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주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브라질 · 러시아 · 인도 ·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세계 경제의 주역으로 떠오르는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놀라운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새로운 거대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일본·유럽에 이어 뚜벅뚜벅 우리에게 다가오는 그들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신흥공업국(NICs). 1960년대와 1970년대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룬, 한국·대만·홍콩·싱가포르 등의 국가를 일컫던 말이다. 한때 브라질·멕시코 등도 여기에 포함됐으나, 이들은 이미 오래 전에 대열에서 탈락했다. 그렇다면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리며 세계적인 관심을 끌던 이들 국가의 오늘날 모습은 어떠한가?

“2050년에 모두 G6에 포함된다”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이들 국가의 성장률은 급속히 둔화되고 실업률은 눈에 띄게 높아졌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1월8일 발표한 ‘아시아 신흥공업국의 투자부진 현상과 대응’이란 보고서에서 “외환위기가 해소된 이후에도 성장률이 회복되지 않는 것은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둔화됐기 때문”이라며 투자수익성 저하로 투자가 부진한 것이 이들 국가의 공통된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신흥공업국들이 옛 영광에 대한 향수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금, 새로운 국가들이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른바 ‘브릭스’(BRICs)다.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을 뜻하는 브릭스는 지난해 10월 세계적인 투자회사 골드만삭스에 의해 역사적인 용어로 떠올랐다. “2050년에는 이들 4개국이 미국, 일본과 함께 선진 6개국(G6)을 구성하게 될 것이다.” ‘브릭스’는 그동안 ‘중국’에만 눈과 귀를 집중하던 한국인들에게 더 크게 눈을 뜨고 귀를 쫑긋 세울 것을 촉구했다.
골드만삭스는 ‘브릭스와 함께 꿈을; 2050년으로 가는 길’이란 보고서에서 브릭스 국가들의 공통점으로 ‘각 대륙의 최대 인구국가’라는 점을 들었다. 건강한 노동력이 풍부한 나라라는 얘기다. 골드만삭스는 이들 국가가 “과거 오랜 기간 사회주의 정책의 강력한 실행(러시아·중국)이나 수입대체 위주의 정책(브라질·인도) 때문에 자유시장 경제와 교역이 주는 성장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며 “따라서 시장규모 확대 잠재력이 매우 커서 외국 자본의 대량 유입이 가능한 국가들”이라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가 그려낸 브릭스의 미래는 장밋빛이다. “브릭스 4개국의 국가 GDP(국내총생산) 합계는 2025년 미국의 규모에 육박하고, 2040년에는 현재의 G6(미국·일본·프랑스·독일·영국·이탈리아)을 능가한다. 2050년에는 이들 국가 모두 G6에 포함된다.” 비록 골드만삭스는 러시아 외에는 이들 국가의 1인당 국민소득이 50년 뒤에도 현재의 G6 국가 평균치보다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브릭스의 고도성장은 세계 경제의 새로운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 국가의 고성장이 선진국의 노년인구 증가와 저성장을 상쇄하리라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세계의 자본은 브릭스로 몰리고, 이로 인한 환율 재조정이 일어날 것이라고 골드만삭스는 예견했다. 이와 함께 브릭스 국가들의 국민소득 증가로 소비재 소비가 급증하면서 많은 상품들의 수요와 가격 결정 패턴도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브릭스의 고성장 전망에 대해 골드만삭스는 많은 조건을 달았다. 이들 국가가 견실한 제조업 기반을 갖추고 있긴 하지만, “경제의 개방과 자유시장 경제의 확립, 적절한 경제정책의 집행, 그리고 제도정비가 갖춰지면 급속한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골드만삭스의 분석이다. 하지만 브릭스 국가들의 최근 성장세는 골드만삭스의 분석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보여준다.
4개 국가 모두 높은 성장률 기록
[브라질]

브라질은 1970년대 말의 2차 석유파동과 국제 이자율 상승으로 80년대 초 외채위기가 발생해 90년대 초까지 초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지속된 나라다. 또 1998년에도 10월 대선을 앞두고 동아시아와 러시아 경제위기 여파로 금융불안과 경기침체가 나타나 국제통화기금의 관리체제에 편입됐다. 브라질은 2003년 룰라 정부가 들어선 뒤에야 비로소 투자자들의 신뢰가 회복되면서 산업생산이 증가하는 등 경기회복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브라질은 2003년 0.4%의 낮은 성장에 이어, 올해도 2.3% 성장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브라질이 2003년 전년 대비 21%나 수출을 늘리며 사상 최대 규모인 248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는 점은 브라질 경제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는 “브라질은 아직 대외개방이 미흡하고 투자율과 저축율이 낮으며 공공채무와 외채가 높아지는 등 거시경제의 안정성이 낮은 게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며, 이런 요인을 제거하거나 감소시킬 경우 향후 50년간 연간 3.6%가량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
1998년 금융위기로 마이너스 성장(-5.3%)을 했던 러시아도 2000년 이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2001년 5% 성장에 이어 2002년 4.3%, 그리고 2003년에는 6.8% 성장을 이뤘다. 골드만삭스는 이미 러시아가 상당히 높은 수준의 소득을 올리는 나라이고, 인구 감소 때문에 앞으로 브릭스 국가 중에서는 성장률이 가장 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40년까지 연평균 3~4% 성장을 하리라는 것이다. 러시아 경제의 최근 성장세는 루블화의 가치 하락과 1999년 이후 국제유가의 빠른 회복이 큰 힘이 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물론 이것은 러시아 경제의 약점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석유 및 석유 관련 제품의 수출이 2003년 현재 전체 수출의 55%인 740억달러를 차지했다.

