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전세 사기 피해자 최광일(가명)씨가 2026년 10월26일 오후 경기 안양시 회사 앞에서 ‘외국인 피해자 전세사기피해주택 매입 거부처분 무효확인청구’를 읽어보고 있다. 안양=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디지털 기사에 붙는 댓글은 언론사에는 ‘애증’의 대상입니다. 댓글이 많다는 건 그 기사가 많은 독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런 댓글창을 언론사가 먼저 닫는 경우가 있습니다. 인신공격과 혐오, 차별의 내용이 담겨 ‘2차 가해’가 예상될 때 언론사는 자체 누리집은 물론이고 포털에서 운영하는 뉴스 채널에서 해당 기사의 댓글창을 닫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관련 뉴스에서 그렇게 합니다. 여성을 대상으로 삼은 강력범죄, 외국인·장애인·성소수자 등을 다룬 기사에서도 종종 댓글창을 닫습니다.
이번 한겨레21 표지이야기의 댓글창을 닫아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전세사기 구제 대상에서 제외된 피해자를 만난 기사입니다. ‘왜 우리가 낸 세금으로 외국인을 돕느냐’ ‘그들 나라도 우릴 돕지 않는데, 우리가 왜?’라는 날 선 댓글이 쏟아질까 걱정됐기 때문입니다.
걱정되는 그 질문에 먼저 이렇게 답하고 싶습니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도 세금을 냅니다. 일해서 번 돈에서 소득세를 내고, 물건을 살 때마다 부가가치세를 냅니다. 집을 사서 등기할 때는 국민주택채권을 사야 하고, 청약통장에 돈을 붓는 이도 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를 구제하는 주택도시기금은 국민주택채권과 청약저축으로 조성됩니다. 법으로 의무는 지우면서 정작 피해를 당했을 때 그 법이 보호하지 않는다면, 누구라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겁니다.
처지를 바꿔봐도 마찬가지입니다. 낯선 나라에서 그 나라의 법을 지키며 일하던 우리가 어느 날 범죄 피해자가 됐는데,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다면 어떨까요?
누가 나라에 큰 도움이 되는지 셈하기 전에 물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법 아래 선 사람이 위험에 처했을 때 그 법은 어떻게 답해야 할까요? 우리가 바라는 나라는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누구에게나 최소한의 삶과 안전을 보장하는 곳이라 믿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사의 댓글창은 열어두겠습니다. 닫아두고 피할 일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따져 물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혐오와 차별이 아닌 질문과 대답이 오가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박현철 편집장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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