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망법 허위조작정보 규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2025년 12월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처리되고 있다. 한겨레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7월7일부터 조심하자.” “7·7법 피해 국외 커뮤니티로 가자.” “‘입틀막법’이다.”
2026년 7월7일을 전후로 포털 사이트의 댓글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이런 글들이 등장했다. 허위조작정보 등의 규제를 강화한 개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통망법)이 7월7일부터 시행되는 가운데, 의견을 쓰기가 걱정된다며 남긴 글이다.
정부와 여당은 생각이 다르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7월7일 정통망법이 “악의적인 허위조작정보로 부당 이익을 챙기던 악질 유포자들에게 철퇴를 내리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라고 밝혔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도 7월3일 “허위조작정보의 해악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여당의 이런 설명에도 정통망법은 개정 추진 당시부터 언론·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법은 2025년 10월 최민희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해 같은 해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무엇이 논란일까?
정통망법은 ‘허위조작정보’ 개념을 신설해 손해액 입증이 어려운 경우 최대 5천만원까지 손해를 추정하고, 고의성이 인정되면 최대 5배의 가중손해배상을 하도록 했다. 또 확정판결 등으로 허위조작정보로 인정된 내용을 반복 유통하면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하루 평균 이용자 100만 명 이상인 플랫폼에는 허위조작정보 신고·처리 체계를 마련하도록 했고, 온라인상 불법정보의 범위도 혐오표현까지 확대했다.
온라인상 인공지능(AI) 합성물과 악성 사이버레커, 수익형 허위정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에는 대체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정통망법이 실제로 이런 피해를 효과적으로 줄일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표현의 자유와 권력 감시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작지 않으리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특히 기존 명예훼손죄와 민사상 손해배상, 언론중재제도 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허위조작정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표현 행위에 가중배상까지 도입한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김보라미 변호사는 “허위 표현 자체를 국가가 규제하는 방식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거의 없다”며 “미국 연방 대법원 판례는 ‘허위 표현을 규제하면 오히려 민주주의를 침해하게 된다’고 하고, 같은 취지로 유엔에서도 한국에 여러 차례 권고했다”고 말했다.
정통망법과 시행령을 보면, 논란의 핵심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허위조작정보의 개념이 여전히 모호하다는 점이다. 정통망법은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사실이 아닌 정보’를 허위정보, ‘내용을 사실로 오인하도록 변형한 정보’를 조작정보로 정의한다. 허위 또는 조작된 사실을 알면서도 타인에게 손해를 끼칠 의도 또는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유통해 인격권·재산권 또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한 경우를 허위조작정보로 규정한다. 문제는 ‘일부 허위’ ‘사실로 오인하도록 변형’ ‘공공의 이익 침해’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 ‘손해를 끼칠 의도’ 등 핵심 개념의 해석 여지가 크다는 점이다. 법은 풍자와 패러디는 제외된다고 설명하지만 어디까지가 풍자인지도 불분명하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언론학)는 “어디까지가 허위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판단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라며 “허위 사실 규제를 시작하면 범위를 특정하기 어려워 규제 대상이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이어 “진위 판단이 사법적 영역으로 넘어갈수록 공론의 영역이 법적 판단에 포섭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배우 김수현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구속 송치된 김세의 가로세로연구소 대표가 2026년 5월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김 대표는 배우 김수현과 관련한 허위조작정보를 이용해 거액의 이익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취재사진
둘째, 권력 감시와 공익보도를 위축시키는 소송이 늘어날 수 있다. 정통망법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보는 허위조작정보에서 제외하고, 공익적 비판과 감시를 방해하려는 전략적 봉쇄소송(SLAPP)의 경우 법원이 중간판결로 각하할 수 있도록 특칙을 뒀다.
