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순천 막걸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13년간 수감됐던 백점선씨(오른쪽 둘째)와 딸이 2025년 10월28일 광주고법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한겨레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부인이자 어머니, 이웃 주민들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은 ‘2009년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부녀가 16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사건은 검찰의 날조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광주고법 형사2부(재판장 이의영)는 2025년 10월28일 살인 및 존속살인 등 혐의로 기소돼 2012년 대법원에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형을 받은 백점선(74)씨와 백씨의 딸(40)의 재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백씨 부녀는 2009년 7월6일 전남 순천시 자택에서 청산가리를 넣은 막걸리를 건네 백씨의 부인 ㄱ(당시 59살)씨와 주민 등 2명을 숨지게 하고 2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이 수사 중이던 사건을 수사지휘권 행사로 가져온 검찰의 사건 조작은 대담하게 벌어졌다. 먼저 검찰은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통해 백씨가 당일 ‘범행 도구’인 막걸리를 사러 간 적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해놓고도 법원에 제출하지 않았다. 해당 가게는 검찰이 적시한 750㎜ 막걸리는 취급하지도 않았다. 백씨가 오이농사에 쓰려고 보관했다던 청산가리도 창작물이었다. 주변 농민들로부터 “오이농사에는 청산가리를 안 쓴다”는 진술을 받았지만 빼먹었다. 검찰은 딸이 다른 남성의 아이를 출산한 사실을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파악했다. 하지만 반말과 강압적인 큰소리를 반복하며 경계성 지능장애인인 딸에게 “(그 아이의) 생부가 아버지”라고 진술하도록 강요했다. 딸이 수차례 범행을 부인했지만 그 내용은 조서에서 지웠다.
이런 증거 조작과 은폐를 뻔히 알고도 이번 재심 과정에서조차 검찰은 “수사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당시 수사 검사와 지휘부를 감쌌다. 재심 과정에서 출석요구를 9개월간 불응하던 강남석 당시 수사 검사는, 진술 녹화 영상 등 물증을 놓고도 사과하지 않는 건 물론이고 “강압수사는 없었다”고 말했다.
백씨의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무죄 판결 직후 취재진을 만나 “범행 부인은 인정으로 바뀌었고, 부인하면 강압적인 추궁이 이어졌다”며 “속여가며 유도·회유를 했으면서도 그 문답은 대부분 생략됐다”고 말했다. 16년간 공권력에 의해 끔찍한 파렴치한으로 몰렸던 백씨는 울먹이며 “너무 기가 막히고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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