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노동자의 합법체류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민문제 담당 로돌포 루비오 교수
시우다드 후아레스(멕시코)=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시우다드 후아레스의 북부국경대학에서 이민문제 담당 교수 겸 연구원으로 일하는 로돌포 루비오는 “미국과 멕시코 사이엔 분명히 국제 노동시장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는 값싼 멕시코 이민자가 꼭 필요한 시장이 있다는 것이다.
도시 출신 노동자, 가면 안돌아온다
-요즘 불법 이민의 특징은?
=과거 25년간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가는 이민자들은 주로 농촌 남자들이었다. 이들은 수확기에만 미국의 농장지대에 갔다가 돌아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농촌 출신 이민자가 25%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도시 출신이다. 여자도 늘고 있다. 이민자들은 한번 미국에 들어가면 돌아오지 않는 양상을 보인다.
-왜 그런가?
=멕시코에서도 도시화가 계속 진행돼 농촌 인구가 줄고 있다. 그래서 도시로 간다. 미국 도시의 호텔, 식당 등은 저임금 여성 노동력을 많이 필요로 하니까 여성 이민자도 늘어난다. 이민자들이 한번 가면 장기 체류하는 것은 미국이 국경 단속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국경지대의 마킬라도라(미국으로 들어가는 완제품에 대해 일정 부분 관세를 면제받는 기업들) 공단이 불법 이민을 막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다.
=애초 마킬라도라 육성에는 그런 목적도 있었다. 그러나 농업이민자는 대개 남자인데 마킬라도라는 여성 인력을 많이 고용했다. 또 미국 남부의 농장지대에는 여전히 멕시코 노동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불법 이민이 계속된다.
-미국은 지금 어떤 경우에 합법 이민을 허용하나?
=미국은 1987년에 450만명에게 마지막으로 대규모 합법 체류 지위를 부여했다. 이후 합법 체류 지위를 받은 사람은 연 6만명 수준까지 계속 줄어들었는데, 9·11 테러 이후엔 한건도 없다. 미국은 경제력이 있고 전문직을 가진 사람에게만 이민을 허용한다. 농업 이민의 경우 연간 3만명에게 6~8개월 동안 체류 자격을 주는데 이것도 줄고 있다.
-미국으로 불법 이민을 가려는 유혹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는 분명 국제 노동시장이 존재한다. 잘 들어보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농업노동자의 90%가 멕시코인이다. 그 중 90%가 불법 체류자다. 멕시코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느는데 임금은 미국이 10이라면 멕시코는 1이다. 미국은 인구가 노령화돼 젊은 노동력이 필요하다. 미국 젊은이들은 교육수준이 높아 험한 일은 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메워줘야 한다.
9 · 11 이후 이민협정 무한정 연기
-그런데 왜 미국 정부는 불법 이민 단속을 더욱 강화하는가?
=미국 정치인들은 공개석상에서는 이민이 늘어나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불법 이민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중적인 모습이다. 조심스런 이야긴데, 미국은 이민을 막으려는 게 아니라 조절 수단을 갖고 있는 것이다.
-중미의 불법 체류자가 늘어나는 것이 미국 정부에 부담이 되지 않겠는가?
=이들이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국가의 짐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이들은 학교나 의료기관을 이용하지 않으므로 정부에 재정부담을 주지 않는다. 미국 노동부의 연구결과도 미국에서 불법 체류자의 노동이 매우 중요하므로 적극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불법 이민자들에게 미국이 어떤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보는가?
=미국과 멕시코간 이민협정의 핵심은 미국 경제가 멕시코 노동력에 의존한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1987년 미국이 불법 이민자들에게 체류 자격을 준 것처럼 현재 불법 체류자들에게 합법 체류를 허용하고, 일정 기간 미국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에게 체류 자격을 줘야 한다. 그러나 9·11 테러 이후 미국은 이민협정을 무한정 연기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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