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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국동서발전, 여수에선 ‘보일러타워’도 해체 허가 받았다

울산화력발전 땐 쏙 뺀 보일러동, 여수 호남화력발전 해체 땐 허가 대상 포함
“아파트 20층 높이 건물인데 법령상 이름으로 규제 회피 합당한가” 비판
등록 2025-11-21 16:21 수정 2025-11-23 11:22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동 붕괴사고 4일차인 2025년 11월9일 붕괴된 5호기(가운데) 양쪽에 4·6호기(왼쪽부터)가 서 있다. 한겨레 최현수 기자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동 붕괴사고 4일차인 2025년 11월9일 붕괴된 5호기(가운데) 양쪽에 4·6호기(왼쪽부터)가 서 있다. 한겨레 최현수 기자 


노동자 7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한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붕괴사고와 관련해 발주처인 한국동서발전이 애초 해체 허가를 받을 때부터 보일러타워를 허가 대상에서 누락한 사실이 확인됐다. 건축법상 건축물이 아닌 ‘공작물’이라는 이유였는데, 동서발전은 앞선 여수 호남화력발전소 해체공사 때는 종류를 가리지 않고 모두 해체 허가를 받았다.

2025년 11월21일 한겨레21 취재를 종합하면, 동서발전은 2024년 9월 울산화력발전소 10여개 건물에 대해 해체 허가를 받을 때 건축법상 ‘건축물’로 분류되는 7개 건물만 따로 골라내 허가를 받았다. 발전소에는 약 20층 아파트 높이(65m)의 보일러타워 3개와 연돌 등 다른 건물도 여럿 있었는데, 이런 건물은 법령상 건축물(“토지에 정착”돼 있고 “지붕과 기둥 또는 벽이 있는” 건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허가 대상에서 쏙 뺐다. 현행 건축물관리법상 해체공사를 할 때는 상주 감리원을 1명 이상 고용해야 하고 지방자치단체 해체 심의도 거쳐야 하는데 이들 건물에 대해선 그런 과정이 생략된 것이다.

그 결과 울산화력을 방문한 감리원들이 공사 현장을 포괄적으로 감리하지 않고 허가 받은 건축물만 골라내 감리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발전소 안에 여러 건물이 모여 있는데도 감리원들은 건축물로 지정된 건물에 대해서만 감리보고서를 작성해 울산 남구청에 제출했다. 남구청 관계자는 “(발전소) 안에 있더라도 보일러타워 등은 건축물관리법 적용을 안 받으니까 감리 계약을 별도로 안 한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동서발전은 2024년 12월 호남화력발전소 해체 공사 땐 건축물을 따로 골라내지 않고 공작물과 합쳐서 허가를 받았다. 그 결과 발전소 내의 모든 폭파 대상 건물은 지자체 해체 심의를 받았고 현장에 상주하는 감리원들의 감리도 받았다. 여수시청 관계자는 “공작물과 건축물이라고 명칭은 달리 부르지만 다 한 자리에 모여 있는 건물들이다. 감리도 법령상 건축물만 따로 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다 하고 있고 그게 법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동서발전은 왜 두 현장의 해체 허가를 다르게 받았을까. 동서발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호남화력의 경우 (공작물도 건축물과 똑같이 허가 받으라는) 여수시청의 강력한 권유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원래는 두 현장 다 공작물을 누락할 예정이었다가 여수시청의 권고를 받아들였다는 취지다. 울산 남구청 쪽은 이에 대해 “따로 밝힐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공작물만 쏙 빼고 허가 받는 관행은 다른 발전소 현장과 견줘도 이례적이다. 앞서 2025년 4월 발파를 완료한 서천화력발전소 해체 공사의 경우, 발주처인 한국중부발전은 건축물과 공작물을 가리지 않고 해체 허가를 받았다. 그 결과 보일러타워를 비롯한 저장설비도 전부 지자체 해체 심의를 거쳤고 상주하는 감리도 있었다.

건물 발파로 인한 위험이 똑같은데도 법령상 이름을 들어 안전관리를 회피하려는 접근 방식이 문제로 지적된다. 정재욱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사고 설비가) 굉장히 큰 시설물인데 애초부터 공작물이니까 해체 심의가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며 “공작물이든 건축물이든 해체 시 붕괴 위험이 있다고 발주자가 인식하면 종류와 무관하게 허가를 받아야 했다”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기업의 면피 관행을 부추기는 법 체계도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건설에 관한 법이 너무나 많고 굉장히 구체적이니까 기업이 ‘아 그러면 (문구에 없는) 이건 안 해도 되는 건가’라는 식으로 면책 받을 궁리를 하게 된다. 제도를 바라보는 접근 방식이 달라져야 하고 법 체계도 안전 의무를 포괄적으로 적용하는 방향으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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