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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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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집’에 날개를!

등록 2003-01-08 00:00 수정 2020-05-02 04:23

건축가 김원(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씨는 새해를 맞는 마음이 더없이 가뿐하다. 지난해를 넘기기 하루 전, 몇달 동안 노심초사해온 ‘이상의 집’ 문제를 매듭지었기 때문이다. 천재 시인 이상이 스무해 동안 살아온 집(종로구 통인동 154번지)이 부동산에 매물로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부터 김씨는 백방으로 이 집을 보존할 방법을 알아봤다( 12월19일치 438호 참조). 이상의 집 이웃인 옥인동에 살고 있는 그는 땅에 얽혀 있는 역사가 그대로 사라지고, 이 지역이 특색 없는 다세대·다가구 건물로 바뀌어가는 것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시청·구청쪽에선 ‘건축적 가치가 있느냐’부터 들먹였고, 시민단체는 예산마련이 쉽지 않았다. 결국 김씨는 자신이 상임이사로 활동하는 김수근문화재단(이사장 윤승중)을 설득했다. 집주인 박아무개씨도 될 수 있으면 이상을 기념할 수 있는 용도로 쓰이기를 원했기 때문에 매매계약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이상의 집을 사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김씨에겐 기업·단체 등으로부터 “그 집을 넘길 생각이 없느냐”는 문의가 쏟아졌다. 하지만 그는 “어떤 개인이나 단체도 독점은 안 된다”는 단호한 원칙을 갖고 있다. “건물의 개·보수는 김수근문화재단쪽에서 맡겠지만, 문화공간 운영은 이상을 사랑하는 문인들과 애호가들에게 맡길 것입니다.”

김수근문화재단은 이상이 종로에 다방을 차린 것을 기념해 ‘카페 제비’, ‘69’ 같은 이름을 붙이고, 문화사랑방을 마련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문학인을 위한 세미나, 이상을 기리는 전시공간 등으로 쓰자는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 운영방안은 모두에게 열려 있습니다. 이 공간을 어떻게 운영하면 좋을지 재미난 의견을 모아주세요. 여러분의 참여를 기다립니다(www.kimwonarch.com/board).”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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