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화성시 비봉고등학교 야구부. 독자 제공
고교 야구부 감독의 각종 비위 혐의를 폭로하고 시정을 요구한 코치가 되레 학교와 학부모로부터 인사상 불이익을 받으며 사실상 ‘입틀막’(입을 틀어막음)을 강요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치의 폭로를 묵살한 학교는 관할 교육지원청의 감사와 고발을 계기로 야구부를 클럽으로 전환해 사실상 형해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비위 혐의가 싹튼 구조는 무시한 채 이를 드러낸 사람과 현장을 제거하는, 스포츠계의 고질적인 병폐가 다시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화성서부경찰서는 2025년 10월15일 화성시 비봉고등학교 야구부 감독 전아무개씨의 횡령과 배임수재 혐의를 인정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한겨레21이 입수한 송치결정서를 보면, 경찰은 “전 감독은 케이비오(KBO·한국야구위원회)로부터 받은 야구공을 지인에게 처분해 280만원을 입금받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며 횡령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배임수재 혐의를 놓고선 “2023년 3학년 학부모인 유아무개씨에게 ‘단국대 체육특기생으로 입학시켜주겠다’며 금품을 요구해 현금 2천만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경찰 수사는 비봉고 야구부 수석코치 김형남(가명)씨의 폭로로 촉발됐다. 김 코치가 2024년 10월7일 전 감독의 여러 비위 행위를 학교에 알렸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같은 해 11월25일 화성오산교육지원청(오산교육지원청)에 제보했기 때문이다. 오산교육지원청은 비봉고를 상대로 복무감사에 착수하는 한편, 아동학대 및 배임수재와 횡령 혐의를 놓고선 “정황이 의심스럽다”고 판단해 2025년 2월 전 감독을 경찰에 고발했다. 김 코치가 문제를 제기한 지 약 1년 만에 사건이 검찰로 넘어간 것이다.
그 1년 사이 김 코치는 “야구부를 시끄럽게 만든다”는 이유로 학부모들의 집중 비난을 받았다. 김 코치가 공개 장소에서 감독의 비위 혐의를 제기했고 교육지원청마저 개입해 잡음이 일자 야구부 학생 6명이 전학을 갔고 팀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이에 학부모들은 2024년 12월6일 김 코치의 재계약 철회와 전지훈련 참여 배제 등을 논의했다. 여기에 참석했던 학부모 ㄱ씨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당시 학부모들은 감독이 (코치를) 키워주려고 저렇게 노력했는데, 감독을 오히려 사기꾼으로 만든다고 받아들였다. 감독의 말만 듣고 김 코치를 빨리 이 학교에서 내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비봉고 야구부 학부모회장 ㄴ씨가 2025년 3월 교내 야구장 울타리에 김형남(가명) 코치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며 설치한 펼침막. 독자 제공
비난의 강도는 2025년 들어 더욱 거세졌다. 학부모회장 ㄴ씨는 2025년 3월 교내 야구장 울타리에 ‘야구부 와해시키는 김형남은 자진사퇴하라’라는 글이 적힌 펼침막을 내걸었다. ㄴ씨는 “당시에는 불필요한 민원을 다수 제기해 학생들이 전학 가는 등 팀이 와해됐다”며 “감독과 코치가 싸워 팀이 개판이 됐으니 누군가는 야구부를 나가야 정상화될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ㄴ씨를 중심으로 뭉친 학부모들은 야구부 지도자들의 임금이 자신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상황을 거론하며 학교에 “분담금을 내지 않겠다”고 밝힌 뒤 김 코치의 해임을 강력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학교는 2025년 3월 김 코치를 수석코치에서 일반코치로 강등시키며 연봉이 1200만원가량 삭감된 계약서를 들이밀었다. “도의적인 책임감을 느꼈”던 김 코치는 군말 없이 이를 받아들였다. 김 코치는 “열번이고 백번이고 그만두고 나가버릴까 생각했지만, 선수들과 팀을 생각했다. 