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런바오(吳仁寶)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다른 여느 평범한 촌로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160cm쯤 되는 작은 키에 다부져보이는 눈매를 빼면 그가 중국 최고의 ‘부자마을’ 화시춘(華西村)을 만든 전설적 ‘영웅’이라고 믿기는 힘들었다. 올해 76살인 우런바오는 지난 7월 그의 네 번째 아들에게 마을 최고 권력인 당 서기 자리를 물려주고 지금은 은퇴한 ‘2인자’가 되었다. 은퇴 소감을 묻자, 그는 “항상 최고의 자리에만 있었는데 이제는 내려와서 제2인자 자리가 어떤 것인지 한번 알 필요도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중국 장쑤성 장인에 위치한 화시춘 입구에 들어서면 ‘天下第一村’이라는 간판이 눈에 띈다. 그곳에서 몇 발자국 안 떨어진 곳에 역시 커다란 글씨로 “집안에 아무리 많은 황금이 있어도 하루에 먹는 것은 세끼뿐이고 아무리 호화로운 방을 독차지해도 한 사람이 하나의 침대만을 점유할 수 있다”라는 내용의 간판이 있다. 마치 공자의 유교적 ‘격언’을 방불케 하는 그 문구를 만든 사람이 바로 우런바오다. 그는 이러한 유교적 이데올기를 중심으로 화시춘을 40년 넘게 ‘통치’하면서 ‘천하제일의 부자마을’로 만들었다.
중국 개혁·개방사에서 화시춘과 우런바오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덩샤오핑이란 걸출한 ‘총사령관’이 중국의 개혁·개방을 진두지휘하며 오늘날 중국을 세계의 거인으로 만들었듯이, 우런바오 역시 화시춘을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농촌 ‘발전모델’로 만들었다. 1961년 마을을 만들 당시 2만5천위안(약 450만원)에 불과하던 마을 자산은 현재 고정자산만 30억위안이 넘고 마을 집체기업만 58개를 거느리고 있다. 주민 1명당 연평균 소득은 상하이나 광저우, 베이징을 능가해 6천달러를 넘어섰다. 게다가 이 마을의 모든 주민들은 집체에서 분배해준 자가용을 소유하고 가구마다 별장식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에서 나온 (Recovering China)이란 책은 화시춘과 우런바오를 중국의 싱가포르, 중국의 리콴유에 비유한다. 엄격한 유교주의적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한 발전모델이 싱가포르를 닮았음을 빗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리콴유’ 우런바오의 신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화시춘이 21세기에도 중국 농촌의 ‘희망’이 될 수 있다면 그의 신화는 계속될 것이다.
베이징= 박현숙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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