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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선고 앞둔 ‘용인 특수교사 학대’ 사건… ‘증거 불충분’ 판례 이번엔 바뀔까

장애인 학대 피해 입증할 최소한의 수단… ‘제삼자 녹음 금지’ 예외 적용 촉구
등록 2026-06-25 22:06 수정 2026-06-29 20:08
한우리씨가 2026년 6월2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열린 ‘제삼자 녹음 금지 예외 적용 촉구 집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한우리씨가 2026년 6월2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열린 ‘제삼자 녹음 금지 예외 적용 촉구 집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너 친구하고 못 어울려. 밥도 (같이) 못 먹어.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 싫어 죽겠어.”

장애인 학대 예방의 날인 2026년 6월2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한우리씨는 녹취록 속 특수교사 ㄱ씨의 발언을 또박또박 읽어 내려갔다. 그는 4년 전 발달장애인인 아들이 학대받는다고 의심해 책가방에 녹음기를 넣었고, 이를 증거 삼아 ㄱ씨를 정서적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발달장애인 영유아와 아이들, 치매 노인들까지 누군가 자신을 해쳐도 스스로 증언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한씨가 이 사건을 심리 중인 대법원을 등지고 외쳤다.

 

증거 불충분으로 가해자 풀려나는 현실

 

한씨가 언급한 이른바 ‘용인 특수교사 아동학대 사건’은 피해 아동 주아무개(13)군이 웹툰 작가 주호민씨 아들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피해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어려운 발달장애인의 피해 사례들이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장애인권단체들은 장애인 학대 사건에서 피해 정황이나 상해는 존재하는데 증거 확보가 어려워 수사 또는 재판에서 가해 행위를 확인하지 못한 사례가 반복돼왔다고 지적한다.

연령과 지역만 다를 뿐 장애인 학대 가해자로 의심받는 이들이 수사기관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는 사례는 계속 나오고 있다. 2025년 6월11월 전남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12개 장애인권단체는 기자회견을 열어 “전남 영광의 한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생활교사가 지적장애인의 목을 조르고 뺨과 복부를 가격하는 등 올해만 3건의 폭행 및 학대로 의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경찰은 시설 내부자의 고발로 수사에 착수했는데, 약 1년 만에 피고발인 2명을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2025년 1월 세종시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서도 세종시 지적장애인 거주시설에 입소한 40대 중증 지적장애인의 학대 피해를 조사한 뒤 경찰에 수사 의뢰했으나 가해자들은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 진술 조력인을 배치하지 않고 시설 사무국장을 동석시키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게 드러나자 2025년 5월 재수사에 착수했다.

발달장애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스스로 의사 표현과 자기방어를 할 수 없어 피해를 입증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장애인 학대 피해자 중 상당수는 발달장애인이다. ‘2024 장애인 학대 현황보고서’를 보면, 2024년 장애인 학대로 판정 난 1449건 가운데 피해자의 71.1%가 지적·자폐성 장애를 가진 발달장애인이었다. 손예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정책국장은 “발달장애인 학대 사건의 핵심은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구조”라며 “피해자를 위한 최소한의 확인 및 방어 수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장애인권단체들은 “보호자의 녹음은 발달장애 아동, 중증장애인, 치매 노인에게 유일한 피해 입증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한씨 역시 자신의 대응을 놓고 “말로 자신을 지킬 수 없는 사람의 곁에서 그를 대신해 진실을 밝히려 한 행동”이라며 “보호자가 구체적이고 분명한 학대의 정황을 발견했을 때 남긴 내용만큼은 증거로 인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2026년 6월2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열린 ‘제삼자 녹음 금지 예외 적용 촉구 집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2026년 6월2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열린 ‘제삼자 녹음 금지 예외 적용 촉구 집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피해자 있는데, 가해자 없는 구조 언제까지…

 

‘용인 특수교사 아동학대 사건’은 ‘방어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 대한 보호라는 공익’과 ‘교사의 교권 보호’라는 가치가 충돌할 때 무엇을 더 우선시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법정에선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여부를 놓고 법리적 다툼이 벌어졌다. 아동학대 여부보다 주군 부모가 제출한 녹취록의 증거능력을 인정할지를 놓고 검찰과 피고인(특수교사 ㄱ씨)이 다퉜는데, 녹취록이 증거로 채택되면 유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커진다.

1심과 2심 판결은 엇갈렸다. 1심은 주군 부모의 행동이 통신비밀보호법(누구든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할 수 없다)을 위반했더라도 ‘아동 보호’라는 더 큰 공익을 위한 정당행위이기에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예외적으로 녹취록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ㄱ씨에게 벌금 200만원의 선고유예형을 결정했다. 반면 2심은 ‘교사의 교실 내 발언은 미공개 대화이므로 학부모의 몰래 녹음은 증거능력이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녹취록의 증거능력을 배제해 ㄱ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법정 밖에서는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응답했다. 김 의원은 ‘학대가 실행 중이거나 실행됐다고 의심할 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제삼자의 비밀 녹음을 예외적으로 합법화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교권 단체는 개정안에 담긴 ‘의심할 상당한 사유’라는 문구가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문제점을 지닌다고 지적한다. 이를 근거로 제삼자의 녹음이 오남용되고, 사실상 교실 내 무차별적인 감시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6월22일 대법원 앞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 의원은 “대법원의 판단은 단순히 하나의 증거능력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가장 약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어디까지 들을 것인지에 대한 답이 될 것”이라며 “부디 법의 형식적 해석에만 머무르지 말고 학대 피해자의 현실과 절박함을 함께 살펴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피해자 현실과 절박함 살펴달라

 

대법원은 현재까지 아동학대 사건에서 제삼자 녹음을 두고 통신비밀보호법의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판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2025년 6월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아동에게 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교사 ㄴ씨의 재상고심에서 무죄를 확정했다. 이 사건에서도 피해자의 모친은 학생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고 ㄴ씨의 발언을 녹음해 증거로 제출했다. 하급심은 모두 녹음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ㄴ씨에게 유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1년 뒤 유사한 사건을 놓고 하급심의 엇갈린 판단을 받아든 대법원은 통신비밀보호법의 엄격한 원칙 적용과 ‘아동 보호’라는 가치를 고려한 예외적인 증거능력 인정 가운데 무엇이 법리적으로 옳은지를 다시 한번 판단하게 됐다.

 

글·사진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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