그러나 공익성이 있다고 해서 모든 손해배상 책임이 자동으로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권력자나 기업이 보도의 일부 사실이나 제목, 편집, 맥락 등을 문제 삼아 허위조작정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기존보다 높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김보라미 변호사는 “이미 기업이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많은데 배상액이 5배까지 늘어나면 언론의 위축 효과는 상당할 것”이라며 “나중에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라 거액의 소장을 받는 것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물론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의견 자체에는 공감대도 있다. 언론중재위원회가 2025년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2022~2024년 언론 관련 소송 288건의 손해배상 인용액 평균은 827만원, 중앙값은 350만원이었다. 손해배상 판결의 65.2%는 500만원 이하였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교수(미디어영상홍보학)는 “언론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액을 높여야 한다는 필요성 자체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권력자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의 주체가 될 수 없도록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셋째, 허위조작정보 판단을 플랫폼에 맡기고 누구나 신고할 수 있도록 한 구조도 논란이다. 플랫폼의 과잉 삭제나 정치적 신고전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개정법은 하루 평균 이용자 100만 명 이상인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허위조작정보 대응을 위한 운영정책과 신고·처리 절차를 마련하도록 했다. 허위조작정보 여부는 정부가 직접 판단하지 않고 플랫폼이 자율적으로 판단한다. 시행령은 플랫폼이 필요할 경우 국제 기준을 충족한 사실확인단체와 협약을 맺거나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설치할 수 있는 투명성센터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플랫폼에 규제 책임이 부여된 만큼, 플랫폼이 허위조작일 가능성이 있는 게시물을 사전에 삭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플랫폼의 법적 책임이 커진 만큼 사업자들이 책임을 피하기 위해 불법 의심의 여지가 있으면 우선적으로 (게시물을) 삭제할 수 있다”며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방향으로 운영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손지원 변호사(커뮤니케이션법연구소 대표)도 “정통망법은 플랫폼이 특정 게시물을 허위정보로 인지하고도 조치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면 이후 책임을 질 근거가 될 수 있다”며 “이 구조 때문에 플랫폼에 대한 삭제 압박이 간접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넷째, 혐오표현을 다른 일반법의 근거 없이 정통망법에서 곧바로 불법정보로 규정한 방식도 논란이다. 정통망법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직접적인 폭력·차별 선동이나 증오심을 심각하게 조장해 인간의 존엄성을 현저히 훼손하는 정보를 불법정보에 추가했다. 허위조작정보는 플랫폼 자율규제 대상인 반면, 혐오표현은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와 정부의 삭제·차단 명령 대상이 된다. 문제는 오프라인에서 차별행위를 규율하는 차별금지법조차 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적 의미와 범위가 충분히 정립되지 않은 혐오표현을 온라인에서 먼저 불법정보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손지원 변호사는 “혐오에 대한 토대와 사회적 합의 없이 표현부터 불법으로 규제하면 검열 논란과 사회적 반감만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유럽의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언급하며 ‘한국형 디지털서비스법’이라는 취지로 정통망법 개정을 추진했는데, 실제 개정된 정통망법은 디지털서비스법과 차이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유럽연합의 허위정보 대응 거버넌스 접근법’(마티아스 카헬만·울프 라이너스, 2023년) 연구는 디지털서비스법이 허위정보 자체를 규제하는 법이 아니라 플랫폼의 위험관리와 투명성, 절차적 의무를 강화하는 제도라고 설명한다. 홍원식 교수는 “디지털서비스법은 불법 정보에 대해 플랫폼에 책임을 묻는 법”이라며 “정통망법은 이를 허위나 아니면 혐오에 대한 사항까지도 확장한 것”이라고 했다.
이 법에 순기능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심영섭 교수는 “사실 확인 없이 허위정보를 반복 유통하고도 정정·사과하지 않는 일부 언론과 게시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효과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취재에 응한 언론·법조계 전문가들은 기대되는 효과에 견줘 표현의 자유와 권력 감시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우려했다.
온라인에서는 법 시행 이후 “정부가 마음대로 가짜뉴스를 지정하면 곧바로 10억원 과징금을 부과한다” “댓글 하나만 써도 5배 배상 대상이 된다” “특정 팩트체크 기관이 허위조작정보를 최종 판단한다” “정부가 카카오톡을 상시 검열한다” 등 과장된 주장도 확산됐다. 그러나 과징금은 법원 확정판결 등으로 허위조작정보로 인정된 내용을 반복 유통한 경우에 적용되고, 허위조작정보 판단은 플랫폼이 담당한다. 카카오톡 등 사적 메신저를 정부가 상시 검열하는 구조도 아니다. 김동찬 정책위원장은 “법 시행 이후 온라인에서 왜곡되거나 과장된 주장이 적지 않은데, 그런 비판이 오히려 이 법이 가진 실제 위험성을 축소하는 빌미가 될 수도 있다”며 “잘못 알려진 내용은 바로잡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지점은 정확하게 비판하는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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