정동영 전 의원으로 뒤바뀌었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건 내용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본인들이 어떤 자리로 가고 싶다는 희망사항을 이야기했을 가능성은 있겠지만, 대통령은 통일부 장관에 누구를 시킨다고 말한 사실이 없다. 최종적인 방침은 인사 발표에 임박해서 대통령이 서류에 사인하고 비서실장이나 인사수석이 본인에게 통보하는 순간 확정된다. 인사 내용은 발표 5분 전에도 바뀔 수 있다. 그 내막은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그래서 본인들은 아무 이야기하지 않는 것 아닌가. 다만 측근들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 것뿐이다.
언론개혁, 1순위는 아니나 1~2년 안에
-문 특보가 한때 언론개혁을 후순위로 돌리자는 듯한 취지로 발언해 대통령의 뜻은 뭔가라는 의문이 일었다.
=언론개혁과 사법개혁, 국가보안법 개폐를 누가 반대하겠느냐. 다만 언론개혁이 첫 번째 어젠다가 되었다가 사회적인 반대가 막 일어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우선순위를 고려하며 완급을 조절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부터 1~2년 안에, 힘이 있을 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 생각도 대통령과 조율한 것인가.
=(언론개혁 등과 다른 과제들을) 실용주의적으로 병행 추진한다는 생각이다. 대통령과 많은 이야기를 했다. 당장은 경제와 민생 문제가 있지 않나.
-대통령의 연세대 특강을 계기로, 보수·진보 논쟁이 다시 일어났다.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보수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대통령은 보수이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제도적 개입으로 그들을 보살펴야 한다는 생각을 진보라고 한다면 대통령은 완전히 진보다. 그러니 이분법적으로 진보·보수를 가리기 어렵지 않나. 그래서 매사를 고쳐나가야 한다는 의미에서 실용적 개혁이란 개념을 쓰게 되는 것이다. 좌·우는 기준점을 어디에 세우느냐에 따라 상대적이다. 따라서 임의의 기준을 정해놓고 이념논쟁을 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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