[인도]
인도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정보기술(IT) 산업의 높은 성장세에 힘입어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인도 경제는 2000년 이후 연 3~5.5%씩 성장하고 있으며, 2003년에는 6.4%에 이르는 고성장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적인 IT 불황에도 인도가 고성장을 계속하는 것은 임금이 낮고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노동력, 정부의 적극적인 IT산업 지원정책 등에 힘입은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인도의 IT산업은 최근 5년간 연평균 27%씩 성장했다. 소프트웨어 및 IT 관련 서비스가 IT산업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2002년 기준 이 부문 수출액이 99억달러로 한국(4억달러)의 25배에 이르렀다. 이 부문이 인도의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4%에 이른다. 삼성경제연구소 임태윤 수석연구원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저부가가치 제조업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인도는 IT산업의 고성장과 다국적 기업들의 연구개발 센터 설립으로 산업구조가 선진국형으로 직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인도 경제에 대해 “2050년까지 5% 성장을 유지할 것”이라는 놀라운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인도는 브릭스 국가들 중에 인구가 계속 늘어날 유일한 국가라는 점이 핵심적인 이유다. 그러나 아직 폐쇄적인 경제 부문이 많이 유지되고 있고 브릭스 중에서도 교육지수가 낮은 편에 속해, 1인당 국내총생산이 1만달러를 넘는 것은 2043년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골드만삭스는 추산했다.
[중국]

한국 경제는 그동안 중국을 통해 브릭스와 만나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세계 최대 인구를 갖고 있는 중국의 고성장은 그칠 줄을 모른다. 연간 7~8%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중국은 2003년 들어 9.1%의 성장을 달성했다. 이는 1997년(8.8%)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4천억달러로 영국의 규모에 육박하며, 1인당 국내총생산도 1090달러로 1천달러를 넘어섰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이 2010년까지 연 6.6~8%의 성장을 계속할 것이라며, 2010년 이후 10년간은 5~6.4%, 그 이후 10년 동안에도 3.9~5.2%의 고성장을 계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 경제에 도움 된다는 증거 많다
관심의 초점은 이들 브릭스 국가의 빠른 성장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한편에서는 중국에 이어 이들 국가까지 성장 대열에 합류함으로써 우리 산업의 경쟁력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런 주장은 주로 기업쪽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브릭스의 성장이 우리에게는 기회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최근 수출입은행은 ‘브릭스 국가 현황 및 우리의 진출 방안’이란 보고서를 냈고, 하나은행은 브릭스 투자펀드를 내놓기도 했다. 이는 기대감을 반영하는 것이다.
실제로 브릭스의 성장은 단기·중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위협보다는 도움이 된다는 증거들이 더 많다. 중국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때 ‘중국이 몰려온다’며 마치 한국 경제가 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지만, 지금까지는 중국의 고성장이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기둥이 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2003년 우리나라는 중국에 364억달러어치를 수출하고, 245억달러어치를 수입해 119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봤다. 김광수 경제연구소의 김광수 소장은 “중국 등 브릭스 국가들은 아직까지 산업구조 면에서 우리보다 한 단계 아래에 있어, 경제가 커질수록 소재와 중간재를 많이 필요로 하는 나라”라며 “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한동안 우리나라는 득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와 우리나라의 교역이 최근 들어 크게 늘고 있는 것도 관심거리다. 인도는 2002년 우리나라의 수출 규모가 전체 대상국 가운데 24위에 불과했으나, 2003년에는 13위로 급부상했다. 2002년 6500만달러에 그쳤던 휴대전화 수출이 2003년 5억8천만달러로 급증한 것은 인도의 성장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짐작하게 한다. 한국과 인도는 2003년 12월 외교장관 회담에서 현재 연 40억달러가량인 교역 규모를 5년 안에 100억달러 수준으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그렇게 되면, 인도는 중국과 미국에 이은 우리 경제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하게 될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김경원 글로벌경제실장은 브릭스 국가들의 공통점으로 경제를 우선하는 정부의 등장과 함께 정치적 안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또 중국과 인도가 단순노동력을 활용한 산업만이 아니라 첨단산업을 함께 키우고 있는 점을 중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분은 우리 경제에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리라는 것이다.
앞으로도 고성장 지속될까
그러나 브릭스의 고성장이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견해를 밝혔다. 중국의 경우 과열 우려가 있고, 러시아의 경우 수출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커서 유가 변동에 경제가 취약하다는 것이다. 또 인도는 소프트웨어는 강하지만 하드웨어가 약하고, 브라질은 정치적 안정이 지속될 수 있을지 아직 확실하지 않은 약점이 있다는 것이다.
미래는 결정된 것이 아니다. 또 장기적으로 경제를 예측하는 것은 바보들이 하는 일이라는 비아냥이 있을 만큼, 미래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골드만삭스의 장기 전망 보고서나 최근 브릭스 국가들의 실적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어쨌든 브릭스 국가들이 기회와 위협 어느 쪽이든 우리 경제에 갈수록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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