나 혼자 살겠다고 포기하고 놓아버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학교는 경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다 9월부터는 야구부를 해체하고 클럽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화성시체육회는 10월29일 “야구부는 화성시 고교야구의 상징적 존재”라며 클럽 전환 반대 의견을 냈으나, 학교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야구부를 클럽으로 전환하면 화성시체육회로부터 용품 및 대회 출전 지원(식비·숙박비 등) 명목으로 제공됐던 약 1억원을 받지 못하고, 공립인 비봉야구장도 무료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경기도 화성시 비봉고등학교 야구부에서 김형남 코치와 함께 일하는 ㄹ 코치가 2025년 11월3일 야구부 해단 및 클럽 전환에 반대하며 비봉고 정문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독자 제공
그런데도 학교는 클럽 전환에 따른 불이익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클럽 전환에 반대하면 전학 외에 방법이 없다”고 학부모에게 안내했다. 또 10월28일 야구부 지도자들에게는 ‘클럽으로의 전환’을 이유로 ‘근로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상당수 학부모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힌 학교는 11월2일 ‘클럽 전환 반대’로 확정된 학부모 투표를 받아들고 나서야 클럽 전환을 잠정 중단했다.
2025년 12월 김 코치는 학교운동부지도자 근무성적 평정표에서 100점 만점 중 43.2점을 받았다. 2024년 평점(92점)에 견줘 반 토막 난 수준인데, 근로계약서상 60점 이하는 계약 해지 사유다. 지도교사와 체육부장, 야구부 학부모 3명으로 구성된 평가위원회가 지도자 평점을 매긴다. 평가에 참여한 학부모 ㄱ씨는 “합리적인 점수가 아니다. 나머지 학부모 2명은 감독의 편에 서서 김 코치를 어떻게든 내보내고 싶어 하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김 코치는 ‘계약 철회’ 가능성을 고려해 평가 점수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기각당했다.
2018년 야구부 창단과 동시에 코치를 맡았던 김 코치에게 비봉고 야구부는 직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는 “감독의 횡포로 이용당하고 상처받은 선수들을 생각하면 코치이자 어른으로서 죄송할 따름”이라며 “선수 시절부터 야구밥을 30년 먹은 사람으로서 추가 피해를 막고자 용기 냈고, 1년간 외롭고 처절하게 버텼다”고 호소했다.

경기도 화성시 비봉고등학교 본관 전경. 독자 제공
정호철 비봉고 교감은 ‘김 코치의 근무 평가와 재계약 여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정 교감은 “김 코치에게도 이를 정확하게 알렸다”고 말했다. 야구부의 클럽 전환 배경을 묻는 말에는 “학내 모든 이슈가 야구부에 매몰됐다. 일련의 일들이 반복되다보니 학교 입장에선 ‘야구부의 늪’에 빠졌다는 생각을 한다”며 “상급 기관의 감사까지 받으면서 야구부의 기숙사 운영 등 관행적으로 해온 부분을 더는 할 수 없다보니 클럽 전환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2026년 11월을 목표로 클럽으로 바꾸려 한다”고 설명했다.
전 감독은 학부모와의 금전 거래는 인정하지만 결백을 주장한다. 그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야구공은 지인에게 빌려줬다가 돌려받았다. 학부모 유씨는 유년 시절부터 알고 지낸 동네 형이다. 4천만원을 빌렸다가 갚았다”며 “입금과 상환 내역 모두 존재해 경찰에도 자료를 제출했다. 검찰에서 억울함을 풀어줄 것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야구부는 학부모의 돈으로만 운영돼요. 그러니 학교 입장에서는 ‘그건 너희들 싸움이야’라는 태도로 깊게 관여를 안 합니다. 밖에서 볼 때 비봉고 야구부 문제이지 학교 문제가 아니거든요.” 전 감독으로부터 한양대 진학을 대가로 “4천만원을 요구받았다”고 고백한 학부모 ㄷ씨는 이번 사태를 이렇게 돌아봤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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