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는 민간이 운영하되 적자가 나면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전액 보전하고, 성과 이윤도 추가로 지급하는 준공영제를 운영하고 있다. 가만 있어도 수익이 나는 이 사업에 사모펀드와 금융자본이 뛰어들었다. 한겨레 백소아 기자
민간 시내버스 회사에 운송 적자분을 전액 세금으로 보전하는 대신 노선 합리화 등 운행 실적을 강제한 ‘버스 준공영제’를 놓고 “공공성은 퇴보한 채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현 상황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준공영제가 도입된 뒤 20년 동안 조 단위의 세금이 투입됐지만, 뚜렷한 서비스 개선 없이 버스 요금만 올라 버스회사와 사모펀드의 배만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025년 11월11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버스 준공영제 20년 서울시 개편안 분석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2004년부터 2017년까지) 재정지원금이 매년 2천억~3천억원 수준이었으나, 2023년에는 8915억원으로 해마다 2배씩 급증하고 있다”며 “현재의 버스 준공영제 문제는 비용은 모두 공공이 부담하지만, 민간의 효율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운영 구조로 전면 재설계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버스 준공영제가 도입된 2004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 시내버스 운송적자에 투입된 재정지원금은 약 5조4천억원에 이른다. 매년 운송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데도 시내버스 회사가 비용 절감 노력을 하지 않는 이유는 표준운송원가(시내버스 1대를 하루 운행 및 유지하는 데 들어간 표준화된 비용)에 따른 적자분은 서울시가 전액 보전해주기 때문이다.
일례로 2025년 기준 서울시 시내버스의 표준운송원가는 약 86만5353원인데, 운송수입금(버스비)이 이 액수에 미달하면 부족분을 전액 서울시에서 지원한다. 표준운송원가에는 인건비·연료비 외에 성과 이윤도 포함돼 있다. 버스회사 입장에선 서울시가 지정한 노선을 따라 운행실적만 맞춰도 이윤을 챙길 수 있는 구조에서 사업을 할 수 있다.

경실련이 2025년 11월11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버스 준공영제 20년 서울시 개편안 분석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경실련 제공
표준운송원가를 중심으로 한 버스 준공영제는 도입 당시 공공성과 민간의 효율을 결합한 제도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별다른 투자 없이도 안정적으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변질돼 사모펀드까지 개입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앞서 한겨레는 2023년 6월 ‘준공영제 버스 삼킨 사모펀드’ 탐사 보도를 통해 사모펀드가 준공영제 버스회사를 무더기로 사들인 뒤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배당 잔치를 벌이고 있는 실태를 고발한 적이 있다. 이에 서울시와 시내버스 회사들의 협의체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이 맺은 준공영제 협약을 지금이라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울시가 내놓은 연구보고서를 보면, 준공영제 협약에서는 시내버스 면허와 노선이 민간 소유이고 협약 내용 역시 갱신 또는 변경할 수 없다고 돼 있다. 그래서 20년 동안 단 한 번도 협약서가 개정된 적이 없다”며 “협약서 자체가 부실하다 보니 버스회사의 이윤을 제한한다든지 배당을 제한할 권한이 서울시에 없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며 인건비와 연료비 등은 급상승했고, 이에 따른 모든 비용은 표준운송원가에 포함돼 공공에 전가됐다. 이 연구위원은 “서울시 연구보고서를 작성한 회계법인은 ‘버스 업체들이 제출한 자료들이 부실하고 신뢰할 수 없어 원가 산정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표준운송원가가 과학적인 분석 없이 물가상승률이나 버스운송사업조합의 요청으로 계속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비용 상승에 따른 위험은 재정지원금으로, 승객이 없어도 이익이 보장되는 구조가 계속되자 사모펀드는 시내버스 회사들을 사들여 배당 잔치를 벌였다. 시내버스 회사들은 매년 600억~700억원대의 당기순이익을 올리고 있는데, 배당성향(순이익 중 배당금 지급 비율)은 2015년 30.5%(222억원)에서 2019년 83.9%(581억원)로 높였다. 이는 코스피 상장사의 5년 평균 배당 성향(36.98%·2017~2021년)과 견줘도 상당한 수준이다. 이 연구위원은 “서울시가 버스 요금을 인상하니 버스 사업자의 이윤과 배당액도 늘었다. 여기에 사모펀드들이 물밀 듯이 들어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경실련은 투명하고 정확한 회계관리와 시내버스 회사의 도덕적 해이를 감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근본적으로 서울시가 만든 준공영제 협약서를 전면 개정해 사모펀드와 시내버스 회사의 과도한 이익 추구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권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정책위원장은 “준공영제가 도입될 때의 취지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고인 물은 시간이 지나면 썩는다”며 “국민의 세금으로 버스회사와 사모펀드의 이윤을 충당해줄 수는 없다. 제도 자체의 설계를 바꿔 그들이 정당한 이윤을 얻고 합당한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를 가지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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