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maroon">노조에 고발당한 홍정욱 사장… ‘붕어가 고래 삼킨’ 인수과정 비리 의혹에 검찰 본격 수사 </font>
신미희/ 기자 mihee@ohmynews.com
미국 하버드대학과 스탠퍼드대 법과대학원 졸업, 중국 베이징대학교 수료….
1970년생 홍정욱 사장의 화려한 이력이다. 여기에 영화배우 남궁원씨 아들이라는 후광과 수려한 외모를 지닌 홍씨는 1993년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 을 펴내면서 일찌감치 알려지기 시작했다. 일부 언론은 성공가도를 달리는 그를 일컬어 ‘현대판 왕자’라고 불렀다. 그는 또 대학졸업 뒤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로 사회에 진출했다.
자본금 5억원 회사가 450억원 신문사 인수
그는 1999년 1월 이른바 ‘명문가’ 딸인 손정희씨와 결혼해 다시 한번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당시 맥슨전자 사장이던 손명원씨의 딸이자 김동조 전 외무부 장관의 외손녀, 이모는 현대중공업 회장인 정몽준 국회의원의 부인 김영명씨다.
‘화려한’ 결혼과 동시에 미국으로 돌아갔던 홍씨는 2001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미국 국적까지 포기하고 귀국했다는 그의 직함은 M&A 전문회사인 ‘IKR카리아’ 대표였다.
이듬해인 2002년 말, 홍정욱 사장은 와 을 전격 인수해 언론사 대표로 변신했다. 그때 그의 나이는 불과 만 32살이었다. 국내 언론계에서 30대 사장이 탄생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점은 신문사 인수과정이다. 자본금 5억원에 불과한 IKR카리아가 자본금 450억원의 와 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그가 대표로 있던 IKR카리아는 대금 48억원을 지급하고 부채 377억원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신동방과 대한종금으로부터 와 지분의 50.0%를 획득했다.
인수과정을 두고 언론계 안팎에서는 ‘붕어가 고래를 삼킨 격’이라며 수근댔다. 더불어 인수자금 출처는 물론 ‘M&A’ 전문가인 그의 이력상, 신문사 인수 뒤 단기수익을 내거나 주가를 높여 되파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잡음은 계속됐다. 지난해에는 무리한 사옥매각 추진, 자서전 2탄인 의 연재를 둘러싼 ‘지면 사유화’ 논란이 벌어졌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부친 남궁원씨와 장인 손명원 전 쌍용자동차 사장, 누나 홍성아씨 등 친족을 회사 고문과 이사에 임명하는가 하면, 동창 등 지인을 요직에 앉혀 ‘족벌경영’ 구설에 올랐다.
이런저런 논란을 겪으면서도 ‘30대 언론사 사장’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던 그에게 결정적인 시련이 닥쳐왔다. 신문사 인수 초기부터 의문을 제기했던 노조가 그의 불법적인 비리 혐의를 포착, 법적 대응에 나섰기 때문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헤럴드미디어지부(위원장 이정환)는 지난 5월10일 오후 업무상 배임 및 횡령 혐의로 홍 사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노조의 사주 고발 자체가 언론계에서 매우 드문 일이기도 하지만, 그 고발 사유가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인수자금 출처 등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사회 안팎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노조의 고발장에 따르면 홍 사장은 지난 2002년께 △‘페이퍼컴퍼니’(서류상 기업)인 ㈜IKR카리아를 세워 금융권에서 34억원을 대출받아 회사를 인수한 뒤 △인수한 회사 명의로 백지어음을 발행하고 △이를 질권으로 설정해 대출금을 되갚는 방식으로 를 인수해 기업에 재산상 손해를 끼친 업무상 배임행위 의혹을 받고 있다.
노조는 이 밖에도 △2003년 9월 자신이 대표로 있는 페이퍼컴퍼니인 ㈜IKR카리아의 대출(13억5천만원)에 매출채권과 백지어음을 질권으로 제공한 행위 △2004년 1월 ㈜IKR카리아가 자신의 누이인 홍성아 이사에게 1억3천만원을 빌릴 때 를 연대보증인으로 내세운 행위(변제를 못했을 경우 홍 이사에게 ㈜헤럴드아카데미주식 2만6천주를 주당 5천원에 양도하기로 함) △사실상 유령회사인 ㈜그린엠앤피를 통해 부당하게 높은 가격으로 신문용지를 구입한 행위 등을 업무상 배임행위 혐의로 추가 명시하고, 홍 사장과 관련 회사들에 대한 계좌추적 조치 등 엄정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노조는 이와 함께 지난 5월12일 홍 사장과 장윤영 편집국장을 부당노동행위로 서울지방노동청에 고발했다. 노조는 “장 편집국장이 사내 게시판과 이메일을 통해 이번 고발을 ‘해사행위’ ‘조합 집행부의 음모’ 등으로 매도하면서 조합 탈퇴를 종용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회사쪽 입장을 대변하며 노조의 명예를 훼손하고 부당노동행위에 나선 일부 간부 뒤에는 홍 사장이 있다는 게 노조쪽 판단이다.
이번 고발 조치와 관련해 쪽에서는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면서 노조의 불순한 의도를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또 사실과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노조에게도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쪽은 △노조의 고발 내용이 논란 대상은 될 수 있으나 법적 하자는 없고 △일부 내용의 경우 사실관계가 다를 뿐 아니라 △그럼에도 경영진은 그동안 열린 자세로 이같은 문제제기에 적극적인 시정 노력을 기울여왔다는 점 등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다.
“법적하자 없다" 자신감 표명한 경영진
경영기획실의 관계자는 “노조의 고발에 대한 법적 검토는 충분히 해놨다. 노조쪽의 고발 내용은 모두 무혐의 처리될 것으로 본다”며 법정 공방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회사쪽은 무고죄 성립 여부나 명예훼손 여부 등에 대해 법률적인 검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도로 노조의 고발을 명백한 해사 행위로 규정하고, 사내 징계위원회를 소집해 징계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검은 노조의 고발이 접수되자 곧바로 사건을 형사 6부(박상길 부부장)에 배당하고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했다. 검찰은 특히 언론사 사장 고발이라는 부담을 의식해 이번 사건을 간부급 검사 중 특수부 출신인 박상길 부부장에게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형사 6부는 경제 관련 사건을 전담하고 있다.
검찰은 사건 배당 1주일 만에 노조와 회사쪽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홍 사장의 인수 및 경영을 둘러싼 각종 의혹은 예상보다 빨리 규명될 것으로 기대된다. 배임혐의에 대한 고발 조치 이면에는 홍 사장의 인수과정, 친인척의 경영참여, 사옥매각 문제 등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이자 ‘30대 언론사 사장’ ‘M&A 전문가’ 등 홍 사장이 그동안 쌓은 이미지는 이미 큰 타격을 입었다. 더욱이 수사 결과에 따라 도의적·정치적 책임을 넘어 사법적 처벌도 배제할 수 없어 그에게는 최대 시련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의 ‘신화’가 ‘범죄’가 될지 그 결과가 관심을 끄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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