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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33분 만에 닫힌 사건, 101일 만에 찾은 주검

한 해 7만여 건 성인 실종… 경찰 한 명이 증빙 없이 종결할 수 있는 시스템
등록 2026-08-29 15:08 수정 2026-08-29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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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2026년 8월24일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야자수농장에서 수개월 전 실종된 장미란씨 주검을 발견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2026년 8월24일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야자수농장에서 수개월 전 실종된 장미란씨 주검을 발견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7살 장미란씨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실종수사 담당 경찰은 “실종자와 연락됐다”는 거짓말을 하고 신고 2시간33분 만에 사건을 종결했다. 이 경찰의 판단은 그 어떤 견제도 받지 않았다. 사건 종결의 근거로 통화기록이나 사진, 영상 같은 증빙 자료도 제출할 필요가 없었다. 이렇게 묻혔던 사건은 한국의 많은 사건이 그렇듯, 이번에도 가족이 끈질기게 신고하고 소셜미디어에 실종 사실을 호소한 뒤에야 실체가 드러났다. 담당 경찰의 허위 종결 이후 101일 만에 장씨의 주검이 발견된 것이다. 이 사건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펜션에서 400m, 걸어서 5분 거리

 

2026년 8월24일 오전 10시46분께 제주시 한림읍에서 장씨로 보이는 주검이 발견됐다. 주검은 장씨가 장기 투숙했던 펜션에서 직선으로 400m, 걸어서 약 5분 거리에 있는 야자수농장에서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장씨의 휴대전화, 실종 당시 입은 옷가지 등이 발견됐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피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튿날인 8월2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주검은 장씨로 최종 확인됐다.

장씨는 앞선 5월12일 밤 10시15분 펜션을 나선 뒤 연락이 두절됐다. 사흘 만인 5월15일 저녁 6시43분 남자친구가 112에 실종 신고를 했지만, 제주서부경찰서 실종수사팀 소속 부아무개 경장이 2시간30여분 만인 밤 9시16분에 “실종자와 연락됐다”는 거짓말을 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또한 실종자의 과거 발견 이력 등을 수색에 활용하는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 자료까지 임의로 삭제했다. 이후로도 장씨 휴대전화가 12시간 넘게 켜져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수사했으면 장씨의 휴대전화와 위치 추적을 통해 행방을 확인할 기회가 있었다.

두 달 넘게 장씨를 기다리던 장씨의 사촌 동생이 서울 노원경찰서에 직접 찾아가 다시 실종신고를 했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제보를 받기 시작한 8월20일에야 경찰은 뒤늦게 대대적 수색을 시작했으며, 나흘 만에 장씨의 주검을 발견했다. 경찰이 사건을 허위 종결한 지 101일 만이다. 이 과정에서 장씨의 행방이나 사망 경위를 알 수 있는 단서는 대부분 사라졌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제주도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장씨가 실종된 지점 인근에 있는 폐회로티브이(CCTV) 118대의 영상이 이미 2026년 6월 중순 자동 삭제됐다.

장씨 사건뿐만이 아니다. 앞서 8월22일에는 60대 남성이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남성의 가족은 7월2일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지만, 역시 담당자인 부 경장이 비슷한 수법으로 사건을 허위 종결 처리했다. 8월21일 가족이 재신고를 하자 경찰은 역시 뒤늦게 수색을 진행했다가 하루 만에 이 남성의 주검을 발견했다.

 

실종팀은 왜 경찰 기피 업무가 됐나

 

제주지방법원 형사5단독 이길범 부장판사는 8월25일 직무유기,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은 부 경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부 경장이 2025년 3월부터 실종수사팀에서 근무하며 298건의 실종 사건을 처리한 것으로 파악했다. 향후 수사에서 부 경장이 비슷한 수법으로 실종 사건을 허위 종결한 것이 추가로 드러날 수 있다. 경찰청은 이날 전현직 제주 서부경찰서장과 형사과장, 실종팀장 등 지휘라인 4명을 대기발령 조처하고 감찰 조사에 착수했다.

실종 사건은 강력범죄의 ‘첫 신호’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경찰은 한 해 7만여 건에 이르는 ‘성인 실종’ 사건에서 99%가 ‘단순 가출’로 처리되고, 실종자가 끝내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은 931명으로 1.3%에 불과하다는 점(2025년 기준) 때문에 실종 사건을 소홀히 다뤄왔다는 비판을 받는다.

특히 실종 사건을 일선 담당 경찰관 한 명이 종결 처리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는 “종결 처리 전에 상부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며 “실종 담당 경찰은 실종 당사자가 안전하다는 걸 객관적으로 증빙할 수 있는 사진이나 영상 등의 자료를 첨부해서 승인을 받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종 사건 초기 위험도 평가를 외부 기관 혹은 전문 프로파일러가 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배상훈 우석대 겸임교수(경찰행정학)는 “미국의 경우 연방수사국(FBI) 같은 범죄분석센터가 있어 외부에서 특정 사건에 대해 지표 평가를 한다”며 “우리는 전국에 프로파일러가 지방청마다 한 명뿐이다. 이들이 그 많은 교제폭력과 실종 프로파일링을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했다.

실종 사건이 일선 경찰의 기피 업무로 여겨져 수사 경력이 부족한 경찰관이 보직을 돌다 배치되는 면이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서울 일선서의 한 경찰은 “열심히 하려는 형사들은 강력반이나 지능팀에 가려고 하지, 실종팀의 경우에는 열정을 갖고 일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경찰 실종팀 인원은 2023년 906명에서 2025년 806명으로 되레 줄었다.

실종 전문 수사팀 인력을 늘리고, 이들을 위한 보상 시스템을 강화하며, 사건 초기에 ‘고위험 실종자’와 ‘저위험 실종자’를 구분할 수 있는 제도적 방책을 마련해 범죄가 의심되는 실종 사건을 재빨리 구분한 뒤 전문 수사력을 집중 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다른 서울의 일선서 실종 담당 경찰은 “실종은 조금이라도 애매하면 바로 강력사건으로 발전한다”며 “실종 신고 당사자에 대해서는 무조건 대면을 한 뒤에 사건을 종결해야 하고, 최소한 시시티브이까지는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이 인정한 실패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도 경찰의 ‘실종 수사 시스템'이 실패했음을 인정했다. 유 대행은 8월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실종 시스템상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된다”며 “담당자가 (실종) 사건을 종결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 유 대행은 이어 “신속하게 시스템을 개선하고 시스템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수기로 팀장·과장 결재 후에 종결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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